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임팩트는 왜 AX 실험을 할까? [뉴스] 희망회로가 실현되는 시대
2025년 10월, AI 역량경진대회 AI_TOP_10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본선 진출자 100명의 프로필 보드 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커다란 LED 화면에 참가자들의 사진과 닉네임, 각오가 흘러가는 영상이었어요. 디자이너가 구현하고 싶은 인터랙션을 기획안으로 작업해 주면, 영상 작업자와 만드는 게 제 역할이었죠.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하기 전, 기획안에 관한 의견을 관련 전문가에게 구했는데 인터랙션을 조정하거나 작업 기한을 조정하지 않으면, 이 작업은 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행사까지 2주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었거든요. 그리고 개발이 붙으면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저는 희망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어요. 개발? AI가 잘하는 건데, AI랑 한 번 만들어볼까?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다음 날 영상 초안을 완성했고, 일주일간 부지런히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가며 최종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현장에서도 참가자분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찾는 경험을 만드는 콘텐츠로 활용되어 행사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만들었죠. AI와 협업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넓혀주는 경험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재단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상하며 AI랑 협업하는 태도를 기르는 계기가 되었죠.
▲ AI_TOP_100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프로필 보드
희망회로를 넘어서 기회가 된 AI
이 경험은 AI라는 도구는 비영리/사회혁신 조직에 기회가 될 수 있겠다! 는 명제에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늘 자원이 부족한 사회혁신 영역에서 AI 가 빈 곳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부분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은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해야 하죠.
저는 AI가 일당백 역할을 돕는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사단법인 늘픔가치는 카카오임팩트의 기술 사업인 테크포임팩트 LAB을 통해 케어링노트 라는 LLM기반 상담기록웹서비스를 만들었는데요. 고령층의 약물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 중인 찾아가는 복약상담 사업에 이 LLM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데요. 수기 기록 과정을 AI에게 맡겨, 상담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 후 기록지를 정리하는 시간도 줄어들어서 복지 기관과 상담 결과에 관해 논의하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요. 상담 운영에 관한 부담이 줄어들어 상담 횟수 자체가 3배 증가하는 결과도 얻었죠.
이런 결과의 핵심은 AI와 사회혁신조직이 각자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협업했다는 점입니다. 상담 기록을 정리하고 약의 이름을 정확하게 적는 일은 AI가 잘하지만, 약을 받아 가는 어르신의 사정을 살피고 그분의 일상에 맞는 복약 상담을 하는 일은 늘픔가치 활동가들이 잘하는 일이거든요. AI가 잘하는 일을 AI에게 맡긴 만큼 활동가들이 어르신과 더 깊이 마주하는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이 상담 3배라는 숫자로 이어진 셈입니다.
물론, 사회혁신 영역 안에서 서비스나 기술을 도입하는 데에 쓸 수 있는 비용이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AI를 도입하자마자 일당백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도 아니죠.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를 가지고 개인의 생산성 향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목적으로 AI가 활용된다면 어떤 임팩트를 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실험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요?
AI와 함께 일하는(AI Native) 소셜임팩트를 향한 2가지 실험
그래서 카카오임팩트는 2가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테크포임팩트AX입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늘픔가치와 협동조합 청풍, 두 조직이 사회 문제 해결 과정에 AI를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인데요. 한 사례만 먼저 이야기하자면, 내부에 기술 인력이 없는 늘픔가치는 직접 케어링노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현장의 필요에 맞춰 수정하고 발전시켜 갈 수 있도록 AI 기반으로 기술을 관리하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회혁신조직이 직접 기술을 손에 쥔다면, 어떤 변화를 볼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재단이 하고 싶은 건 이 과정을 잘 모델링하여 더 많은 사회혁신 조직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것 입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저희도 상상 속으로만 그리던 방향을 직접 실현하고,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기술 사업을 고민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죠.
두 번째는 카카오임팩트 재단AX입니다. AI가 사회혁신 영역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카카오임팩트 먼저 AX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리더십의 의사결정이었습니다. ‘AI를 잘 쓰도록 돕는 재단’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부터 써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재단은 2026년 카카오임팩트 목표 중 하나를 AI를 가장 잘 쓰는 재단 으로 정하고 담당 팀과 담당자 그리고 예산을 배정했어요. 그리고 AI를 잘 쓴다는 것은 뭘까? 라는 질문에 관한 카카오임팩트만의 답을 정리하고 공유했습니다.
AI를 잘 쓴다는 건 뭘까?
조이(사업본부 리더)에게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각자가 생각하는 잘 쓴다는 것의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비슷한 내용을 묶어보니, 모두 필요한 관점인 거예요. 그래서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잘 쓴다는 것을 정의하기보다 7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요즘은 이 질문이 카카오임팩트가 조직 차원에서 AI를 바라보고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가드레일로 발전했습니다. 아마 요즘 재단 구성원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지금 나 AI 잘 쓰고 있나? 일거에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레 7가지의 기준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이렇듯 조직의 AX를 한다는 건, 어떤 한 명의 의지에 기대거나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합의하는 기준을 만들고,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고, 자원을 배치하고, 성과를 측정하고 꾸준히 이 과정을 다듬으며 일련의 조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재단AX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 느끼고 있습니다.
잘 쓰도록 돕기 위한 첫 걸음
테크포임팩트AX가 시작된 지 1개월, 그리고 재단AX는 어느덧 3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테크포임팩트AX를 함께하는 사회혁신가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같은 AI 도구를 사용해 서비스 데모 페이지를 만들고 내부 정산 시스템도 개선하면서 ‘AI와 함께 일하는’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11월쯤에는 재미를 넘어서 임팩트를 만드는 데에 AI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죠.
재단에서는 구성원 한 명당 일평균 107분을 절약하며 AI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진 변화의 중심에는 활동이 있습니다. 재단 안에 AI 활용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격주로 진행하고 있는 세미나인데요. 각자의 AI 활용기와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가볍고 위트 있게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재단 구성원들은 나 말고 모두가 AI를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나도 한번 따라 해볼까? 하는 마음을 품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AI를 잘 쓰도록 서로 돕는 이 문화가 재단 밖 동료들과도 연결되면 어떨까? 이 작업을 이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질문이에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앞으로 AX 실험실 에 차곡차곡 기록해 가려고 합니다. 카카오임팩트가 시작한 두 개의 AX 실험 — 사회혁신 조직과 함께 만드는 AX, 그리고 재단 스스로의 AX — 의 이야기가 사회혁신·비영리 생태계와 함께 흘러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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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ㅣ문숙희(ki) 테크임팩트/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