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가 내란과 무관하다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이 침묵한다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건희가 내란과 무관하다는 내란 특검의 결론을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특검의 결론은 김건희가 내란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무죄 입증이 아니라, 내란 세력과 야합한 사법의 비호 속에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수사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일 뿐이다.
형사사법에서 물증이 없다 는 것은 당장 처벌하지 못한다는 뜻일 뿐, 그 사건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규명됐거나 의혹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내란처럼 국가의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 범죄에서는, 권력 핵심 인물을 둘러싼 다수의 정황과 진술이 존재한다면 이를 종합해 판단할 수 있도록 수사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검증의 과정 자체가 제도적으로 차단됐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수사를 맡은 주체가 아니라 수사 환경을 통제하고 제한한 사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
이번 특검 수사에서 반복된 영장 기각은 단순한 법률 판단의 영역을 넘어, 국민이 알고 있는 법 상식 자체를 배반한 결정이다. 이는 증거 수집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한 조치다. 사법부가 아무리 엄격한 요건 심사 로 포장한다 해도, 그 결과가 권력 핵심부에 대한 접근 차단으로 일관됐다면 이는 중립이 아니라 방조이며, 판단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김건희를 내란과 무관한 별개의 인물로 정리한 특검 발표는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절차를 앞세워 실체를 지워버린 절차적 무력화 의 결과다. 오죽하면 김건희에게 V제로 라는 호칭이 붙었겠는가. 영부인으로서 김건희의 실질적 영향력과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특검 결과는 끝이 아니라 미뤄진 판단에 불과하다. 내란 전담재판부가 설치되고 종합 특검이 본격 가동되는 순간, 지금까지 별건으로 구분되었던 물증과 진술, 통신 기록과 행위는 하나의 법률적 맥락으로 다시 연결된다. 그때 심판대에는 김건희 개인의 결백 여부뿐만 아니라, 권력형 범죄 앞에서 사법부가 어디까지 눈을 감고 책임을 방기해왔는가도 함께 오르게 될 것이다.
법이 침묵한다 해서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란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법부 스스로 빗장을 걸어 잠근 결과는, 사법이 내란과 무관하다는 주장 자체를 붕괴시키는 자기고백에 가깝다. 조희대의 사법부는 더 이상 내란의 심판자가 아닌, 내란 책임의 한 축으로서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