BSI, 현대판 노예 리스크 관리 국제표준 초안 공개…2월 2일까지 의견수렴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국표준협회(BSI)가 민간 부문 공급망 내 현대판 노예(Modern Slavery)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표준 ISO 37200 초안을 공개하고, 2월 2일까지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한다.
ISO 37200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을 포함한 현대판 노예 리스크의 예방·식별·대응·완화·구제·보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표준이다. 기업의 자체 운영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과 광범위한 사업 환경을 포괄한다. BSI는 이 표준이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실무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ISO/DIS 37200 초안 표지. 현대판 노예 리스크 관리를 위한 국제표준이 현재 개발 단계에 있으며, 공개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 자료 = ISO
영국 표준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ISO 37200은 2022년 제정된 영국 국가표준 BS 25700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BS 25700은 현대판 노예 리스크에 특화된 표준화된 프레임워크로, 리스크 기반 접근법을 통해 기업이 법적 준수를 넘어 공급망 내 착취 문제를 자발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이 표준은 거버넌스 강화, 책임 구조 명확화, 투명성 제고, 윤리적 경영 관행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기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ISO 37200은 이를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관리 체계로 구현할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 선언적 원칙이 아니라 운영 기준에 가까운 구조다. 이에 따라 기업은 현대판 노예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차원의 관리체계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구매, 준법, ESG 기능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BSI에서 지속가능성 표준개발을 총괄하는 던 헌터는 현대판 노예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하며, 공개 의견수렴 절차가 실제 사업 환경의 리스크를 반영한 국제표준을 완성하기 위한 단계라고 밝혔다. ISO 37200 최종안은 2026년 6월경 공개될 예정이며, BS 25700을 이미 적용 중인 기업은 글로벌 표준으로의 전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2360억달러 불법 수익, 강제노동의 경제학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5000만 명이 현대판 노예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약 2760만 명이 강제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강제노동 피해자 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ILO는 민간 경제 부문에서 강제노동이 연간 2360억달러(약 325조원)의 불법 수익을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4년 대비 640억달러(약 88조원), 약 37% 증가한 규모다.
강제노동으로 발생하는 글로벌 불법 수익 규모. 국제노동기구(ILO)는 연간 불법 수익을 2360억달러, 피해자 1인당 수익을 약 1만달러로 추산했다. / 자료 = ILO
이 불법 수익의 대부분은 가해자가 피해자로부터 사실상 탈취한 임금과 소득으로 구성된다. ILO는 강제노동 피해자가 공식 노동시장에 재통합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6110억달러(약 840조원)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강제노동 문제가 인권 침해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생산성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실사 의무 강화 흐름과 맞물려
ISO 37200의 등장은 글로벌 공급망 실사 의무 강화 흐름과 맞물린다.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적용 대상 기업에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리스크 실사를 법적으로 요구한다. 영국 현대노예법, 독일 공급망실사법, 프랑스 감시의무법 등도 이미 시행 중이다.
ISO 37200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실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기준선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다국적 기업이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에 대응하는 공통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인증 요구사항 표준이 아닌 가이던스 표준으로 설계돼, 기업이 자사 사업 구조와 리스크 수준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ISO 37200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표준은 아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내 현대판 노예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공통 기준선을 제시한다.
BSI는 ISO 37200이 현대판 노예 리스크 관리를 다루는 최초의 국제표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영국이 축적해온 윤리적 경영과 책임 있는 비즈니스 운영 경험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조직이 실제 사업 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적 지침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