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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과 관계로부터의 벗어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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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평론가 미야케 쇼의 신작 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어를 버리고 일본에서 일본어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영화이다. 심은경의 일본 영화 출연은 이번으로 이후 여섯 편째이다. 심은경이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지 알 수 없듯이 미야케 쇼가 이 영화를 왜 이렇게 찍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시나리오 작가인 영화 속 주인공(심은경. 이름이 Lee인 것으로 나와 있지만 영화에서는 한 번도 이름이 언급된 적이 없다)이 영화 속 감독과 함께 자신들의 영화 GV(Guest Visit), 곧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장면에서 역시 우오누마라는 이름의 교수 혹은 평론가(사노 시로)가 영화 속 영화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야말로 의 의도, 곧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찍었는지’의 일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화 속 평론가 우오누마는 이렇게 말한다. 머리를 쓰기보다는 오감이 자극받는 영화더군요. 몸 전체로 느끼는 영화인 거죠. 무척 섹시하고, 에로틱한, 그래서 관능적인 영화입니다.” 영화는 곧 이 우오누마를 돌연사로 ‘죽여 버린다.’ 마치 늘 ‘그 따위’로 영화에 대해 인상비평만을 해대면 이렇게 된다는 식이다. 주인공 시나리오 작가는 우오누마의 쌍둥이 동생에게 조문하면서 집 안에 남아도는 카메라를 선물로 받고 혼자서 일본의 설국으로 (아마도 야마가타현 어디쯤?) 여행을 떠난다. 영화 은 바로 그 얘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작가가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 나갈 때 각본을 공부하는 학생 한 명이 질문한다. 쓰면서 상상하는 것과 (막상 나온) 영화는 다를 수가 있는데요, (첫 편집본) 영화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라고 묻는다. 주인공은 이렇게 답한다. 폭우 씬 촬영이 힘들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나는 별로 재능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실존의 조건에 대한 해석 보다 온통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 영화 영화 은 언뜻 보면 ‘영화에 대한 영화’인 듯도 보인다. 89분의 러닝타임 중 앞단의 30여분은 주인공 작가가 쓰는 시나리오의 이야기이다. 한 여성이 해변 마을로 여행을 온다. 처음엔 약간 불량해 보이는 남자와 동행했지만, 나중엔 혼자이다. 그녀는 해변에서 미소년 정도로 보이는 앳된 남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다. 둘의 뒤로는 오감을 자극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 속 영화는 이 영화를 본 남학생이 지적하듯 ‘여행 영화치고 밝지 않고 꽤 어둡다.’ 더 정확하게는 많이 우울하다. 미소년을 닮은 남자는 여성에게 지루하면 상상력이 많아진다며 저 멀리 곶에서 발견된 시체 얘기를 들려준다. 여자와 갓난아기 시신이 발견됐는데 문어가 뜯어 먹어서 아이는 거의 백골이 돼 있었다는 사연이다. 여자와 남자는 비 내리는 바다에서 수영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물고기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고 남자는 마치 여자를 위해서라는 듯 더 멀리, 더 깊게 바닷속으로 나아간다. 먼저 바다에서 나온 여자는 백사장에서 흐리고 어두운 바다 멀리 남자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바라본다. 불안하다. 무슨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 영화 속 영화는 중단된다. 어떻게 됐을까. 사람들의 오감은 어떤 답을 내리고 있는가. 미야케 쇼는 답은 당신 안에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은 익명성과 ‘덜어내고 비워 내는’, 말(言)에서 멀어지고 단어(語)의 명확성을 의도적으로 뭉개는 영화이다. 주인공 이름은 물론이고 극 중 배역 이름이 한 번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영화는 공간의 예술인데 이 영화는 단 한 번도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어디인지 의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바닷가 촬영은 고즈시마, 겨울 촬영은 야마가타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으로써 고립과 고독의 이미지와 느낌을 극대화하고 (영화 속 영화의 남자가 바닷속 깊이 헤엄치려 하듯이) 그 안으로 더더욱 깊이 들어가려 한다. 인간이 고독하다는 것은 마치 진리처럼 퍼져 있는 명제이지만 그것의 실체를 느끼려면 의도적으로 많은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사물을 설명하는 것, 상대에게 나를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것, 그런 등등을 다 없애 버리면 일상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지만, 대신 상상력이 좋아지고 그럼으로써 인간과 세상이 갖는 실존의 조건들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미야케 쇼의 이런 얘기는 맞는 것인가. 그의 영화 은 그 점에 대해서도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해석 ‘따위’보다는 오감이 먼저라는 듯, 살벌하리만큼 아름답고 수려한 바닷가 모습, 설국의 눈밭 풍경 등등을 풀 쇼트와 심지어 부감 쇼트로 나열해 나간다. 어쩌면 인생의 여행이 던지는 질문과 답은 여행의 나날이 이어지는 그 한가운데에 불현듯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진짜 인생에는 ‘충동에의 의지’ 같은 것이 필요치 않을까? 주인공은 설국이 펼쳐지는 한 외진 마을의 다 쓰러져 가는 여관에 며칠 묵는다. 주인공은 행복은 무엇일까요, 라고 묻고 여관 주인 벤조(츠츠미 신이치. 벤조라는 이름은 여관 간판으로 스치듯 나온다)는 좋은 일이 갑자기 생기거나 갑자기 부자가 되는 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에 대한 만족감 역시 그런 것일 수 있다. 갑자기 찾아오는 통찰, 혜안 같은 것이다. 인생의 답은 분석이 아니라 번개처럼 머리를 치고 가는 인사이트 같은 것이다, 라는 것이 이 영화가 얘기하려는 핵심이다.   각본가답게 주인공은 주변 사물을 꿰뚫는 척한다. 토끼 이름을 ‘뾰짱’이라고 한 것을 보면 아이가 있었을 것이라는 둥, 안쪽 문의 그림을 누가 그린 것이냐는 둥 자세히도 뜯어 본 상태이다. 이 여관에 대한 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사전에 알아야 할 것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그 같은 스토리의 ‘빌드업’, 곧 이론화라는 것은 인생의 진짜 사건을 만들지 못한다.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서 결국 진짜의 인생을 사는 것은 마치 ‘충동에의 의지’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과 늙은 여관 주인 벤조는 옆 마을의 큰 저수지에서 ‘황금투구’라는 비싼 잉어 (해외에서 수백만 엔에 팔린다)를 몰래 훔쳐 온다. 둘은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 황금투구 잉어는 얼어 죽는다. 욕망이 과도하면 (평론가가 영화를 두고 관능적이라느니 얘기하면 어떻게 되는 가를 보여 주듯) 잉어도 죽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 부분은 영화 이 보여주는 가장 코믹한 에피소드이다. 좌초된, 막혀 있는, 포획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성찰 미야케 쇼가 일본 현대영화계의 어떤 존재인지는 파고들 필요가 없다. 대중 관객들은 감독이 누구이고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로 영화를 보지만은 않는다. 영화는 자기가 느끼는 대로, 오감이 주는 만족감으로 보는 것이다. 은 작가로서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은 주인공이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중간에 여관 주인 벤조에게 ‘난 끝난 건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홀로 남은 여관에서 잠깐 자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가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꿈을 꿨는데 차디찬 얼음물로 세수하고 나니 다 까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하루에 두 번 오는 기차를 타고 돌아가려 한다.   영화 은 모든 것이 (기억을 잃은, 그래서 기록이 의미조차 없는) 꿈과 같은 인생에 관한 얘기이다. 살면서 스스로가 좌초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무언가에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과 글 그리고 관계들에 지나치게 ‘포획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다. 그런 데서 잠시나마 벗어나 보자고 얘기하는 영화이다. 그 점에 동일화할 수 있다면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 영화를 누가 지루하다고 했는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성찰을 위한 영화이다. 10일 전국 개봉한다. 당연히 스크린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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