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흔들…한국, 자주적 통화 노선 으로 전환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달러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줄탄 포자르의 탈달러 구상 과 스티브 미란의 동맹자본 결속전략 은 브레턴우즈 II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한국은 달러 연성화의 현실에 맞서 자주적 통화 노선을 세워야 한다.
1. 브레턴우즈 II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석유와 달러가 맞물린 페트로 달러 (달러의 기축통화 체제) 질서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
미국의 제조업 쇠퇴와 재정 적자 누적은 달러의 실질 가치를 약화했다. 달러는 더 이상 경화 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의 연성화는 미 국채 수요의 약화를 의미하며, 브레턴우즈 II를 떠받쳐온 부채 순환 구조의 붕괴를 예고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10.17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2. 이 위기를 두고 서로 다른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전략가인 졸탄 포자르(Zoltan Pozsar)는 원자재 중심의 상품담보 세계”가 부상한다고 전망하며,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제결제 질서를 브레턴우즈 III로 명명했다. 그의 구상은 금융 중심의 달러 패권을 넘어 에너지·식량·원자재가 다시 화폐의 근거가 되는 실물 결제 질서를 상상한다.
반면, 오랫동안 트럼프의 경제 자문이었고 최근 미 연준 이사로 임명된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브레턴우즈 II 이후를 모색한다. 그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와 금융 인프라의 대가로 무역 흑자국들이 외환보유를 줄여 미국 내 산업과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공공재 비용 분담’ 전략이다. 그 논리는 명확하다. 미국이 세계의 안보와 금융 질서를 유지해 왔으니, 그 비용을 동맹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란은 그러한 대미 투자가 가능하려면 환율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연준이 동맹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여 달러 유동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요컨대, 미란은 동맹국의 자본을 미국으로 유입시키고, 통화스와프로 그 흐름을 안정화시켜 달러 패권의 실물 기반과 금융 기반을 동시에 연장하려는 전략을 구상한 것이다. 그것이 마라라고 달러 플랜 의 핵심 정책이다.
3. 미국은 브레턴우즈 II 이후를 구축하기 위해 마라라고 달러 플랜 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미 국채를 스테이블코인과 연동시켜 디지털 자본시장에서 국채 수요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미 의회를 통과한 GENIUS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화했다.
미국은 디지털 금융을 이용해 달러의 신뢰를 인위적으로 떠받치려는 방어선을 쳤지만, 그 한계는 명확하다. 달러 가치가 흔들리면 그 위에 세워진 스테이블코인 체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각 나라가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 유럽연합이나 일본이 하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의 자국 유통을 엄격하게 규제할 수도 있다.
미 국채와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하는 전략이 미국이 뜻하는 대로 아무 저항 없이 지구적 차원에서 구현되기는 지극히 어렵다.
4. 이제 문제는 한국이다. 달러 연성화의 현실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세 가지 과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외환보유를 3800억 달러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미 국채 중심의 외환 보유 구조를 해체하고 이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동아시아 역내 원화·엔화·위안화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달러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셋째, 에너지·식량·중간재 거래를 실물 청산 중심으로 전환하고, 이를 담당할 역내 청산은행(Regional Clearing Bank)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5. 시민사회와 노동자 세력이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통화주권을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
달러 패권의 균열은 단순한 통화 문제가 아니라, 노동 생산물의 가치와 사회적 분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사태이기에 시민사회와 노동자 세력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시민사회와 노동자 세력은 정부가 외환보유를 소진해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정책을 거부하고, 통화주권과 경제주권을 지키는 사회적 전략을 세워서 이를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으로 관철할 필요가 있다.
6. 달러의 연성화는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자주적 결단이다.
한국이 미국 통화정책의 변방에서 벗어나 다극적 통화질서 속에서 자율적 경제주권을 확립할 때, 비로소 모든 시민이 존엄한 삶을 영위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