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난민 축제 …우린 함께 살아가고 있다 [행사] 뚝섬 한강공원, 난민, 버스킹.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들의 조합이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즐거움, 가능성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함께한 시민, 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20일 오후 4시,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뚝섬 한강공원에서 난민들의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27년간 난민들을 지원해온 국제 난민 지원 NGO 피난처는, 5년째 세계 난민의 날에 시민과 난민이 만나 함께 기념할 수 있도록 ‘같이 걸을까(Shall we walk)?’를 주최해 왔다.
올해는 특별히 도심의 한가운데이자 버스킹의 중심지인 한강공원에서 난민들과 시민들이 만났다. 난민들을 응원하는 3개의 한국 팀을 비롯해 부룬디, 파키스탄,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수단, 아프가니스탄, 줌머족,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난민들이 모여 14개 팀의 버스킹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난민아동들이 버스킹 공연을 보고 있다
일부 난민 공연자들은 공연 전에 자신의 나라가 처한 상황을 공유하며 평화와 희망을 노래했다. 특히 자국의 시를 노래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K는 이 시는 탈레반의 통치 아래 교육, 노동, 사회활동에 대한 제한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유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위해서 싸우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고통과 희망을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라고 말하며 떠나온 고국의 현실을 담은 노래를 이어갔다. 또한 부룬디 난민 팀의 웅장한 전통 북 연주는 근방에 있던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았고, 아버지와 자녀 둘로 구성된 수단 난민 팀은 한국의 ‘아리랑’을 부르며 화합을 노래했다. 시민들은 잘 몰랐던 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고 함께 그 무대를 즐겼다.
난민의 노래에 맞춰 노부부가 춤을 추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본 행사가 개최된 장소 또한 큰 영향을 주었다. 여러 사람이 만나고 교차하며, 음악과 퍼포먼스와 청춘이 오가는 장소에 난민들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의미였다. 우간다 난민 S는 난민의 날 버스킹 공연에 참여하며, 관객들이 보내준 많은 사랑과 관심 덕분에 난민으로서 한국에서 더 환영받고 응원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노부부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에 감명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행사는 저와 같은 난민들을 만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기회를 만들어주어 특별했습니다”라고 감사의 마음과 참여의 기쁨을 전했다.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다가, 친구들과 놀러 왔다가, 손녀와 손을 잡고 걷다가,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참여하게 된 시민들도 있었다. 우연히 방문한 시민들도 리듬감 있는 전통 음악 앞에서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에티오피아 난민 팀의 어깨춤 공연과 브레이브우먼 팀의 와카와카 춤 공연에서 시민들과 난민들은 동작을 맞추고 눈을 맞추며 하나 되어 신나게 춤을 췄다.
시민과 난민이 아프리카 전통 춤을 함께 추고 있다
같이 걸을까?’에 처음 참여했다는 이예본 씨는 익숙하고 낯설 것이 없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상하리만치 깊은 해방감을 느꼈고, 축제처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난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이미지와 편견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함께 살고 있는 친구이자 존재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라고 난민들과 하나 되었던 순간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전했다.
현재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7%(법무부)로 난민 수용 국가 중 낮은 수치를 갖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지리적인 이유와 더불어 국민의 난민 인식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의 에 따르면 주변에서 난민을 접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17%만이 난민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난민을 접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난민에 관한 관심 척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만남의 부재로 인한 실체 없는 두려움과 무관심 또한 난민 인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상의 공간에서 난민을 친구이자 동행자로 마주하는 만남의 장이 중요하다고 본 행사는 말한다.
행사를 개최한 NGO 피난처의 최보라 간사는 스태프 모두가 난민들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활짝 열린 장소에서 시민들과 난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힘찬 목소리와 멋진 실력을 내보일 기회가 없었던 난민들에게 안전한 무대가 주어진 것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계속 이어나가야겠습니다”라고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부룬디 난민 팀이 전통 북과 춤 공연을 하고 있다.
악뮤의 노래 ‘난민들의 축제’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떠나온 우리는 쫓아낼 명분이 없지.” 쫓아내는 것도, 쫓기는 것도 온기가 있는 존재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세계 난민기구의 2026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0명 중 1명이 강제 이주 상태에 놓여 있다.
이렇게 잦은 전쟁과 폭력 속에서 언제든 떠나게 될 수 있고,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는 우리가 안전히 살아갈 방법은 서로를 내쫓지 않는 것, 즉 떠나온 이들을 포용하며 함께 걸어갈 궁리를 하는 것이다. 떠나온 사람들은 어쩌면 어둠 속에서 가장 길을 잘 찾는 사람들이다. 느리지만 이들과 함께 걸어갈 때, 우린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장민 시민기자 jangmin99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