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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 키운 탱크 참사 … 언론이 키워준 정용진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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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 데이 이벤트 물의에 대해 언론이 보이는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풍경이다. 거의 대부분의 매체가 일제히 비판 기사를 쏟아내며 신세계의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를 질타하고 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오너 리스크가 마치 갑자기 돌출하기라도 한 것처럼 비치지만 재벌 총수에 대한 비판이 거의 금기시되고 있는 한국 언론에서 보기 힘든 장면인 건 분명하다. 이를 언론의 재벌 비판이 살아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판이라기보다 들끓는 세간의 여론을 뒤쫓아 편승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를 굳이 비하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정 회장과 신세계를 질타하고 비판하는 언론이 이번 사태에 언론 자신이 적잖은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 과연 스스로 돌아보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20일 광주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국민주권사수광주전남민주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신세계그룹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 코리아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전두환과 계엄군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 텀블러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2026.5.20 연합뉴스 이번 탱크 데이 참사는 이 이벤트 이름을 빌어 비유하자면 이를 테면 ‘탱크’가 한국 사회의 상식과 양식에 마구 난입한 것이라고 할 법하다. 그러나 이 탱크는 5월 18일이나 어느 날 갑자기 밀고 들어온 게 아니다. 수년에 걸쳐 신세계 조직 내부로 천천히 진입한 것이었다. 그 탱크를 키운 것이 총수 정용진 회장이었다면 그 정용진이라는 탱크 가 달릴 길을 닦아 준 것은 상당 부분 언론이었다. 언론의 방조와 묵인이 빚어낸 오랜 구조적 결과물인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언론이 정 회장을 대하는 방식, 그의 말과 행동을 다뤄온 방식이 정용진 탱크 를 키웠다고 해야 마땅하다. 언론은 그의 언행을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타블로이드화했고, 비판 없이 소비했을 뿐이다. 소비를 넘어 지금까지 이런 재벌은 없었다 (시사저널, 2021년)고 쓰면서 부추기고 응원했다.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68만7000명을 기록한 슈퍼 SNS 셀럽 용진이 형”과 같은 주목과 찬사가 언론에 넘쳐났다. 2021년 4월, 정 회장이 가재와 우럭 등 음식 사진을 올리며 고맙다. 미안하다 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며 수산물 사진에 붙인 패륜적 언행이었지만 이를 전하는 언론은 정용진 SNS 논란 으로 제목을 붙였다. 이를 논란으로 보도한 언론이 오히려 정용진을 감시의 대상 으로 삼고 있다고 국민의힘 의원이 시비를 삼자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도 했다.  2022년 1월 정 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 이라는 글을 올렸을 때도 언론은 이를 챌린지로, 트렌드로 보도했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이 멸치와 콩 인증 사진을 올리며 이른바 멸공 챌린지 로 동조했다. 역사적 폭력성을 담은 언어를 정치 캠페인의 놀이로 소비하는 과정을 언론은 비판하는 대신 그대로 받아썼다. 아이러니한 장면은 언론의 정 회장에 대한 관심이 정 회장으로부터 오히려 조롱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가 장발을 한 채 햄버거를 먹는 사진 두 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하루 만에 30개 가까운 매체의 보도가 쏟아졌다. 정 회장은 이 보도들을 보고 이게 신문에 도배될 일인가 라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그 자신이 이른바 ‘셀럽’으로 주목을 받는 것을 즐기던 태도에서 돌연 불편함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 불쾌감의 표현조차 다시 언론에 의해 기사가 됐다. 정작 그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언론에 의해 다뤄지지 않았다. 그의 비상식적 언행은 ‘파격’과 ‘솔직’으로 ‘MZ세대와의 소통’으로, ‘오너의 개성’으로 미화되었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포장됐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한국 언론은 정 회장을 수년간 무대 위에 세워두고 손뼉을 쳤을 뿐이다. 언론이 그의 말들을 소비하고 중계하는 동안 정 회장의 세계관은 아무런 견제나 제동 없이 기업 조직 깊숙히 스며들었다. 세월호 조롱이 파격으로 소비되면서 총수의 세계관은 기업 조직원들에게 역사적 인식의 결여로 비판받고 우려되기보다는 ‘솔직한 오너의 매력’이 돼버렸다.  언론의 정 회장 관련 보도는 한국 언론의 ‘재벌과의 구조적 종속 관계’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이랄 수 있다. 대기업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특히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등 일상적인 소비재 브랜드를 대거 거느린 ‘특급 광고주’다. 비판의 대상이어야 할 정용진 회장과 언론사의 생존줄을 쥔 광고주가 동일인인 상황에서, 자본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독립된 편집권 행사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대기업 총수에 대한 비판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견제와 비판보다는 찬사와 미화가 마치 숙명처럼, 공식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 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 2026.5.19 연합뉴스 이번의 탱크 데이 사태에 대한 보도는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외적이며 비정상인 경우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이 뒤집힌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의 한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는 역시 언론 자신에 달려 있다.      미국의 안전문제 전문가 제시 싱어의 책 『사고는 없다』가 얘기하듯 사고 라는 말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며, 예견되거나 예방될 수 없다 는 잘못된 암시를 주며 그 실수를 가능하게 만든 위험한 조건들을 가려버린다. 그런 점에서 탱크 데이 참사는  사고 가 아닌 것이다. 그 사고에 언론 자신이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탱크 데이와 같은 사고 아닌 사고 는 앞으로도 늘 되풀이될 것이다.  이명재 에디터 promes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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