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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공격과 호르무즈 봉쇄에 러시아는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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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의 이란 공격이 야기한 호르무즈 봉쇄로 대박 난 러시아 상황을 보여주는 듯한 푸틴 대통령의 표정.   이코노미스트 3월 13일 미국의 이란 공격이 야기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러시아에 ‘대박’을 안겨 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고객인 인도와 중국의 많은 정유업체들은 미국이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최대 민영석유기업 루코일에 대한 제제를 실행하기 전인 지난해 11월께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중단했다. 이에따라 러시아는 올해 2월까지 원유 수출량이 20%나 줄었고, 이와 맞물린 석유·가스 수입이 지난해보다 44% 감소했다. 그 결과 불과 두 달만에 러시아 재정적자가 3조 4000억 루블(약 63조 9200억 원)로 급증했고, 이는 2026년 전체 목표치의 90%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미국의 이란 공격 전까지 지지부진했던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수입 추이. 단위:조 루블 호르무즈 봉쇄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과 수요 급등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브렌트유(북해에서 생산되는 저유황 경질 원유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함께 국제 유가 기준 역할) 가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의 평균수준으로 회복됐다. 만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더 길어진다면 러시아는 2022년과 같은 대박”(windfall 횡재)을 터뜨릴 수 있고, 이는 서방이 동결한 30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중앙은행 해외자산(외환 보유고)을 만회할 만큼 충분한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글로벌 경제 및 개발프로그램 담당 수석연구원인 로빈 브룩스는 분석했다. 미국, 대러 제제 완화···우크라 전쟁에도 영향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와 함께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미 유조선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를 모든 국가가 구매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조치를 연장했다. 그에 앞서 미국은 지난 5일 인도 정유업체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30일간의 제재 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바로 그 다음날 오만 해안의 소형 선박들로부터 러시아산 원유를 몰래 선적하기 위해 트랜스폰더(신호 송수신장치)를 끄고 작업을 마친 뒤 중국행의 다른 ‘위장선’에 그것을 옮겨 실을 예정이던 홍콩 선적의 낡은 유조선 ‘사라’는 갑자기 항로를 바꿔 인도 서부의 정유시설로 향했다.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15%가 페르시아만에 갇히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러시아산 석유 거래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면 그 최대 수혜국이 러시아가 될 수 있고, 즉시 러시아와 거래를 재개할 중국과 인도도 ‘대박’ 덕을 보게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경제상태 전반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세계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59달러로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공급 과잉’을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지금 국제 유가는 100달러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 유가 급등이 미 국내 인플레를 자극하고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경우의 정치적 타격을 걱정하는 트럼프는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재고물량이 쌓여 있는 러시아에 다급하게 손을 내민 꼴이 됐다. 미국의 베네·이란 공격, 오히려 중국애 수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제재로 석유 수입이 줄고 경제가 침체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던 전시경제체제하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에 찾아 온 행운이었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의 러시아 연방 예산 적자행진. 단위:조 루블.  이코노미스트 3월 13일  러시아에게 미국-이란 전쟁이 가져다 준 즉각적인 이점은 제재 등으로 구매자가 줄어 바다 위 저장시설에 쌓여 있던 막대한 원유 물량을 처분할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인도는 이미 원유 구매량의 약 50%를 늘림으로써 러시아의 해상 재고 원유를 10% 이상 줄여 1억 2200만 배럴로 낮춰 주는데 기여했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도 증가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가 세계최대 석유 매장량을 지닌 베네수엘라와 세계 4위 석유매장국인 이란을 공격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들 나라와 거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라던 일각의 해석은 결과적으로 근거없는 낭설이 되고 오히려 정반대 상황으로 사태가 귀결된 셈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도 러시아산 원유 거래에 관대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미국-이란 전쟁 전까지 급속도로 늘어나던 러시아 원유 해상 재고량이 전쟁 발발 이후 급감하고 있다. 단위:백만 배럴.  이코노미스트 3월 13일 배럴 당 10달러 오르면 러 수출액 28억 달러씩 늘어 이런 변화가 러시아에게 가져다 줄 이익을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짚는다. 그것은 원유 가격 상승, 서방의 제제 완화, 중국의 잠재적 지원이 그것이다. 첫째로, 석유가격을 보면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원유공급 부족으로 러시아산 등 대체 원유 수요가 급증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대부분의 중동산 원유와 품질이 비슷한데다 더 싸고 정제하기 쉬워서 페르시아만 원유의 주요 고객인 아시아 정유업체들에게 다른 지역 원유들보다 더 매력적이다. 그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재로 한때 크게 값이 깎였던 인도행 우랄산 원유가격이 브렌트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에 브렌트유에 비해 낮았던 인도 서부행 러시아 우랄산 원유 배럴당 가격이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을 넘어섰다. 가로선 0 위는 브렌트유보다 비싼 것, 아래는 싼 것을 나타낸다.  이코노미스트 3월 13일 러시아산 원유를 많이 구매하는 중국의 독립 정유업체들(이른바 티팟 정유업체들 teapot refineries. 주로 산둥반도에 있는 중국의 소규모 정유업체들)은 ‘트리거 프라이싱’(trigger pricing. 손절매 주문이나 매수 정지 주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정하는 특정가격) 방식으로 구입대금을 지불하는데, 이는 호르무즈 봉쇄로 브렌트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정유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공급업체에겐 최고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 러시아 석유회사 가스프롬 네프트 출신의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브렌트유 가격이 한 달 동안 배렬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액은 28억 달러씩 증가하고 그 중의 약 16억 달러가 푸틴의 크렘린궁 수중에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배럴당 59달러의 유가를 상정했던 2026년 러시아 예산안에 엄청난 호재가 돼 푸틴이 우크라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게 해 줄이고,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전시경제체제 호전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로 서방의 대러 제제도 완화 둘째로, 서방의 대러 제재 완화는 호르무즈 봉쇄가 이어질 경우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된다. 트럼프의 대러 제재 완화 조치는 미국 및 다른 G7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 수출에 대한 해상운송 서비스 전면 금지를 제안했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그러잖아도 EU 집행위 조치를 반대했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그 제안이 통과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임박한 가스 부족사태로, 유럽 국가들이 내년부터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중단하기로 한 약속을 파기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파이프를 통해 LNG를 공급받아 온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2027년부터 이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LNG 대량 생산국인 카타르 등이 자리잡은 페르시아만이 호르무즈 봉쇄로 LNG를 외부로 내보낼 수 없게 될 때 EU 집행위가 그런 나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제 코가 석자’ 처지이기도 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완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3월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세계 석유·가스 시장 상황에 대한 회의를 열고 있다. 2026.3.9. 타스통신 연합뉴스 러-중 시베리아산 LNG 파이프라인 건설 촉진 셋째로, 호르무즈 장기 봉쇄는 LNG의 3분의 1을 페르시아만에서 수입하는 중국을 러시아에 더욱 밀착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거의 4개월치 수입량에 해당하는 13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장하기 어려운 가스 비축량은 40일치에 지나지 않아, 호르무즈 봉쇄기간이 길어지면 유럽, 일본 등 다른 구매국들(아마도 한국도 포함해서)과 치열한 LNG 현물확보 결쟁을 벌여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러시아 시베리아산 LNG를 가스파이프를 통해 육로로 공급받는 것이 매우 유리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러시아는 중국이 시베리아산 LNG 수입용 2600km 길이의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하도록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로비를 펼쳐 왔다. 이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면 러시아산 LNG의 대중국 수출량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두 나라는 지난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가격과 물량 약정, 구매 의무 조건 등과 관련한 이견으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호르무즈 봉쇄로 중국이 러시아에게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도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두 나라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북극권의 대규모 LNG 개발 프로젝트에 협력하게 될 수도 있다. 대박은 일시적 행운, 오래가진 못할 것” 그러나 러시아에 찾아 온 이런 행운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테인 구스타프슨 미국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러시아에 찾아 올 ‘횡재’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며, 러시아 석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끊임없는 공격으로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신규 시추에 배정된 얼마 안 되는 자본조차 시설 보수에 전용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미 진행돼 온 제재, 저유가, 그리고 과도한 세금 징수는 업계의 신규 생산 투자 능력을 악화시켜,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예비 생산능력이 하루 30만 배럴에 불과하다며,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하루 1000만~1500만 배럴의 공급 부족분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 LNG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는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높아진 유가가 러시아 석유 회사들에게 장기적으로 생산량 증대를 위한 여력을 제공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페르시아만 위기가 길어지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으며, 이는 수요를 감소시키고 석유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고유가로 얻게 될 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 게다가 크렘린궁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 투자금을 전용할 가능성이 높아 에너지 생산량 증대 여지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페르시아만의 혼란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붕괴를 초래해 산유국들간 경쟁을 격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이 러시아에게 일시적 행운을 안겨 주긴 하겠지만 판도를 바꿀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서방이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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