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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참정권 침해 외치는 이들 ‘장애인 참정권’에도 관심을

참정권 침해 외치는 이들 ‘장애인 참정권’에도 관심을
[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투표소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기다리고 있던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시민단체 의견을 청취한 뒤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도중 발달장애인들이 투표할 때 그림이나 로고 등을 표시한 투표지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고 밝혔다. 2026.5.29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남긴 상흔이 깊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이하 잠실투표소)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뿐만 아니라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 잘못 입력, 방송 3사 출구조사 엉터리 집계 등 한국 민주주의의 기초가 이렇게나 허술했나 개탄하게 된다. 이런 후진적인 부실 관리에 겹쳐 극단화된 진영 정치가 빚어내는 살풍경도 우리는 연일 지켜보고 있다. 극우 성향 유튜버와 극단적 세력이 집결해 선관위 구속 에 중국 개입 을 외치더니 음모론에 터잡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대열에 제1야당 대표까지 전면 재선거 주장으로 올라 탄 형국이다.    ​분노한 이들이 투표함 반출을 이틀간 강제로 막아세웠고, 선관위 사무처장을 붙잡아 사실상 폭행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이 외치는 거친 함성의 중심에는 언제나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 수호 라는 커다란 대의명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뜨겁고도 과격한 ‘참정권 사수’의 광장 어디에도, 대한민국 선거 제도 안에서 실질적인 참정권을 박탈당해 소외되어 온 장애인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발생한 몇 시간의 투표 지연과 용지 부족에는 국가 전복 위기 운운하며 난동에 가까운 저항을 불사하던 이들이, 평생 투표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어떤 후보를 찍어야 장애인에 도움이 되는 세상이 열릴지 몰라 헤매는 장애인들의 구조적 배제에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광장의 음모론에 철저하게 묻힌, 그러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인 ‘장애인 참정권 문제’를 돌아보고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장애인 참정권 잔혹사… 제도가 만든 ‘보이지 않는 장막’ ​선거 때마다 선관위는 장애인을 위한 투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투표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맞닥뜨리는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현행 선거 제도는 비장애인 중심의 효율성만을 극대화한 결과물이다. 또 장애 유형에 따라 선거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특성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 ​청각장애인: 후보자 간의 치열한 공방에서 소외되다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 중 하나는 바로 선거 방송 토론회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선거 토론회에서 제공되는 수어 통역은 단 한 명의 통역사가 화면 구석의 작은 원 안에서 모든 후보자의 발언을 도맡아 통역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다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끼리 고성이 오가거나 난상토론이 벌어질 때, 단 한 명의 수어 통역사로는 어떤 후보가 어떤 논리로 발언하는지, 현장의 어조와 감정이 어떠한지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는 청각장애인 유권자에게 심각한 정보 비대칭을 유발하며 알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한다. 투표소 현장에서도 수어 통역 부재로 인해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청각장애인들이 부지기수다. ​시각장애인: 묵자본과 다른 요약본 점자 , 정보의 불평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 공보물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공되지만, 그 실상은 비장애인이 보는 활자(묵자) 공보물과 심각한 괴리를 보인다. 대다수 후보자는 지면 수 제한 등의 이유로 점자 공보물의 내용을 대폭 축소하거나 요약해 제공한다. 비장애인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상세한 이력, 꼼꼼하게 정리된 정책적 비전과 예산 확보 계획을 상세히 읽어 내려갈 때, 시각장애인 유권자들은 요약된 몇 줄의 문장만을 보고 투표를 강요받는다. 점자 및 음성 공보물이 묵자본과 완전히 동일한 분량과 내용을 담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2018년 6·13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인 8일 서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인 단체들이 발달장애인의 평등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8.6.8 연합뉴스 자료사진 ​발달장애인: 이름과 숫자만 가득한 투표지, 선택할 수 없는 권리 ​발달장애인이나 인지장애를 가진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활자로만 구성된 선거 공보물과 투표용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장벽이다. 텍스트 중심의 공약집 대신 그림이나 인포그래픽, 쉬운 문장으로 구성된 ‘쉬운 정보 공보물’의 제공은 여전히 선관위의 ‘권고’나 일부 단체의 자체 제작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투표소에 들어가면 정당 이름과 후보자의 이름, 숫자로만 빽빽하게 인쇄된 투표용지를 마주하게 된다. 글을 읽기 어렵거나 직관적 인지가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식별하기 어렵다.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의 사진조차 첨부되어 있지 않은 투표용지는 이들에게 참정권 행사를 포기하라는 간접적인 압박과 다름없다. ​이동약자: 계단 앞에서 멈춰 서는 민주주의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지적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학교 교실, 주민센터 2층, 혹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잠실동의 아파트 단지 노인정처럼 임시로 마련된 투표소 중 상당수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이나 고령의 이동약자가 접근하기에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거나 계단만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관위는 1층 투표소 배치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지만, 예산과 대관 문제를 핑계로 여전히 많은 투표소가 이동약자의 접근을 막고 있다. 접근권이 법률로 강력하게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들에게 투표소는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곳 일 뿐이다.  게다가 장애인 유권자를 적절히 응대할 수 있는 선거사무원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다. ​ 부정선거 소동에 가려진 제도 개선의 골든타임 ​잠실동에서 발생한 관리 부실을 빌미로 집회를 이어간 극우 세력은 표가 사라졌다”, 선관위가 민주주의를 죽였다”며 사법 체계를 흔들고 사회적 비용을 낭비시켰다. 투표함이 곡절 끝에 개표소로 이송돼 개표 작업을 완료하고도 그 장소에서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법원이 잠실7동 제2투표소 내외부 검증에 나설 때까지 대한민국 정치권과 언론의 이목은 온통 이들의 음모론을 검증하고 방어하는 데만 쏠려 있었다.   ​이러한 소모적인 공방 속에서, 진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정비해야 할 선거법 개정 논의는 완전히 실종됐다.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었다며 분노하는 광장의 목소리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국가가 제도적으로 방치해 온 장애인들의 참정권 박탈에 대해서도 같은 크기의 분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투표할 권리’가 몇 시간 지연된 것에는 크게 분노해 완력을 행사하면서도,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투표권을 빼앗겨 온 이웃의 권리는 철저히 모른다.    ​대안은 명확하다… 법률 개정으로 완성하는 ‘모두의 투표소’ ​장애인 참정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대안은 몇 년 전부터 장애인 권리 단체들을 통해 명확하게 제시되어 왔다. 이제는 정치권이 법률 개정으로 답해야 할 때다. ​후보자별 수어 통역사 배치 의무화: 선거 토론회 방송 시 화면에 단 한 명의 통역사만 배치할 것이 아니라, 후보자별로 전담 수어 통역사를 매칭하여 다자 배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 유권자도 후보자 간의 실시간 대화 흐름과 뉘앙스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각 투표소 현장에도 수어 통역이 가능한 인력을 의무 배치하거나, 실시간 화상 수어 통역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공보물의 점자·음성 묵자본 완전 일치 의무화: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비장애인 유권자와 대등한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점자 및 음성 공보물의 내용을 묵자본 공보물과 완전히 동일하게 제작하도록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지면 수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거나 예산 지원을 늘려 후보자가 요약본을 만드는 꼼수 행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가 포함된 여러 나라의 투표용지. 2022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개혁특위 보고서 갈무리 ​쉬운 정보 제공 및 투표지 혁신: 발달장애인과 인지장애인을 위해 가독성이 높은 그림과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공보물 제작을 선관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 특히 영국 사례처럼 투표용지에 정당의 고유 로고와 후보자의 인물 사진을 함께 인쇄하여, 글을 읽지 못하는 유권자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투표지 디자인을 혁신해야 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1월 발달장애 선거인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투표용지, 선거공보, 투표안내문 제작 계획 수립, 투표 보조인 지원 등을 권고했다. 또한 지난 2022년 1월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후보자 사진, 정당 로고 등을 제공하도록 투표용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차별이라는 취지의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24년 12월 발달장애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선관위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림투표용구가 투표소에 제공되지 못했다. ​이동약자 접근권의 법률적 강제: 투표소 선정 시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경사로 설치가 불가능한 장소는 원천적으로 배제하도록 교통약자 접근권을 공직선거법 강행 규정으로 명시해야 한다. 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시 선거 관리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수준의 강력한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다. ​각급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 행정이 초래한 혼란은 철저한 규명과 선관위 전면 개혁 등 재발 방지 대책으로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한 분노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극우 세력의 준동에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없는지, 우리가 정작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참정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광장에서 들려오는  참정권 수호” 구호가 공허한 독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시선을 낮춰 투표소 문턱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이들의 삶을 보듬어야 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정보에서 소외되고, 투표용지 앞에서 무력해지며, 계단 앞에서 멈춰 서야 하는 일을 방치하는 한 대한민국의 선거는 결코 완전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한 투표소’라는 민주주의의 진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가 대승적으로 결단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김대윤 시민기자 kimdaeyun02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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