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 현대차 CEO, 기후테크, 2025 전망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2025년 새해 첫 칼럼을 하루 늦게 보내드립니다. 뭔가 자료를 찾기 시작하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 들어가서 리서치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원고는 제 시간에 못 쓰고 ‘자습’만 열심히 하게 됩니다. 호기심이 많은 제 성격 탓도 있고, 최대한 마감을 미루고 싶은 뇌의 조종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사실 요즘처럼 미디어와 콘텐츠 업계의 미래가 변화무쌍한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나날이 AI기술 발전으로 인해 배워야 할 학습량이 늘어납니다. 챗GPT를 포함한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생산량도 달라지고 생산된 작업물의 퀄리티도 달라지는 게 확연히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를 써서 콘텐츠의 생산량을 늘려야 할지, 아니면 콘텐츠의 깊이와 폭을 더욱 좁혀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됩니다. 결국엔 두 가지를 다 해야하겠지만, 예전에는 접하기 힘들거나 언어의 장벽이 있었던 지식콘텐츠가 거의 공짜로 무한 제공되는 시대로 접어들다보니, 앞으로는 ‘최적화된 아카이빙’을 제공해 독자들의 시간을 줄여주는 데 포커싱을 해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사업적 기회들은 모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CEO들이 각각 비슷한 이유로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3가지 픽을 갖고 왔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의 첫 블룸버그 인터뷰
먼저,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신임 CEO의 블룸버그 첫 TV 인터뷰와 기사가 눈에 띄어 그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블룸버그나 FT에서 한국 기업의 기사를 보기란 흔치 않으며, CEO 인터뷰를 본 적은 더구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호세 무뇨스 CEO의 7분 42초짜리 동영상 인터뷰와 함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제목은 ‘현대차 CEO,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는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에 좋다고 말하다’ 및 ‘트럼프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어깨 으쓱’ 입니다. 그는 일론 머스크 CEO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간의 긴밀한 관계가 오히려 자동차 업계에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세금 공제(7500달러)를 철회할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현대차는 IRA나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에 투자했다”고 강조하며,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55억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 역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 결정된 것임을 상기시켰습니다.
무뇨스 CEO는 “미국은 현대차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생산을 현지화하는 것이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는 미국 내 판매량이 2024년 4%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성장의 핵심이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900억달러(약 130조원)를 투자해 전 세계에 21종의 새로운 전기차와 14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젊은 운전자를 유치하고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아마존의 자동차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무뇨스 CEO는 “이로 인해 자동차 구매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온라인 판매가 미국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소매업의 미래도 크게 달라질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전직 닛산 임원이자 경쟁자로서 혼다와 닛산의 합병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전기차, 훨씬 더 많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단일 OEM들이 투자해야 하는 기술적 옵션이 훨씬 더 늘어나서 힘든 상황”이라며 “생태계, 파트너십, 내부의 역량과 기술개발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미래 기술은 결국 혼자서 가능하다”며 에둘러서 합병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음을 표현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수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에서 시장경쟁력을 잃고 철수하고 있는데, 왜 현대차는 이 시점에서 왜 중국에 투자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현대차는 현지 파트너인 BAIC 자동차와 함께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합작 사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 질문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핑퐁이 오갔는데, 무뇨스 CEO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경쟁사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고 겸손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배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블룸버그TV 인터뷰를 보면서, 현대차그룹의 외국인 CEO 발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현안에 대해 CEO로서 유연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그동안 국내기업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오너 중심 기업문화에서 고용직 CEO들이 미디어에 등장한다는 것은 ‘튄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미디어가 없이는 기업을 제대로 알리는 PR이나 마케팅이 불가능한 시기에, CEO는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한 콘텐츠이자 마케팅 도구입니다. 무뇨스 CEO의 영어 접근성(사실 그의 영어발음이 유창하지는 않았습니다), 전 세계를 시야권에 두는 인사이트, 혈연과 지연에서 자유로워 국내 조직문화의 관료성을 타파할 수 있다는 점 등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게’ 바뀌겠지요. 앞으로 국내 기업에서도 제2, 제3의 외국인 CEO가 등장할지 궁금합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의 기후테크 투자
두 번째 소식은 블룸버그 그린의 ‘팟캐스트’에 나온 기후기술 투자 동향에 대한 소개입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에서 7년 동안 기술의 과학적 타당성과 사업가능성을 평가하는 에릭 툰(Eric Toone) 전 듀크대 교수의 인터뷰입니다. 브레이크스루는 초기단계 기후기술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투자기관 중 하나로, 120개 이상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습니다.
팟캐스트에서는 탄소 제거, 전력망, 핵분열 및 핵융합, 수소 등 다양한 분야의 잠재성과 한계가 논의됐습니다. 먼저 전 세계에는 800개의 탄소제거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그는 먼저 탄소 격리(sequestration)와 제거를 위한 시장과 탄소를 자원(resource)이나 시약(reagent)으로 생각하는 시장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클라임웍스나 카본 엔지니어링 등이 실행하는 탄소 제거는 고비용(톤당 500~1000달러)이 문제인데, 엄청난 비용을 들여 포집을 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없다고 합니다. 불확실성과 수요의 부족으로 시장이 만들어질지 미지수입니다.
그리드(Grid) 전력망 투자의 경우, 확장과 운영의 복잡성이 과소평가되었으며, 특히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력 시스템의 통합이 과제로 지적됐습니다. 기존 그리드의 4배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에서 새로운 전송 권리 허용에 약 16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드 전력망은 인류가 만든 기계 중 가장 크고 복잡한 기계라고 봐야 하며, 그리드 확장 전에 이 그리드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이 분야는 충분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언급된 것이 핵분열과 핵융합입니다. 기존 핵분열은 비용과 안전 문제가 크지만, 중국이 주도적으로 건설 중입니다. 전 세계에서 약 60개의 원자로가 건설중이며, 그외 약 100곳 정도가 계획중에 있다고 합니다. 핵융합에 대한 언급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브레이크스루는 5곳의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현재 전세계에는 약 20곳의 핵융합 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핵융합은 기술적 진전을 통해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소 기술에 대해 에릭튠은 에너지의 ‘스위스 군대 칼(Swiss Army knife)’이라고 표현합니다. 다목적 에너지원으로서,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응용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전기 비용과 전해조 기술 개선이 수소 가격 인하의 핵심이며, 천연 수소 자원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듣다보면, 기후 기술의 갈 길은 매우 험난하며,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며, 진짜 ‘브레이크스루’ 기술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수많은 구조조정이 벌어지겠구나 싶습니다. 역시 ‘전환’은 어렵습니다.
2025년의 불안한 전망
마지막 소식입니다. 2025년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망입니다. 나쁜 소식은 지속가능성 부서의 예산 및 채용 동결, 실적 부실입니다. 나이키는 지속가능성 팀의 3분의 1을 해고했거나 줄였습니다. 네슬레와 코카콜라 등 미국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 축소 목표시한을 연기했고, 셸과 BP 등 에너지기업은 넷제로 목표를 연기했고, MS와 구글 등의 배출량은 데이터센터로 인해 오히려 늘었습니다.
좋은 소식은 저탄소에너지, 운송 및 건설 기술 등이 점점 더 효율성이 높아지고 비용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경우 매출은 3분의 2 늘었지만, 2015년 이후 배출량은 절반 이상 줄였습니다. 월마트는 온실가스 10억톤 감축 목표를 예정보다 6년 앞당겨 달성했습니다.
물론 많은 지속가능성 담당자들이 지쳤습니다. 링크드인을 통해 조사한 650명 중 3분의 1이 지속가능성을 포기하거나 예상보다 일찍 은퇴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낙관적이라는 응답이 더 높기는 했습니다. 30세 미만의 낙관론(75%)은 30대(60%), 40대(62%)에 비해 더 높네요.
하지만 2025년 다양성 목표 후퇴, 지속가능성 성과 축소나 침묵 등은 예정된 미래로 보입니다. 격동의 시기, 지속가능성에 종사하는 이들은 어쩌면 마음의 근육을 더 단단하게 동여매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낙관론이신가요, 비관론이신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속도는 조절될 수 있지만,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별로 걱정되지도 않습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AI가 더 두려울 뿐이지요. 독자여러분. 2025년에도 임팩트온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여러가지 소식도 전해주세요.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박란희 대표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