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에 원한 아베 신조 살해범에 종신형 선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8일 일본 서부 나라 시에서 유세를 마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야마가미 테츠야가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일본 나라 지방법원이 지난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5)에게 21일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고 NHK 방송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요청한 종신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피고인도 지난해 10월 재판 첫 날에 이미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야마가미는 2022년 7월 8일 서부 나라 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갖던 아베 전 총리에게 사제 권총의 방아쇠를 두 차례 당겨 숨지게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공공 생활에서 거대한 인물이었으며, 이 나라에서는 총기 범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백주 대낮에 그가 암살된 것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 BBC는 이날 선고를 앞두고 야마가미가 받아야 할 처벌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야마가미를 냉혹한 살인자로 보지만, 일부는 그의 불안정한 성장 배경에 공감한다.
야마가미의 변호인단은 관용을 구하며 그가 종교적 학대 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많은 재산을 통일교에 헌납함에 따라 가족이 파산했고,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가 논란이 많은 교회와 깊숙이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 뒤 아베에게 원한을 품게 됐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통일교가 신도들에게 무리한 기부를 강요하는 등의 의심스러운 관행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이 사건은 또 집권 자유민주당 정치인들과의 연계를 드러냈고, 여러 내각 각료들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한 차례만 제외하고 야마가미의 법정 심리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는 기자 스즈키 에이토는 야마가미와 그의 가족이 재판 내내 절망에 압도당한 듯 보였다 고 말했다. 스즈키는 야마가미가 세상에 지치고 체념한 것처럼 보였다 면서 아베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훨씬 전에 통일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야마가미는 지난해 10월 재판 첫날 모든 게 사실 이라면서 내가 이 일을 저질렀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마가미의 변호인단은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재판부에 요구하며, 그가 종교적 학대 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법원에 따르면, 그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부친의 생명보험과 기타 자산 1억 엔(약 9억 3165만 원)을 교회에 기탁한 일 때문에 원한을 품었다. 야마가미는 2021년 통일교 행사 도중 아베의 영상 메시지를 보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처음에는 아베를 공격하려던 것이 아니라 교회 경영진을 공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스즈키는 피고인이 아베가 중요한 타깃이 아니라고 말했을 때 미망인 아베 아키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을 떠올렸다. 스즈키는 아키에 여사의 표정이 내 마음에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면서 마치 그녀가 내 남편은 단지 종교단체에 대한 원한을 풀기 위한 도구였던 것일까? 그게 전부였어? 라고 묻는 것 같았다 고 덧붙였다. 그녀는 법정에서 낭독된 진술을 통해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면서 그저 그가 살아 있길 바랐을 뿐 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사망 1주기인 2023년 7월 8일 일본 도쿄 사찰인 조조지(增上寺)를 찾은 이들이 추모하고 있다. 이 사찰은 고려대장경 등 목판 인쇄물을 소장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AP 자료사진
통일교는 한국에서 설립돼 1960년대 일본에 진입해 정치인들과의 연계를 통해 신도를 늘렸다. 아베 전 총리는 신도는 아니었지만, 여느 일본 정치인처럼 가끔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의 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역시 전 총리였으며, 반공 성향 때문에 통일교와 가까웠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3월 도쿄 지방법원은 통일교의 종교 법인 지위를 박탈했는데, 신자들의 영적 평안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비싼 물건을 구입하도록 종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도쿄 고등재판소에서 2심이 진행 중인데 심리를 모두 마치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재판이다. 통일교가 수천 쌍의 커플이 참여하는 대규모 결혼식을 거행한 것도 논란을 일으켰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야마가미의 여동생은 어머니가 교회에 깊이 관여해 나와 형제자매들이 겪은 절박한 상황 에 대해 눈물 어린 증언을 했다고 스즈키는 돌아봤다. 그는 정말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이었다. 방청석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이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야마가미가 교회에 대해 품은 원한을 아베 전 총리에게 돌렸던 이유에 대해 논리의 도약 이 있다고 주장했다. 판사들은 그의 잘못된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을 관심있게 지켜본 이들도 야마가미의 개인적 비극이 그의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스즈키는 아베가 야마가미나 그의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탄핵하기가 어렵다 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야마가미 사건이 사회적 문제의 피해자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이 사슬은 끊어야 한다. 왜 그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퀸스 대학 벨파스트의 사회학자 우시야마 린은 야마가미에 대한 동정이 주로 통일교처럼 논란이 많은 종교에 대한 일본 내 광범위한 불신과 반감 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야마가미는 분명히 (통일교로 인한) 부모의 방임과 경제적 어려움의 피해자 였지만, 이것이 (그의 행동을)을 설명하거나 정당화하지 못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