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신고한 아이들 색출, 정신병원 보내기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인천 강화의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의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시설보호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시설보호의 문제가 고질적인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건이 발생하면 늘 땜질식 처방으로 해결해 온 것이 색동원 사건을 불러일으킨 사실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괴물은 괴물처럼 보이지 않고 심지어 악마는 천사의 모습을 띄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을 음지에서 묵묵히 해내고 있다는 사회적 호의 때문에 비판해서는 안 되는 곳처럼 인식되기도 하며, 대부분의 사회복지 시설은 관리감독에서 매우 자유롭다. 그곳을 종교의 이름으로 운영한다면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이 더욱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에서 온갖 문제가 발생해도 눈 감고 넘기거나 이의제기를 하는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박경진 대표는 ‘6호 시설’인 영등포구 소재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의 청소년 인권침해, 여성상담사 비위행위 및 성학대 사건 등을 공익신고하여 국민권익위와 서울시, 영등포구청으로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 학교폭력, 아동학대 사안으로 어려움을 겪은 교사, 상담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 ‘아동학대신고의무자 인권지킴이 아이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2023년 임의단체로 설립하여 현재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중점을 두고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준비 중이며, 서울, 경기, 인천 교육 연계 사업을 하면서 학교폭력 조사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아이즈 박경진 대표
『‘6호 시설’은 소년보호처분 중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하는 것을 말하며, 소년원 송치 정도는 아니지만 보호자가 없거나 비행의 위험성이 높은 청소년들을 사회와 분리하여 6개월간 (최대 1년까지 연장) 교육과 훈련을 통해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돕는 시설이다. 아동보호시설 보육원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소년원으로 갈 정도는 아니지만 보호가 필요한 소년, 보호자 부재 또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청소년이 그 대상이 된다. 소년법상 10단계 보호처분 중 중간 단계이며, 소년원(8~10호)보다는 가볍지만 가정보호(1호)보다는 강력한 처분이다. 소년의 비행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소년원 송치보다는 시설 위탁을 통한 교화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게 된다.』
시댁이 이 동네 터줏대감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일하면서 저 또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아동 인권침해가 생기면서 그 과정에 시설 학생들이 도와달라고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부님을 찾아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 아동 성학대가 터진 것이 가장 가슴 아픕니다.
저를 도와주신 신부님들도 계셨지만 다수는 아니기에 문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상담사가 아동을 차별하기도 하고, 잘못된 그루밍으로 인하여 남자 아이들은 그 교사를 대상으로 입에 담지 못하는 성적 발언을 해서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설 사회복지사, 상담사와 학생 간에 경계에 대한 실무자 교육, 아이들 간의 폭력 등이 또 다른 폭력으로 자리잡는다고 생각해서 센터에 개선안도 제출했지만 변화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동학대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간혹 시설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자녀를 상대로 보복성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소문을 내서 은밀하게 괴롭히기도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도 비슷한 상황에 몰려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제가 인권침해, 그루밍, 폭력을 센터장에게 알렸더니 오히려 저를 역으로 고소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시설에서는 또 다시 남자생활지도원이 남자 원생에게 다수의 성폭력을 저질렀고 최초 제보자는 그 시설 피해 어머니라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매우 황당한 사건이었던 거죠. 아동학대 문제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의제기를 하는 과정에 2019년도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80명 중 40명이 피해자라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누락된 사례가 있어 재조사가 이루어진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단체 회원들이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해당 시설에 몸 담고 있는 청소년들은 취약계층이 많아 가해자와 일부 피해 학부모가 쉽게 합의를 해버리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해자 측이 피해 원생과 접촉하여 합의를 종용하기도 하며, 이것은 처벌의 면죄부가 된다. 당시 아동학대 조사는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구청이 관할을 했지만 조사 또한 허술했고 미흡한 점 투성이였다.
성폭력이 있는 시설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있지만 제도만 있을 뿐 유명무실할 뿐입니다. 아동 성학대가 있던 시설을 확인하더라도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런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아동복지시설에 인권보호관 도입하는 제도가 있는데, 그 인권보호관이 시설장, 사무국장, 팀장 등으로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는 기관도 있으니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입니다.”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사례결정위원회라는 것이 열리게 되는데, 이 역시 매우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운영이 잘 되고 있는 지역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아동 학대에 전문성이 없거나 은퇴한 의사들이 이름만 올려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열정적인 전문가들, 변호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동 복지시설의 경우 아동 학대, 폭력을 인지하고 신고할 수밖에 없는 직업군은 교사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신고를 하기도 하지만 10년 20년 혹은 40년이 지나 용기를 내 겨우 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보호 법령은 ‘공익신고자이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단 한줄 뿐이다.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오히려 비난을 받으며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복지시설에 아동학대가 생기면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이 될 수 있는 만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교육 또한 강화해야 하며 연령별에 맞춘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박경진 대표는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욕설을 하면 학대이지만, 아동복지시설에서 교사가 욕설을 하면 훈육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아동학대를 여러 차례 신고해도 흉내만 내는 조사에 그쳐 폐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문제가 터지고 언론 보도가 나서야 겨우 폐쇄 예정시설로 처분되는 현실이다. 이번에 터진 ‘색동원 사건’이 그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학대 신고를 하는 경우에도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신고자로서 아이들의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대 신고한 아이들을 색출해서 정신병원에 보내거나 지방에 다른 시설로 보내기도 합니다. 통고 처분은 아동보호 시설장에게는 막강한 권한입니다. 보육원 같은 아동보호 양육시설에서 작은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6호 시설’로 바로 전원 조치하는 통고 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많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데도 신고되지 않는 사례도 매우 다양합니다. 종사자가 아동학대하는 현장을 시설장이 목격해도, 신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시설은 당사자에게 경고나 감봉으로 대체할 뿐입니다.”
박경진 대표의 경우, 시설에서 고소한 형사사건은 무혐의를 받고 일부 부분에 대하여 국가배상도 받았지만,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교사나 상담사, 사회복지사가 아동학대를 신고하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지 단면을 보여줬다. 아동학대 조사도 학교 교사가 신고를 당하면 분리 조치 및 엄격한 잣대로 처리를 하지만, 아동복지시설 내 아동학대는 너무 관대하고 학교는 너무 엄격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보통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을 타고 흘러가는데 그 때마다 미혼모 가정, 한부모 가정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경진 대표가 현행 아동보호시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지적한 내용.
첫째, 예를 들어 부모의 직업과 재력여부에 따라 조사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역할은 모니터링입니다. 지자체가 조사해도 결국 아보전의 의견이 주류가 됩니다.
둘째,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구청에서 조사해도 아보전의 의견을 따르게 되는데 아보전 직원의 나이가 20대 초중반이 대부분이며, 육아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아동이 보호자와 분리되는 시점에 연령별로 아이를 어떻게 데리고 와야 하며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고 아이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보호자와 분리조치 하는지 과정도 짚어봐야 합니다.
셋째, 아동학대 신고시스템이 엉망인 것도 문제입니다. 아동학대 조사를 위해서는 법률, 심리상담, 인권 등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비전문 공무원이 87.7%를 차지하고 있어 전문성 강화가 시급합니다. 특히 성범죄 수사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이 피해자를 전담해야하고 피해자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도 철저해야 합니다. 6호 시설은 서울에 단 3곳, 영등포에 있다 보니 관리감독이 애매하기도 합니다. 6호 시설은 특수성이 있어 별도의 시스템 관리가 철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약자를 시설에서 보호하려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일제의 잔재이기도 하다. 몸이 온전하지 않은 장애인과 길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을 부랑아 취급하며 시설로 몰아넣었다. 그 유산은 지금도 참혹하게 진행 중이지만 탈 시설에 대한 어떤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시설 학대 피해자들은 갇혀 있고 탈시설 지원 체계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기본적인 권리는 국가의 시혜가 아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되는 모순 속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가정에서 분리되는 아이들은 시설보호를 통해 더 큰 학대의 위험에 놓이는 것이 대한민국 아동복지시설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