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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스크린 독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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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문화평론가  장항준 감독의 영화 (이하 왕사남)는 개봉 31일째를 맞은 3월 6일 오후 6시32분쯤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작들 가운데 34번째로 탄생한 천만 영화로, 사극으로는 겨우 네 번째에 불과하다. 국내 개봉 영화가 천만 관객을 모은 것은 2024년 4월에 개봉한 이후 거의 2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문화 현상까지 일으킨 34번째 1000만 관객 영화 특이점은 천만을 넘겨서도 흥행의 열기가 쉬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 단종 서사가 패러다임을 바꾼 서사였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단종이 아닌, ‘우리가 바라는 단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 영화를 찾았고, 역대 최장 일일 박스오피스 연속 1위(2026년 4월 2일까지 58일), 역대 최장 하루 1만 명 이상 관객 수 연속 동원(2026년 4월 28일까지 84일) 신기록까지 세웠다. 게다가 단종과 관련된 ‘콘텐츠 디깅’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데, 단종실록을 비롯해서 다양한 역사 기록들을 찾아보거나 그와 관련된 역사 강의, 『단종애사』 같은 소설 등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찾아 소비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영월의 장릉(단종의 묘)과 청령포에도 관광객이 급증했으며 세조의 묘인 광릉을 소개하는 맵에는 지금도 악플이 달리고 있다. 적극적 참여를 통해 관련 문화 콘텐츠들을 소비자들이 찾아서 소비하고, 심지어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런 열기는 이래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일종의 문화 현상이다.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깨달음을 얻게 했다. 우선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드러내어 개선의 방향을 제시했고, 친일 인사들에 의해 고착화된 ‘애사’ 형식의 서사들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모범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이 글에서 먼저 살펴볼 부분은 바로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다.   한 영화로 5개 계열사 먹여 살리는 3개사 스크린 독점 구조 의 흥행 대기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일단 영화산업 전체의 부진을 OTT와 관객들 책임이라고 분석해왔던 언론과 산업 관계자, 일부 평론가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이런 근거도 없는 분석은 영화계의 진짜 문제를 애써 감추면서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긴 시간 침체가 이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주장한 바 있지만, 한국 영화산업의 침체는 특이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CJ, 롯데, 메가박스 3개사의 스크린은 총 3028개로 점유율은 무려 98.5%에 달한다. 이 중 1강이라 부를 만한 CJ CGV의 점유율이 무려 43.8%에 달한다. 언론들이 그토록 물어뜯는 넷플릭스의 OTT 시장 점유율 40%보다도 높다. 이를 극복해 보겠다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 둘의 합병은 무려 54.7%의 초거대 독점 유통망을 만드는 일이다. 이런 독점적 유통망은 각 그룹에 속한 배급사와 제작사, 펀드와 어우러지면서 환장할 조합을 만들어 낸다. 같은 계열의 제작사가 같은 계열의 펀드로부터 돈을 투자받아 만든 영화를 역시 같은 계열의 배급사가 최상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에게 제공한다. 즉, 영화 한 편으로 계열사 최소 네 개가 먹고 산다는 것이다. 엔터회사까지 계열사로 존재하면 무려 다섯 개의 회사가 한 작품을 통해 흥하고 망한다. 그러니 자체 계열사 5개를 먹여 살리는 영화를 당연히 최대한 많은 스크린에 깔아 압도적 흥행을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에 우리 꺼 많이 깔아주면 다음엔 너희 꺼”와 같은 담합은 수시로 일어나고 스크린을 독점하는 영화들은 좋은 영화나 소비자가 선택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3사의 계열사가 얼마나 많이 결합되어 있느냐로 결정된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홈페이지 캡쳐. OTT 경쟁력은 매체 환경의 변화 아닌 대기업 편의주의가 키워 시나리오를 써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도록 하는 최초 창작자인 작가나 감독은, 이들의 불안을 잠식시켜야 프로젝트를 유지할 수 있고, 그들의 다양한 간섭에 투항하지 않으면 창작의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라는 드라마를 보면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결국 가장 낮은 수준의 합의만이 작품이 되는 결과를 만난다. 대형 프로젝트일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서 최초의 창작자마저 쉽게 교체되기도 한다. 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대기업에서 독립한 프로듀서가 회사를 차리고 나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이런 이유 때문에도 옳다. 실제로 온다웍스의 임은정 대표는 CJ ENM에서 의 제작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독립한 후에 감독의 고집이 옳았음을 흥행으로 증명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언론들을 통해서 늘 주장하는, ‘코로나 이후 급격한 매체 환경의 변화’도 한국 영화산업이 침체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스스로 만든 스크린의 과독점에 기반한 대기업 편의주의 환경이 문제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이를 가장 큰 문제로 인정하는 순간, 펀드사부터 와해되면서 아예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부질없는 믿음이 매체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관극이 제한되던 시절, 수직계열화된 독점 기업군에서 내놓은 대안은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완성작의 개봉을 무작정 연기하고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손익분기점이 높은 작품일수록, 대기업 제작사에서 직접 제작한 작품일수록 개봉은 늦어졌고, 대기업만이 제작할 수 있는 높은 제작비의 기획안들도 투자가 불발되면서 줄줄이 엎어지거나 연기되었다. 불안한 관극 환경에서 쓸만한 작품이 사라지니 관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투자가 미뤄진 작품들은 글로벌 OTT에 기획안을 넣으면서 OTT의 라인업은 풍성해지기만 했다. 상황이 다소 호전될 때마다 흥행 예상작들의 개봉이 시도되긴 했지만, 독점 기업의 작품이 우선 배정되며 똘똘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오던 전문 제작사들의 화제작들은 재고 처리되듯 비수기에 몰리거나 기한 없이 뒤로 밀렸고, 결국 그들은 제작비를 건지기 위해 아예 OTT나 IPTV에서 개봉하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극장에 볼 것이 없게 만든 주범도, OTT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워준 것도 결국엔 독점 대기업들이었던 것이다. 정부와 언론도 거든 영화계 빈곤의 악순환 관극 환경이 개선되길 기다리는 가운데, 시대는 변하고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졌다. 흥행은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동시대의 문제를 동시대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다루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창작자들이 얼마나 소비 공동체와 소통하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했는지에 따라 결정되며 이를 고민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 과정의 리스크 관리인 것이다. 영화 이 극심한 빈부 격차와 계층 사다리의 부재를 절감하던 시민의 분노가 폭발할 즈음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 감독의 취향이 통했을까? 영화 가 무속에 경도된 정권 아래, 청산되지 못한 매국노들이 권력을 유린하는 현실에 대한 공포가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면 서사의 단절까지 감수한 파격적인 전개를 소비자들이 용납했을까?   영화 파묘 의 한 장면 다수가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도, 이미 달라진 시대정신과 단절된 소통 환경에서 발생한 노이즈는 흥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타개한답시고 독점 대기업이 내놓은 대책은 ‘관람비 인상’이었으니. 소비자들은 OTT란 대안이 생긴 상태였기에 아예 극장을 찾지 않게 되었고, 이런 빈곤의 악순환이 지속되며 무려 2년간이나 천만 영화가 실종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작동해야 할 주체가 시장 밖의 감시자들이다. 우선 가장 민감해야 할 것이 언론이었지만 그들은 대기업의 홍보팀이 되었다. 평단은 장악된 지면과 싸우지 않고 친목질에 몰두하며 영화 텍스트에 대한 비판조차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틈새를 코인팔이 유튜버들이 채우며 역동적으로 텍스트를 읽어내는 활동들은 알고리즘에서 사라졌다. 정부는 더욱 자기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때에는 규제를 남발하면서 산업과 소비자의 희생을 동시에 강요했으며, 정권이 바뀐 뒤에는 아예 사실상의 검열을 시도했다. 대기업들은 콘텐츠 투자보다 대관작업에 더 돈을 퍼부었고, 로비를 통해 세금에 빨대를 꽂으려 시도하며 손쉽게 손해를 보충하려고 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업계의 망동들을 보면서 자신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고 느꼈고, 상대적으로 긴밀히 소통하는 글로벌 OTT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감독의 창의력, ‘반독점법’, 소비자 요구에 대한 적극 부응 현상은, 최초의 창작자인 작가와 감독의 발상을 최대한 반영해서 제작이 이뤄지는 시스템이야말로 영화산업을 되살릴 첫 단추임을 역설한다. 이를 잘 채우기 위해서는 한 그룹안에 유통망과 배급사, 제작사와 펀드 등이 나란히 계열사가 되는 것을 막는 한국식 반독점법”이 필요하다. 이런 법 때문에 민간 펀드가 위축될 수도 있기에 공공주도의 펀드를 만들어 특히 색다른 아이디어의 작품들 위주로 투자가 될 수 있게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다행히 영화계에서도 현장 프로듀서들과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스크린 독점” 현상을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현상을 만든 소비자들도 행동함으로써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영화 콘텐츠를 다양하고 총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이들이 90일이 넘게 영화를 소비하면서 VOD가 풀린 지금도 하루에 한두 번 상영되는 영화관을 찾아 이 영화를 보며 최종관람객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이유는, 영화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함께 영화 보기’의 미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5월 17일에만 무려 4856명의 관객이 을 찾았다) 이 미덕은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부대 서비스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곧바로 사라진다. 또 소비자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순간 역시 사라진다. 돈 몇 푼으로, 그것도 찌질하게 세금 뜯어내서 관객을 유혹할 생각은 좀 접어두고, 영화관이 있는 그 지역의 영화 덕후들을 챙기려는 노력부터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민희진 오케이 레코즈 대표의 GV를 기획했던 무비랜드처럼.김성수 시민기자 saintk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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