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창안은 나트륨, 구글은 장기저장…배터리 시장 두 갈래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장을 지배해온 리튬 이온 배터리 체제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CATL(SZSE: 300750)과 창안자동차(SZSE: 000625)를 중심으로 한 중국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미국과 유럽은 장주기 에너지 저장(LDES) 기술로 전력망 시장 공략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창안자동차는 최근 내몽골 시험장에서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SUV와 쿠페를 공개하며 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입증했다.
지난 10년간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ESS) 세계를 지배해온 리튬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영하 50도에서도 달린다…나트륨 배터리의 등장
지난 2월 5일, 중국 내몽골 영하 30도의 극한 지대에서 실시된 주행 테스트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중국 창안자동차의 전기 SUV와 쿠페가 빙판길과 눈 덮인 급경사를 거침없이 달렸다. CATL과 창안은 이날 세계 최초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탑재 양산 승용차를 공식 공개하며 올 중반 시판을 선언했다.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브랜드 이름은 낙스트라(Naxtra) 다.
나트륨 배터리가 주목받는 핵심 이유는 추위에 강하다는 것이다. 낙스트라 배터리는 영하 30도에서 동급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비 방전 출력이 3배에 달하며, 영하 40도에서도 용량의 90% 이상을 유지하고 영하 50도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주행 거리는 리튬(400~600km) 대비 약 80% 수준인 350km 내외지만, 저가형 모델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분야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나트륨 배터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원자재 시장 변화가 있다. 중국 탄산리튬 가격은 저점 대비 약 190% 급등하며 배터리 제조 비용 부담을 키웠다.
CATL은 지난 10년간 약 100억위안(약 15억달러·약 2조원)을 나트륨 배터리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이를 리튬 가격 변동성에 대한 대안적 리스크 관리”로 규정했다. BYD(SZSE: 002594)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KRX: 373220)도 나트륨 배터리 시범 생산을 추진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은 나트륨 배터리가 기존 리튬 수요를 대체하기 시작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미·유럽의 반격, ‘100시간 방전’ 슈퍼 배터리에 걸린 승부수
한편, 미국과 유럽은 다른 방향에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리튬·나트륨 중심의 단기 저장이 아닌, 수십 시간에서 수일간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LDES)’ 기술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5년 기록적인 설치량을 달성한 LDES 시장은 올해 거의 4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철-공기 배터리, 압축공기 저장, 중력 저장 등 다양한 기술이 경쟁 중이다.
현재 중국은 누적 장기저장 용량의 약 72%를 차지하지만, LDES 분야의 기술 지형은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다르다. 뜨거운 벽돌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 중력을 이용한 시스템, 동굴에 압축 공기를 저장하는 시스템 등 기술이 다양해 특정 지역 조건과 설계 노하우가 중요하다.
메사추세츠주 서머빌의 스타트업 폼 에너지(Form Energy)는 100시간 동안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철-공기 배터리 기술로 지난달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2월에는 구글의 미네소타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공급 계약도 맺었다.
캐나다의 하이드로스토어(Hydrostor)는 공기를 압축해 동굴에 저장하는 독자적인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러한 장기 저장 기술은 태양광 패널처럼 규격화된 상품이 아니라 각 지역의 지형과 특성에 맞춘 전문 설계가 필요해, 중국 기업들이 대량 수출로 시장을 독점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서방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다극화되는 배터리 시장, 만능 해결책은 없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단일 노형의 지배가 끝나고 용도에 맞는 다각화 단계에 진입했다. 전문기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블룸버그NEF는 1월 보고서에서 올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 수요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해 약 11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 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이러한 공급 규모가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며, 2030년에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전체 수요의 약 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 기관 CRU 그룹의 배터리 소재 부문 책임자 샘 아드함은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목표물 이라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는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시카고의 나트륨 배터리 스타트업 베드록 머티리얼즈(Bedrock Materials)는 최상의 경우에도 현재의 리튬인산철보다 의미 있게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없었다 며 투자금을 반환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14억 달러(약 1조9600억원) 규모의 미국 생산 시설 건설을 계획했던 나트론 에너지(Natron Energy Inc.)도 지난 9월 운영을 중단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2030년경 나트륨 배터리가 전체 수요의 약 2%를 차지하며 저가형 시장을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제 리튬 일변도의 시대는 지났다 며 환경과 목적, 지역적 특성에 최적화된 다양한 배터리 기술들이 공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