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전략 실패···핵보유 인정 ‘차가운 평화’가 답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선노동당 제9차대회 4일회의가 2월 22일에 진행 됐다고 보도했다.대회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총비서로 재선되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26.2.23 연합뉴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1990년대 중반의 ‘북핵 위기’ 이후 35년간 지속해 온 미국 역대 정부의 북한(조선) 비핵화 전략은 실패했다며,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당면 현안들을 논의하는 ‘차가운 평화’(cold peace) 쪽으로 대북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전략은 실현 불가능”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국장(2004.12~2007.5)을 지냈고, 도널드 트럼프 1기 정권 때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되기도 했던(나중에 철회) 보수적인 한국계 미국인 정치학자 빅터 차(차유덕)는 ‘포린 어페어즈’ 2026년 5·6월호에 실린 기고문(4월 21일 게재)에서, 북한이 이미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 비핵화 전략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북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더라도 점점 더 핵무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북의 핵공격 등 확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과도기적 해결책으로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차가운 평화’(냉전적 평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미일 내부 핵심세력도 알면서 공개 발언 꺼려
빅터 차는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비핵화에만 집중하고 제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존 접근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많은 정책입안자들이 암묵적으로(implicitly) 이 생각을 받아들였지만, 워싱턴과 서울 도쿄의 내부(고위)인사들(insiders)이 이를 항복(surrender)과 다름없다고 여기는 통에 아무도 공개적으로 이를 제안하지 않는다”면서, 이상적인 완벽함(비핵화)을 추구하다 더 나은 결과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미국 보수세력 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대북 협상(달)론자들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 추정치 추이. 포린어페어즈 4월 21일
실패한 비핵화전략 고수하며 실패 더 키운 미국
그에 따르면 1차 북핵위기 이후 35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핵 개발에 대한 비관적인 에측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은 지금 50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고, 40~50개의 핵폭탄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거의 20종에 달하는 다양한 (핵탄두)운반체계를 개발했으며, 핵미사일 수중발사 핵잠수함과 요격미사일 회피 미사일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20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프랑스, 영국과 같은 규모의 현대식 핵무기 보유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핵 1차 위기 이후 35년간 미국은 7개의 행정부를 거치면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핵확산 저지논리에 기반한 대북 비핵화전략을 고수하면서 비핵화가 이뤄지면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비핵화 없이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주문을 거듭 외우고 있다고 빅터 차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재래식 무기 감축과 식량 및 에너지 지원 같은 점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신 원자로 가동 중단, 핵무기 및 핵관련 정보 공개, 개발 중단과 같은 양보를 한꺼번에 얻어내겠다는 생각을 고수하면서 제재를 통해 그것을 압박하는 전략에 줄곧 의존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북 핵무기 보유와 그것을 개발, 운용하는 기술력은 그런 식의 접근방식이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빅터 차가 보기에 이런 상황에서 기존 비핵화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미국의 실패를 더욱 심화할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키워 가고, 더 강력해진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처럼 미국의 적대세력을 돕기 위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지금 상황은 35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그는 본다.
오판과 긴장 고조 막기 위한 ‘대화 우선’의 새 전략
그는 북한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은 이제 먼 미래의 목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면한 국가안보 관련문제들 해결을 가로막지 않도록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으로부터) 미국 본토 보호, 미국의 적대국 수 줄이기, 북한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 최소화, 베이징과 모스크바 및 평앙 간의 관계 약화”를 염두에 두고 평양과의 군비통제 협정, 핵실험 및 미사일 생산 제한, 위기관리 메커니즘, 그리고 핵무기 또는 핵기술 이전 금지 등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미국과 북한의 ‘차가운 평화’(cold peace), 곧 관계 정상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판과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공개적인 대화를 우선하는 관계”를 맺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는 당분간 불가능한 일”이며,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해롭다. 현실을 인정하고 대북전략을 재조정해 즉각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서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과의 열전을 피하는 ‘냉전적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빅터 차는 주장했다.
포린어페어즈에 실린 빅터 차의 기고문 제목과 관련 이미지 그림. 포린어페어즈 4월 21일
북핵 합의 파산은 미국보다 북의 핵 집착 탓?
그는 북한이 김일성 집권 당시부터 3대째 세습인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본다. 그 자신이 미국 대표단 부단장으로 참석한 2006년의 베이징 6자회담 때 그는 북한 참석자 중의 한 사람한테서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사람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을 받은 것은 그들 나라에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그같은 운명을 자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김일성이 중국 동북지역에서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하다 일본이 원자탄 두 발을 맞고 항복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시작됐고, 1959년 당시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와 핵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다음 해 마오쩌둥에게 핵무기 지원을 요청(거절당했다)했을 때부터 영변 핵시설 단지를 만들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고 빅터 차는 썼다.
1994년에 빌 클린턴 정부 때의 1차 북핵 위기와 미국의 영변 핵시설 공격 계획,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중재를 거쳐 극적으로 타결됐던 ‘북핵 합의’가 흐지부지 되고 결국 2002년 완전히 결렬되기에 이른 원인도 빅터 차는 미국 탓이 아니라 북의 줄기찬 핵 개발 야심 탓이라고 본다. 다수의 관찰자들은 당시 북핵 합의의 파탄은 조지 부시 대통령 내의 강경파들이 클린턴 정부 때의 성과를 무산시키기 위해 꾸민 책략 탓이라고 분석했지만, 실제 원인은 평양이 우라늄 기반의 대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비밀리에 구입한 것이라고 빅터 차는 주장한다.
2005년에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해체하는 대가로 미국 쪽이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하고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 지원, 지역 안전보장을 약속했던 제2차 북 비핵화 합의(9.19 공동성명)가 파탄난 것도 마찬가지라는 게 빅터 차의 주장이다. 그때 북은 영변 원자로 일부를 폐쇄하고 냉각탑을 파괴했으며, 원자로 운영기록과 장비 샘플을 처음으로 제출했고, 미국은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그 합의는 얼마 가지 못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 원인을 2008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쓰러진 데다 조지 부시 정권이 고집을 부린 데서 찾았으나, 빅터 차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으려 했고, 시리아의 비밀 핵 원자로 건설 시도를 지원했으며, 수년간 부인하다가 2009년에야 인정한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시험 동결을 조건으로 식량과 인도적 지원, 경제 지원을 약속했던 2012년 2월 29일의 ‘윤일 합의’(Leap Day Deal)가 몇 주 뒤 무너진 것도 북한이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뒤 2013년 초 소형화되고 위력이 더 강해진 핵무기 발사시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빅터 차의 생각이다. 그때 미국은 북한의 무역, 기업, 정치 지도자, 금융거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 북을 약 5년간 고립시켰다.
2018년, 20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도 그 직전에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하는 등 북의 핵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다. 2023년에는 핵무기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핵 능력을 대폭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국회)에서 정부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절대 불가역적 지위를 계속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본토 공격 막으려면 지금 대화를 시작해야”
이유와 경위가 어떠했건, 빅터 차는 이런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비핵화에만 집착하면서 제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존의 접근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한미일의 많은 정책입안자들이 알고 있고, 대북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는 투항자(surrender)라는 비난을 사기 십상이기에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고 빅터 차는 지적했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이미 위협적인 핵 보유국이 된 북으로부터 자신이 사는 미국 본토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30여년 간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예전의 희박한 가능성에서 현실적인 위협으로 진화했다.
미 국방부와 여러 정보기관이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는 미국 본토까지 가 닿을 수 있다. 평양은 이미 미국의 방어체계를 압도할 만큼 충분한 발사대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핵 전문가인 액킷 팬더가 지적했듯이, 북한이 보유한 15~20대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각각 ICBM 1발씩 탑재)는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이들 미사일 지상 요격체제 44대의 미사일들을 소진시킬 수 있다.(미사일 1발에 대한 방어에는 최대 4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의 핵탄두 ICBM 보유량이 향후 10년 안에 50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방어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기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차세대 요격 미사일 추가 배치 계획은 2035년까지 64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해 유인 탄두를 장착하거나,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형 핵탄두를 다수 탑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의 북핵 방어력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빅터 차가 보기에 북한 비핵화가 장기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북의 탄도미사일 시험, 배치, 확산 및 핵물질 생산을 제한하기 위한 대화를 지금 시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미국은 대적해야 할 적의 수를 줄여야 한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그리고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을 포함한 이란의 대리 세력, 이른바 ‘저항의 축’) 등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적’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의 방어력은 더욱 취약해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에 배치된 일부 패트리어트 미사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사드), 드론을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친분을 쌓음으로써 대북 접근을 시도했으나, 비핵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핵실험 금지, 군비 통제, 정치적 관계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불가능했다. ‘차가운 평화’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더욱 즉각적으로 부합할 것이다. CSIS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 미사일 발사, 핵실험, 군사적 도발 횟수가 실제로 감소하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구축함 최현호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와 반함선미사일 3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4.14. 연합뉴스
재래식 무기 약세인 북 핵 쓰지 않으면 진다”는 강박
아시아 전역에서 핵 선제공격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재고하게 만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떤 분쟁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겠다고 공언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핵무기 증강에 착수했다. 북한도 더욱 공세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평양은 2022년에 재래식 분쟁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용의가 있으며, 적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아닌 경고만으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최고 지도부가 제거될 경우 핵무기 발사 권한을 지휘 계통을 따라 위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의 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지는(use or lose)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핵 교리를 공개하지 않지만, 캐나다 정보과학연구소(CSIS)가 1998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 국영 통신사의 핵 관련 발표를 분석한 결과, 핵무기 보유를 통한 억지력 유지와 같은 기존의 방어적 차원에서 전쟁 때 전술적 공격에 핵무기를 활용하는 공격적 차원으로 초점이 이동했다는 걸 발견했다. 재래식 군사력에서 훨씬 더 강력한 미국과 한국에 비해 취약한 북한이 핵전쟁으로 신속하게 확전을 추진할 동기는 더욱 커진다.
북중러의 밀착을 막기 위해서도 북과 대화해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위기 관리 핫라인 설치를 미뤄왔다. 그러나 미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초래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빅터 차는 주장한다.
현재 미국은 남북한 접경 지역의 비무장지대에서 전화를 걸거나(북한 측은 거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뉴욕의 유엔 본부에 있는 북한 사무실 문 아래 틈새로 편지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만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개봉되지 않은 채 반송된다. 2025년 트럼프 정부는 북한 사무실에 직접 편지를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 외교관들은 수령을 거부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어찌 핵전쟁 위험을 막겠느냐는 것이다.
확전 위험을 낮추기 위해 미국은 6자회담 때 약속했던 핵무기 선제공격 금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북한 핵시설을 선제공격하거나 지도부 제거를 위협하는 ‘킬 체인’ 계획과 같은 공격적인 억지전략의 일부를 완화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다. 대신에 워싱턴과 동맹국들은 고밀도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핵무기 탑재 가능 전투기 및 잠수함의 한반도 정기 순환 배치, 북한의 공격에 대한 정밀하고 고도화된 재래식 군사대응 위협 등을 포함하는 ‘거부형 억지’(deterrence by denial)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쓰지 않으면 진다”는 북한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공격적인 위협을 자제하면서도 강력한 동맹국의 보복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도 억제할 수 있다고 빅터 차는 썼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특히 모스크바와 평양의 긴밀한 관계 심화를 그는 매우 우려한다. 러시아가 2024년에 북한과 체결한 방위협정은 1990년에 한국과 소련의 관계 정상화 이후 양국 우호조약에서 삭제되었던 냉전시대의 안보보장을 복원한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무기 기술, 특히 ICBM과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선제공격에도 불구하고 무기고를 유지하고 보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탄약 및 드론 산업, 미사일 시스템 강화를 지원해 왔다. 중국 시진핑 주석 역시 북에 대한 지지를 강화해 왔다. 시진핑은 2025년 9월 중국 전승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을 푸틴과 동등한 위치에 앉혔다.
빅터 차는 미국이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서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북한이나 러시아에 제재 해제와 같은 긍정적인 유인책을 제시하거나, 세 나라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는 역정보를 확산시킬 수도 있고, 북한-모스크바 동맹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나토와 유럽연합의 적으로 지정해 북한이 전통적 강대국에 포위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극할 수도 있다.
어쨌든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고 평양과 안정적인 차가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바라는 것과 북한이 바라는 것은 다르다. 빅터 차는 지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받는 북한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워싱턴에 양보할 동기가 훨씬 줄었을 것으로 본다. 과거 미국이 북한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했던 당근책들도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북한은 대사관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연락사무소 교환에도 더는 관심이 없다. 과거 북한은 연락사무소 교환을 정통성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이미 뉴욕에 유엔 사무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락사무소 설치는 워싱턴이 북한 내부로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줄뿐 실질적인 이점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빅터 차는 북한이 정말 바라는 것은 한반도 주둔 미군의 감축이라고 본다. 동맹국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안보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주한 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에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전시작전 지휘권을 반환받아 한반도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을 감축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공군과 해군력을 증강하고, 핵잠수함, 우주 및 정보 감시, 인공지능 기반 전쟁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미국 언론은 미국이 한국에 주둔 중인 3500~4500명 규모의 순환 배치 여단을 영구 철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계적 군비 감축, 다연장 로켓 발사기 배치 제한, 드론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둘러싼 북한과의 협상과도 연계될 수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억지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즉시 북한 정권을 제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정책에 명시해야 한다. 빅터 차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일본, 미국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일본의 해상 이지스 플랫폼과 한국의 지상 사드(THAAD) 시스템 간의 원활한 추적 연계, 탄도 미사일, 저고도 순항 미사일, 드론 편대의 동시 공격 대응 훈련, 그리고 요격 미사일 공동 생산 등이 포함된다.
빅터 차는 세 나라 모두가 집단방위선언에 동의해 어느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이 세 동맹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동맹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빨치산) 창건 94주년을 맞아 인민군 서부지구 기계화보병사단관하 연합부대를 축하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여단 전체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부대 군인들과 함께 체육 경기도 관람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6.4.26. 연합뉴스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이 새로운 전략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빅터 차도 알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미국이 수십 년간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끝에, 평양으로부터 의미 있는 상호 대응 없이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군사 행동 위협을 제안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란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다. 미국은 2025년 6월 이란의 핵시설 파괴를 시도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 과, 올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의 여러 고위 정치 지도자들을 무참하게 제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에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핵무기 보유국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운반 체계는 이란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표적 삼기 어려운 미공개 지역에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적 공격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이 군사공격을 고려했을 당시에는 미국이 최소한의 피해로 평양의 초기 핵 프로그램을 파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는 너무나 방대해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서는 제거할 수 없다. 또 중국과의 국경 인근 무력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베이징과의 더 큰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아주 작은 군사 행동의 징후조차도 위험한 긴장 고조를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파괴 위협이 김정은의 행동을 억제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고 우리 모두 죽는다 는 식의 대응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양심적인 미국 대통령이라면 누구도 미국 도시들을 파괴하고 수십만 명의 미국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확전을 피할 확률을 50%보다 높다고 보진 않을 것이라고 빅터 차는 본다.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차가운 평화’, 핵 확산 막기 위한 과도기적 필요성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 및 금융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의 무역, 암호화폐, 그리고 자금 흐름을 겨냥하면 정치 및 군사 지도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들거나, 심지어 정권 붕괴를 가속화할 만큼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재는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지만, 그러나 그 효과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집행기구 설립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중국과 북한의 양자 무역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5% 증가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양자 무역 통계를 정기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상업용 위성 사진은 북한과의 항구, 육로, 철도 국경에서 새로운 무역 활동과 건설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북한은 또한 세계와 단절된 상황에서도 자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3년이 넘는 코로나 19 팬데믹 때의 국경폐쇄 기간에 보여 주었다. 제재로 평양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다.
빅터 차는 기고문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만약 북한이 핵 보유국이 아니라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현실적으로 직면한 것은 미국의 본토 안보를 보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 확산(nuclear escalation)을 막기 위한 과도기적 해결책(interim solution)의 필요성이다. 차가운 평화는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점점 더 위험해지는 관계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