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사북 국가폭력 첫 언급…국가사과 이어지나 [뉴스] 다큐 영화 1980 사북 스틸컷
대한민국의 빛을 밝히기 위해 가장 깊은 어둠으로 들어갔던 모든 광부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표합니다. 또한 사북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모든 분께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1회 광부의 날 을 맞이한 29일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말할 때 흔히 눈부신 성장과 도약에 주목한다. 그러나 모두가 양지의 빛을 바라볼 때 음지에서 그것을 가능케 했던 광부들의 헌신을 빼놓아선 안 될 것 이라면서 경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석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도시를 환히 밝힐 수 있도록, 광부들은 곡괭이를 짊어지고, 깊고도 어두운 탄광으로 들어갔다. 그 덕분에 우리는 산업화의 결실을 누릴 수 있었다 라면서 그러나 목숨을 걸고 산업화의 연료가 된 광부들에게 돌아온 것은 열악한 처우와 나아지지 않는 삶이었다 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국가는 그들의 헌신을 외면했고, 그 방식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면서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가 폭력으로 진압했던 1980년 4월의 사북 사건 을 소환했다. 사북 사건은 그해 4월 21일부터 4월 24일까지 나흘간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동원탄좌 사북 광업소에서 광부들과 가족, 주민들이 어용노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항거하며 일으킨 대규모 총파업 사태다. 특히 경찰의 유혈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광부와 가족, 주민, 경찰관 등 16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전두환 계엄사령부는 사태를 진압한 뒤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200여 명의 광부와 주민을 연행해 가혹한 고문과 폭행을 자행했으며, 최종적으로 31명을 구속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6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사람다운 삶을 촉구하며 일어난 사북 광부들의 집회는 경찰의 뺑소니를 계기로 들불처럼 번졌다. 그 여파는 모두에게 잔인했다. 진압 명령을 받고 출동했던 경찰이 죽거나 다쳤으며 노조 지부장 가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건 직후 전두환의 계엄사령부는 광부와 그 가족을 포함해 200명 넘게 체포하여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했고, 끔찍한 폭력과 자백 강요로 공동체를 파괴했다 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그 뒤로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멈췄다. 누군가는 고문 후유증에 신음하고, 누군가는 죄책감과 침묵 속에 살아야 했다. 가족과 이웃을 잃은 이들은 수십 년간 자신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다 며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을 계기로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광부와 경찰, 광부와 재판관 간에 눈물 어린 화해와 악수가 이뤄지고 있다. 아픔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는 시민들의 회복력에 깊이 감사드린다 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는 명과 암을 모두 기억할 때 온전해진다. 빛의 금자탑을 쌓는 과정에서 흘린 무수한 이들의 땀과 상처, 이름 없이 잊혀진 사람들의 목소리도 함께 기억할 때 우리 산업화의 역사도 온전해진다 며 광부의 날 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수많은 노동의 가치를 기리는 날이자, 산업화의 과정에서 남겨진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 날이 돼야 한다 고 역설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사북 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헌신을 외면할 때 어떤 아픔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자, 민주주의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준엄한 질문이다 라면서 제1회 광부의 날이 광부의 헌신에 감사하고 희생을 기억하는 날을 넘어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존중받는 민주공화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되길 바란다 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발신한 민주주의에 대한 메시지는 민주 대 반민주·독재투쟁이라는 제도권의 전통적 개념 규정을 넘어서 소외된 국가 구성원들을 보듬는 행동으로까지 민주주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북사건 46년을 일주일 앞두고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피해자들이 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해 황인오 사북민주항쟁동지회장의 경과 보고를 듣고 있다. 사북사건은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 탄광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임금 등에 항의해 벌인 파업이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폭력 사태로 비화한 사건이다. 2026.4.14. 연합뉴스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이 사북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사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앞서 지난 2008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는 사북 사건을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과 국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고, 2024년 2기 진화위도 인권침해 사건으로 다시 결정하며 피해자 명예회복과 인권침해 재발 방지, 기념사업 지원 등을 재차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북민주항쟁동지회는 앞서 지난 4월 21일 사북 사건 46주년 기념식을 6월 이후로 연기했다. 정부의 공식 사과 미이행과 지방선거 영향 등이 이유였다. 지난해 45주년식도 정부의 공식 사과를 기다리며 연기한 끝에 11월 21일에야 열렸다.
이날 제1회 광부의 날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북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첫 공식 사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청와대도 그간 국가 사과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영화 을 관람한 사북 지역 학생들이 이 대통령에게 국가의 사과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데 대해,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은 청와대에서도 사북 사건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있으며 학생들이 원하는 소식을 곧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는 취지의 긍정적인 답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북 사건에 대한 국가 사과 이행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사안인 만큼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통합 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4월 23일 본회의를 열고 1980년 사북 사건 국가사과 이행 촉구 결의안 을 통과시킨 바 있다. 결의안은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발의했으며, 이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73명이 동의했다. 국회는 결의안에서 정부를 향해 사북 사건의 국가폭력 피해자, 당시 노조 지부장 가족, 경찰 측 피해자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위로를 촉구한다 며 정부가 피해자 명예회복과 기념사업 추진 등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라 고 촉구했다.이유 에디터,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