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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관세 광기에 사로잡힌 제국, 미국은 어디로 가나

관세 광기에 사로잡힌 제국, 미국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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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전 세계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판결이 나오자마자 트럼프는 15% 글로벌 관세라는 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치 볼 컨트롤이 완전히 무너졌음에도 마운드를 내려오기를 거부하는 투수처럼. 세계는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 앞에 섰다. 미 연방대법 판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혼돈의 시작 대법원 판결로 기존 관세가 무효화되면서 이미 징수된 1330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소 수입기업부터 대형 유통업체까지 대규모 소송전이 예고되어 있으며, 행정 시스템이 수년간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치와 절차를 따르는 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의 법적 혼돈은 유례없는 일이다.   미 연방대법원 건물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판결을 법의 권위에 대한 복종의 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상권한이 위헌 판결을 받자 이번에는 관세법 122조를 우회로로 활용하려는 무역법 301조 적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무역 불공정을 조사한다는 이 조항은 무역 상대국을 사실상 범죄시하는 조치이며 편법의 반복 이다. 이런 행태는 통상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고용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며, 공급망 재편 전략도 안개속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을 향해 ‘얼간이’ ‘가족에 대한 수치’라고 공개 비난하고, 판결 자체를 ‘웃기는 쓰레기’라고 매도한 것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다. 이는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대통령 스스로가 허무는 행위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신이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미국민 60%가 불신하는 ‘만능 무기’ 관세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만능 압박수단 으로 활용해온 방식은 일관된 전략이라기보다는 즉흥적 충동에 가깝다. 무역불균형, 이민, 마약, 안보 문제까지—관세는 이 모든 사안에 동원되었다.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거의 구분하지 않고 타깃으로 삼았다.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도, NATO 동맹국에도 관세 위협이 날아들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연간 무역적자가 1조 달러를 넘는 미국은 관세 정책 이후에도 사상 최대치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관세가 무역 적자를 해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처음부터 경제학적 근거가 빈약했다. 관세는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수출 경쟁력도 약화시키고, 소비자 물가를 올리며, 공급망을 교란한다. 미국 국민의 거의 60%가 이 관세 정책에 불신을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서도 이미 그 허구성이 검증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이 집착의 근원은 경제적 논리가 아니다. 관세는 트럼프에게 국내 정치를 위한 공갈 도구이자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상징적 무기다. 설령 미국 경제 전체가 손해를 보더라도, 관세를 포기하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그는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국가 정책이 한 사람의 심리적 집착에 종속되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앤젤 패밀리’ 추모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2. 23 UPI/연합뉴스 신뢰 없는 동맹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한국은 더욱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조선, 자동차 등 핵심 IT와 제조업 분야에서 비교 우위를 가진 국가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은 미국의 공급망 안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자산이다. 그런 나라에 동맹국이라는 명패를 달고도 관세 압박과 방위비 분담 갑질을 동시에 행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비합리적이다. 동맹이란 본래 공동의 위협 인식과 상호 신뢰에 기반한 안보 공동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동맹국에 언제든 관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 이는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다. 나토든 인도태평양이든, 집단억제체제는 신뢰가 무너지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균열은 중국이 파고들 공간을 열어주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혼란스러운 동맹은 국가 생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다. 지금 미국이 한국에 그런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 불편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새로운 무역전쟁 국면에서 대미 투자 서두를 이유 없다 당장 실천적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가 있다. 대미 투자를 서두를 것인가의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관망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혼란의 핵심 축은 세 가지다. 첫째, 기존 관세 환급을 둘러싼 소송과 행정 부담이다. 1330억 달러 규모의 소송전이 본격화되면 미국의 관세 및 통관 행정 시스템은 수년간 정상 작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15% 글로벌 보편관세의 지속 여부와 의회 승인 문제다. 트럼프가 새로운 법적 근거로 이 관세를 밀어붙이려 할 경우 의회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며, 그 결과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셋째, 동맹·파트너 국가들의 보복과 WTO 제소 여부다.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이 이미 대응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카운터펀치들이 실행될 경우 무역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세 축이 어떻게 교차하고 수렴하느냐에 따라 대미 투자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국면에서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무너진 국제질서 속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는? 더 긴 시각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통상분쟁을 넘어서는 구조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관세를 통상·안보·외교 전 영역에 걸쳐 범용 무기처럼 쓰는 국가가 과연 안정적인 패권 리더십과 동맹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미국이 스스로 주도해 구축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WTO 체제, 자유무역 원칙, 법치주의—를 미국 스스로가 허물고 있다. 규범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나라가 가장 먼저 그 규범을 어기는 존재가 된다면, 그 국제질서는 누가 지탱하는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6일 리우데자네이루의 현대미술관(MAM)에서 개막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 07. 06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재구성해 나가는 외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동맹 정책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때가 되었다. 미국이 예측 불가능한 행위자가 되어가는 지금,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를 다변화하는 것은 반미가 아니라 국가이익의 수호다. 관세 광기가 지배하는 워싱턴을 바라보며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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