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페이지투미   페이지투미 플러스
페이지투미 홈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모아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오션토피아] ㉝인간 편 - 옥토의 최후

[오션토피아] ㉝인간 편 - 옥토의 최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쿠아리움] -댓글에 신경 쓰지 마세요. 명민으로선 고민 끝에 보낸 디엠이었다. 예상했지만 [아쿠아리움] 계정으로부터 회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수록 오지랖을 부리고 싶어졌다. 그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계정에 제일 악플 많이 다는 아이디 아시죠?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제가 들어가 봤는데 일회용 컵에 일회용 빨대 꽂은 사진을 매일 올리는 여성이더라구요. 아마도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그 옆에 있는 명품 백이었을 겁니다. 아메리카노라는 메뉴는 안 바뀌는데 가방은 매번 바뀌었으니까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악어와 소가 희생된 걸까요. 그런 사람은 적어도 타인을 욕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위악자는 아니, 그런 부류는 위악도 못 부릴 거예요. 그저 악한 자겠죠. 악한 척 조차 못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한테 욕하는 이 사태가 얼른 지나가길, 더불어 잘 견뎌내길 바라요. 결단코 당신은 위선자가 아닙니다. -충분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디엠 감사합니다. -엇, 답을 바라고 보낸 건 아니었는데...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아쿠아리움] 계정은 옥토 쇼 영상의 조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명민은 전부터 이 계정을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팔로워 수와 악플이 정비례하여 늘어났다. 생물을 사랑한다는 사람이 왜 생물 팔이하는 직장에서 일하냐는 댓글은 약과였다. 악플러들은 사무실 책상에 올라온 지갑 사진에도 서슴지 않고 공격을 했다. -거북이 등껍질 벗겨서 만든 지갑을 들고 다니는 주제에 생물을 사랑하라느니 물고기를 물살이로 부르라느니... 이중적 행태에 진심 소름 돋음. 선물로 받은 지갑이라는 답글은 곧 삭제되었다. 선물임을 인증하란 댓글부터 외모를 헐뜯는 댓글까지 악플이 주구장창 달려서였다. 명민은 이에 참다못해 기나긴 디엠을 보낸 것이었다. 명민은 답을 받고 나서야 자신의 본심을 깨달았다. 그는 상대에게 깊은 호감을 품고 있었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명민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쿠아리움] 계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 창이 닫혔다. 명민은 ‘좋아요’를 지속적으로 누르며 발자취를 남겼다. -댓글 알림이 울리는 환청을 아직도 겪긴 하지만 이제는 약을 끊었어요. 여러 모로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언제 한 번 관람하러 가겠습니다.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의 관점에서 아쿠아리움을 보고 싶어졌어요. 명민이 직접 만난 영인은 예상보다 밝은 사람이었다. 사진이나 영상에선 어딘지 모르게 고독한 기운을 풍겼는데 그건 그녀에게서 나오는 싱그러움을 담지 못해서였다. 보통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한 활기가 그녀에겐 있었다. 명민은 아쿠아리움을 찾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다. 이따금 밖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는데 영인이 들려주는 엉뚱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아쿠아리움을 탈출한 생물들이 물탱크 트럭을 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차주 몰래 카풀해 주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허언증이 있다곤 생각되지 않았다. 명민은 갈수록 영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다니던 직장에 병가를 낸 상태였다. 승진을 코앞에 두고서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악재가 겹쳤다고 생각했지만 영인과 사귀게 된 이후로 그것은 호재로 해석되었다. 그는 아쿠아리움 인근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만나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때론 아쿠아리움 폐장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영인을 바래다주기도 했다. 그녀가 사는 빌라촌은 아쿠아리움에서 도보로 얼마 걸리지 않아서 데이트 마무리 코스로 더없이 좋았다. 패턴 잠금을 풀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빌라 바깥에서 확인한 다음에야 그는 발걸음을 뗐다. 언젠가 라면 먹고 가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바보 같은 웃음이 튀어 나왔다. 그는 해물을 넣어 먹는 걸 좋아했는데 영인과 먹게 된다면 파와 계란 정도만 넣어야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영인은 귀가하면 티브이부터 튼다고 했다. 패드와 연결된 티브이로 자신이 구독한 유튜브 채널과 추천으로 뜬 채널을 번갈아 보는 게 퇴근 후의 루틴이라고 했다. 자기 전 독서를 할 땐 잠시 꺼놓는다며 종종 그 날 만난 책 속 문장을 보내주기도 했다.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인은 자유론 같은 인문서적을 좋아했다. 주로 잠이 오는 구절을 보내왔지만 밤이라서 괜찮았다. 그녀는 소등하고 자리에 누우면 다시 티브이를 튼다고 했다. 스티커를 떼고 붙이는 소리, 종이를 자르고 뜯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자신이 매일 듣는 ‘다이어리 꾸미기 숙면 asmr’ 영상을 공유해주기도 했다. 명민 역시 즐겨듣는 ‘비행기 1등석 숙면 asmr’을 공유해주었다. -오늘은 다꾸 소리 들으면서 잠을 청해봐. 나도 비행기 1등석 소리 들으면서 자볼게. 그리고 어땠는지 내일 말해주기. -오, 좋아^^ -그런데 이거 들으면 정말 1등석 타고 잔 기분이 들어? -1등석을 안 타봐서 말해줄 수가 없는 걸. 웃음을 터뜨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대개 영양가 없는 대화였지만 그래서 즐거웠다. 명민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세상의 모든 신에게 감사하다는 혼잣말을 종종 했다. 이 행복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영인] 영인은 서울에 온 뒤 자신이 변했다고 느꼈다. 계기는 영산동 참사였다. 그녀는 오래 전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서 영산동 참사를 뉴스로 접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건은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모호하게 다가왔다. 일개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에 저런 식으로까지 맞서야 하나? 동네 친구들은 비판 일색이었다. 몇 년 후 서울로 직장을 잡으면서 고향을 등지게 되었다. 영인은 영선동과 가까운 곳에 사는 서울토박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자신의 터를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저항하다 불에 타 죽은 사람. 가진 게 목숨뿐인지라 그것밖에 내놓을 게 없었던 사람. 사건이 아닌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춘 해석을 들었을 때 영인은 온 몸이 불에 덴 듯 뜨거워졌다. 자신이 느낀 이곳과 자신이 태어난 저곳의 온도 차에 대해서 그녀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자신의 인생에 성큼 들어온 명민에게조차도. 박 대표의 회유에 못 이겨 시작한 [아쿠아리움] 계정은 바람과 달리 인기를 끌었다. 악플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지만 박 대표는 묵살했다. 약을 먹어도 진정되지 않는 마음은 옥토의 빨판을 그러쥐면 신기하게도 스르르 가라앉았다. 옥토와 교감하는 시간만큼은 악플로부터 씻은 듯이 해방되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하루에 30분도 안 되었다. 박 대표에게 정신과의 처방전을 들이 밀자 그때서야 댓글 창을 닫으라고 했다. 명민은 영인이 [아쿠아리움] 계정으로 힘들어할 때 처음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준 사람이었다. 영인은 간혹 명민의 계정에 들어가 보았다. 언제나처럼 사진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명민은 기대 이상이었다.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오는 행복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상쇄시켜주진 못했다. 아쿠아리움의 월급이 한두 달씩 밀리기 시작했다. 수조여과장치에 낀 이끼나 부실해진 먹이만 봐도 재정난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박 대표가 다른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아쿠아리움 영업이 강제 종료될 수도 있다는, 직원들이 정산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쫓겨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려갔다.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치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명민에겐 티내고 싶지 않았다. 언제 실직자가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옥토와 헤어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어의 빨판과 인간의 손 사이엔 3억년이란 간극이 존재했지만, 영인은 바다생물과 자신이 온전히 감정을 교류하고 있다고 믿었다. ‘만약 박 대표가 전기 공급을 중단시키기라도 하면...’ 그녀는 최악의 가정을 해보았다. 폐사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박 대표라면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옥토를 지켜내야 했다. 악플로 힘들었던 시기에 자신을 지켜준 옥토를 이제는 자신이 지켜줄 차례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키우는 것이었다. 여러 난관이 있을 테지만 그게 제일 마음 편했다. 그녀는 때를 봐서 옥토를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혼자서 무거운 수조를 옮기기란 불가능했다. 일당을 주고 인력을 쓰기엔 께름칙했다. 창고에 있는 바퀴 달린 카트가 떠올랐다. 감시 카메라에 찍히는 것이 주저되긴 했지만 체불된 임금을 요구하면 박 대표도 세게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사라진 문어 따위에 신경도 안 쓸지 몰랐다. 아니면 재산으로 생각해 관여할 수도 있었다. 영인은 요 며칠 간 명민과 제대로 된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최근엔 피곤해서 일찍 잔단 메시지를 남긴 뒤 수차례 이부자리를 뒤척였다. * -남부지법 습격한 현행범 체포, 2030청년으로 밝혀져 -헌재 폭동에 시민들 경악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현직 대통령의 구치소 발언 화제 어지럽고 흉흉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박 대표가 해외로 도피했단 기사가 묻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다. -권력자가 탄압하고 위협해도 독재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인식 개선 필요 -오랜 세월 굴종에 인이 배겨 독재가 민주주의인 줄 아는 노인들 인식도 바뀌어야 -표현하는 내용엔 제한이 없어야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존 밀의 사상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 영인 씨. 혹시 월급 나왔나요?” 아... 아니요.” 영인은 급하게 핸드폰을 닫았다. 청소 이모님이 오늘따라 일찍 출근한 것이었다. 월급도 안 나오고 세상은 어수선하고... 남한 이대로 괜찮아요? 어떻게 헌재를 습격한대? 자유로워도 너무 자유로워.”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에요...” 하긴, 청년들은 무서울 게 없지. 옛날에 나도 그랬으니까.” 네?” 영인은 반백의 이모님이 조선족이었단 걸 상기했다. 내가 천안문 광장 한복판에서 그랬거든.” 탱크맨 사진으로 유명한 그 천안문 말씀하시는 거 맞죠?” 그건 2차고 난 1차 때. 마오 주석 살아생전이었는데 아마 젊은 친구들은 모를 거야.” 영인은 직장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온 이모님이 홍위병이었단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당시 교통비며 숙박비며 모든 비용을 정부가 제공하겠다며 청년들을 호출했어요. 때마침 공부는 하기 싫지, 집에선 부모님이랑 싸우기나 하지, 나 같은 애들이 얼씨구 좋다구나 하면서 천만 명 넘게 베이징으로 몰려들었어요. 중국 스케일 알잖아.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지.” 영인은 대한민국의 홍위병 탄생 배경을 막연하게나마 중국에 대입해보았다. 잘못된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가 청년들에게 주인이라는 의식을 쥐어주면 생기는 일... 평소에 날 무시하던 선생님을 조리 돌림할 수 있어 좋았고, 권위의식으로 뭉친 정치인들을 조롱할 수 있어 짜릿했지. 그 때 나는 내가 대단한 혁명가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나 같은 청년에게 쏟아지니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믿었어요. 한국의 청년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자신이 정의를 도태시켰단 걸.” 이모님은 그걸 깨달은 계기가 있나요?” 문화대혁명이 십년이나 지속됐잖아. 마오 주석은 나중에 우리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지 농촌으로 보내버렸어요. 공부해야 할 나이에 십년간 혁명만 해댔으니 그 시기 문맹률이 40%가 넘었어. 대학입시까지 취소되었으니 그야말로 나라 교육 꼴이 엉망이었지.” 소속감이나 정체성이 옅은 청년들일수록 지도자의 말을 부르심처럼 받들게 되는 걸까? 마치 자신들이 기득권 권력의 한 축을 부여받은 것 마냥 집단의 익명성에 숨어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걸까?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5.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