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 선거] ①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 돌풍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늘어만 가는 모든 뉴욕커들의 생활 비용을 덜어, 삶이 즐거운 뉴욕시를 만들겠다는 맘다니 후보의 상징적 제스처. (Zohran Mamdani for NYC)
뉴욕시 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Zohran Mamdani) 민주당 후보가 놀라운 선전을 펼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1월 3일 (뉴욕 시각)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맘다니는 2위인 전 뉴욕주 지사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 무소속 후보를 10%p 이상 앞서고 있다. 3위 커티스 슬리와(Curtis Sliwa)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맘다니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하 후보들에 대한 존칭 생략)
올해 만 34세인 맘다니는 5년에 가까운 뉴욕주 의회 하원의원 생활이 정치 경력의 전부다. 하지만 자신의 도시를 세계의 수도로 믿고 있는 뉴요커들이 그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의 성공 원인을 I 로 시작하는 단어로 정리한다.
첫째, Issue. 맘다니는 뉴욕시가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었다. 이슈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뉴욕은 세계의 수도는 아닐지 몰라도, 세계의 관심이 모이는 중심 도시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I Love New York 의 가사가 이를 잘 대변한다.
뉴욕, 뉴욕
잠들지 않는 도시
깨어보니 넘버 원, 순위 탑
언덕 위의 왕, 넘버 원
New York, New York
I want to wake up in a city that never sleeps
And find I m a number one, top of the list
King of the hill, a number one
뉴욕보다 더 자부심이 강한 도시가 있을까도 싶은데, 문제가 있다. 도시는 발전하는데 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 진다. 도시는 공간과 건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도시이다. 자부심의 화신 뉴욕에 사람들이 더 이상 살기 어렵다. 감당할 수 없이 높은 생활비 때문이다. 맘다니의 선거캠페인 슬로건을 압축하면 고비용 위기 (affordability crisis) 이다.
맘다니는 치솟는 주거비, 육아, 교통, 물가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유권자들은 맘다니에게 붙여진 사회주의적 민주주의(social democratic)라는 꼬리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또는 여러 난관을 뚫고 이민자로 정착한 뉴욕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 논리가 지금 뉴욕에서 통하고 있다.
정부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하기 위해 존재한다 가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 맘다니의 국가론이다. 삶의 질 문제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그의 정치 철학 또는 사상적 토대를 좌경으로 보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맘다니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 상대 쿠오모가 그를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로 몰고 있지만, 사상 문제로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념이 아니라 실존이 이번 선거의 쟁점이란 사실을 맘다니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 란 지극히 간단명료한 선거 구호를 선보였었다. 그를 42대 대통령으로 만든 4개의 단어라는 평까지 있다. 맘다니는 지금 시민의 일상이 문제 라며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데올로기의 범위는 중요성을 잃었다.
미국 정치에서 민주사회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버몬트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의 지지를 받고 있는 조란 맘다니. (Zohran Mamdani for NYC)
둘째, 맘다니의 강점은 Independence, 독립성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지만 민주당 어젠다에 갇혀있지 않다. 그의 정책안에 대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주류의 비판과 회의는 독립적 행동과 메시지가 가능한 제3 지대를 가능케 했다. 트럼피즘(Trumpism)에 기가 죽어 토론이 사라진 공화당과 방향성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그의 독립성은 신선하다.
맘다니는 민주당 소속인 뉴욕주 출신 연방 상원 의원 두 명의 공식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가 민주당 정책 노선에 발맞추어 걸어왔다면 이런 현실은 상상하기 어렵다. 민주당 지도층은 지금쯤 그를 헹가래 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 대신 보통사람들이 맘다니를 둘러싸고 있다.
기득권과 권력층이 아무리 공격해 와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는 맘다니. (DRM News 화면 캡처)
지난 10월 28일 그의 마지막 유세 연설의 제목은 우리는 굽히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Bend) 였다. 이 연설에서 1년 전 민주당 후보 지명전에 뛰어들었을 때 자신의 지지율은 1%였지만, 지금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맘다니는 변하지 않았다. 기득권 세력도 그대로다. 바뀐 것은 선거전(campaign)이 운동(movement)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선전이 하루 12시간 일을 마치고 나서 맘다니 후보를 알리기 위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손가락이 마비될 때까지 전화를 건 수만 명의 뉴욕 시민들이 주도한 운동 의 결과라고 했다. ( This was a movement powered by tens of thousands of everyday New Yorkers who knocked doors between 12-hour shifts at work and phone-banked until their fingers were numb.”)
선거전은 특정 정책을 바꾸거나 입안하기 위해 뭉친 이해, 이익 집단이 주도한다. 동질성이 중요한 진영, 캠프라고 부르는 이유다. 운동은 정치 문화와 지형을 변화시키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가치 아래 뭉쳐 행동하는 현상이다.
반면 운동은 진영이 필요 없다. 12시간 노동하고 집에 가는 길에 전단 한 장을 전봇대에 붙이고 가도 운동의 구성원이 된다. 선거전은 조직과 메시지 관리가 관건이지만, 운동은 큰 틀 안에서의 자발성과 자유로움이 힘이다. 이렇게 운동의 공동체가 형성됐다(community formed) 고 맘다니는 외친다. 선거 캠프는 당선자를 목표하지만, 운동은 문화를 만들어 간다.
뉴욕시장 선거 민주당 조란 맘다니 후보의 놀라운 선전을 반영하는 시사 주간지 ‘타임’의 2025년 9월 8일 자 표지. (TIME)
셋째로 Inspiration, 감동인데 운동의 동력이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오면서 하나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발 더 이상 정치 헌금을 보내지 말라고 호소하는 맘다니 후보의 득의만면한 메시지를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시장 선거 본선에서 후보들은 총 800만 달러를 쓸 수 있는데, 그의 캠프에 이미 이 액수가 모였다. 9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그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맘다니 정치의 감동 요소는 반트럼프 정서도 반영한다. 개인숭배 수준의 트럼프 추종, 국수주의와 배타성, 인종편견, 국제 질서 흔들기를 기둥으로 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대안 정치 운동은 지금 찾아보기 어렵다.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MAGA의 대안으로 이성적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정치 운동을 기대했었다. 4년 동안의 경제 수치로 보면 실제로 성장이 이루어졌고, 감세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두드러진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높은 물가 상승률과 가계 부채가 소득 증가와 정부 지원책의 긍정성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숫자로는 윤택해진 살림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현상을 바이든 정부는 극복하지 못했다.
또한 국경 통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민 절차 없이 미국으로 유입된 수백만 (공화당은 1000만 명 주장) 이주자들이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 분산됐다. 이들은 중산층에게 민감한 사회 안전 문제로 대두됐다. 결국 중산층의 정부를 표명한 바이든 정부는 중산층 이탈을 막지 못했다. 미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중산층의 불안 심리와 가계 부담에 대한 불만을 자극한 트럼프는 되돌아왔다.
지금도 트럼프의 막무가내 정치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이에 대한 조직적인 도전은 없다. MAGA가 동네의 유일한 게임이다 보니 딱히 즐기지 않아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몰린다. 맘다니가 이 단일 이념 (single ideology) 구도를 깨고 있다. 일단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이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구원자로 자신을 등장시키는 트럼피즘에 대한 대안으로 맘다니즘이 부상하고 있다.
맘다니의 메시지는 소득 증가가 핵심이 아니다. 정부가 시민들의 손에 무엇인가를 쥐여주겠다가 아니라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민들의 삶의 무게를 줄이겠다는 비전이다. 무거운 일상으로 어깨가 짓눌리고 몸이 쪼그라든 뉴요커들이 존엄성(dignity) 을 되찾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호소이다.
삶의 존엄성 회복을 외치는 맘다니의 캠페인을 9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돕고 있다. 사진 중앙이 맘다니. (Zohran Mamdani for NYC)
이를 위해 맘다니는 최근 트럼프에게 도전장을 던졌고, 그의 결기는 호응을 불러왔다. 트럼프와 일부러 싸우려는 마음은 없지만,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다. 생활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실제로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지 전화로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언제나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뉴욕시의 많은 사람들과 도시 구조 자체를 공격함으로써 뉴욕 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맞서 싸울 것이다.
…if you ever want to get on the phone to talk about how we can actually deliver on the promise that you made to the American people of lowering the cost of living, I’m always ready. But if you want to speak about how you can make life more difficult for New Yorkers, by coming after so many in this city and the fabric of the city itself, then I’ll be there to fight you.
전형적인 싸움판 넓히기다. 지지자들에게 전투가 더 중요해졌다. 맘다니는 쿠오모와 트럼프를 하나로 묶었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싸움으로 선거전의 양상이 바뀌었다. 맘다니는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공격해 먼저 충돌의 빌미를 제공한 트럼프를 쿠오모의 꼭두각시 조종자(puppet master)라고 불렀다. 이 전략에 쿠오모가 걸려들었다. 그는 맘다니에게 저급하게 대응했다.
맘다니가 당선되면 그를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가 엉덩이를 걷어차서 쓰러뜨릴 거라고 했다. [Trump] thinks he’s a kid and he’s going to knock him on his tuchus. 선거전에서 제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 여기저기 발길질을 마구 해대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트럼프를 들먹이며 자신이 대안으로 제시한 쿠오모는 초라하고 비겁해 보였다.
맘다니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왼쪽)와의 토론 장면.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쿠오모를 꼭두각시 조정하듯 한다고 비난함으로써 뉴욕시 시장 선거를 자신과 트럼프의 일전 구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NY1 화면 캡처)
예상대로 맘다니는 쿠오모의 겁주기에 대해 감동 주기로 맞섰다. 그의 10월 28일 마지막 연설의 결론이 다음이다. 기존 권력자들은 창고에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해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수백만 달러를 더 쏟아부을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올리가르히 (특권계층) 정치에 승리하고, 우리 삶에 존엄성을 되찾을 것이다.
[T]he powers that be will throw everything in their arsenal against us. They will spend millions more dollars. They will attack us from every conceivable angle. But we will not bend. We will not flinch. We will triumph over the oligarchs, and we will return dignity to our lives.
동네 망나니들에게 맞선 강단 있고 사려깊은 모범생의 모습을 연출한 맘다니는 감동의 제스처와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 그의 힘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