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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이번엔 국가폭력 실체 완전히 드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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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는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26. 연합뉴스 지난 1월 29일 국회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이하 ‘진실화해위’) 전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194명 가운데 법안에 찬성한 국회의원은 168명이었다. 김민전 나경원 이준석 천하람 의원 등 8명이 반대했고 곽규택 안철수 윤상현 박덕흠 의원 등 18명이 기권했다. 이로써 2월 26일, ‘진실화해위’는 역사상 3번째 출범하게 되었다. 환영과 기대 속 우려 감추지 못하는 유가족들 법안 통과 소식을 접한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은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이다. 특히 1950년대 전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하여 윤석열 정부 끝머리에서 엉망이 된 2기 ‘진실화해위’를 경험했던 유족회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위원회가 출범하기를 바라는 심정”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살아있는 유족들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라서 더는 조사가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며 시간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의 또 다른 진정 사안인 독재정권 하에서의 ‘인권 피해 사건’ 유족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1982년 실종 피해자 노진수 씨 가족이다. 노 씨는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재학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행사를 주도하는 등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그러던 중 1982년 5월, 독서실로 찾아온 건장한 남자 세 명에 끌려 나간 후 오늘까지 44년째 행방이 끊긴 상태라고 한다. 이에 노 씨 가족들은 2000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사건을 진정했는데 이때 국군정보사 출신 제보자로부터 충격적인 진술을 확인하게 된다. 전두환 시절 실종 피해자 노진수 씨 제보자의 증언에 의하면 지시를 받고 신림동 고시촌 앞에서 노진수를 특수 제작된 방망이로 살해한 후 강원도 고성 도원저수지에 수장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여 결국 사건은 ‘진상규명 불능’으로 끝나고 말았다. 가족들은 이번에 출범하는 ‘진실화해위’가 이 의혹 사건의 결말을 맺어 줄 것을 기대하며 새롭게 진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기대 속에 진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의 우려 역시 없지 않다. 이는 앞서 두 차례 겪은 ‘진실화해위’의 역사적 과정을 잘 아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연 이번의 ‘진실화해위’는 역사적 소임을 다할 수 있을까? 민주화운동에 가해진 국가폭력의 상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일제강점기를 청산하지 못한 비극은 결국 동족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승만은 부정선거로 장기 독재를 획책했고 그 뒤를 박정희, 전두환 등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로 군사독재를 이어갔다. 이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 세력과 권력의 충돌 과정에서 희생자가 수없이 발생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그리고 중앙정보부와 공안기관에 끌려가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나 자살이나 사고사로 조작되기도 했다. 우리는 그 죽음을 ‘의문사’로 부르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싸웠다. 첫 싸움의 시작은 1993년이었다. 김영삼 문민정부가 출범한 그 해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약칭 ‘유가협’)가 ‘의문사 진상조사 특별법’ 도입을 촉구하며 투쟁을 시작한 것이다. 군사 독재 시기에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학생 및 재야 운동권 인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에서 입법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유가협의 바람이 이뤄진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였다. 1997년 12월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자 유가협은 국회 앞 인도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한다. 1998년 11월 4일부터 무려 422일간의 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1월 15일, 국회는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최초의 과거사 조사 기구인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2000년 10월부터 2004년 6월까지 1기 및 2기로 나눠 활동하게 된다. 그야말로 유가협 부모님들의 피어린 투쟁으로 거둔 결실이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노숙천막 농성 1주년인 4일 오전 국회정문 인근 국민은행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족민주열사 명예회복 및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1999.11.4 연합뉴스 자살로 위장된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의 죽음 의문사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대표적인 성과는 ‘1973년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 사망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어 자신의 간첩 행위를 자백한 후 죄책감으로 투신자살했다던 최종길 교수가, 사실은 허위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하던 중 사망하자 중정 수사관이 시신을 추락시켜 조작했음을 밝힌 것이다. 또한 ‘제2차 인혁당 재건위’ 사형수 8인 사건 역시 실체가 없는 ‘조작 사건’임을 밝혀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의문사위는 의혹을 진실로 드러내는 소중한 역할을 해 냈다.   최종길 서울법대 교수의 생전 모습 2007년, 노무현 정부는 의문사위의 성과를 이어 차제에 근원적인 과거사 문제 해결을 고민하게 된다. 국가폭력 전반을 다루는 국가기구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제정된 법안이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었다. ‘진실화해위’는 의문사 문제만이 아니라 해외동포 포함 항일독립운동,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시에 일어났던 중대한 인권침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시작된 2007년 1기 ‘진실화해위’가 2010년까지 활동하다가 문을 닫았다. 업무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강제 종료시킨 상태였기에 관련 유족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진실화해위’의 재가동을 요구했다. 이에 2020년 문재인 정부 하에서 2기 ‘진실화해위’가 재가동 되었고 5년이 지난 2025년 11월 26일 업무 종료된 이후 2026년 2월 26일, 다시 3기 출범을 맞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화해위’는 왜 한 번에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3번이나 재출범하게 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그만큼 해결해야 할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굴곡 많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만큼 조사해야 할 사건은 많은데 워낙 시간이 오래 지나서 뒷받침할 증거 자료는 찾기가 쉽지 않으니 조사 시간 역시 많이 걸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련 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권한의 부족도 늘상 제기되는 문제다. 보안사나 중정 등 사건 당시 관련 기관이 자료 등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문제는 계속된 의혹으로 남아 있고 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지만 압수수색 등 조사 권한이 미비한 것이 늘 애로점이었다. 인권 감수성 충만한 인물들로 위원회 구성하는 것이 관건 다행히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3기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상당히 해결되었다. 조사 기간은 최대 5년으로 하며 2026년 2월 26일부터 향후 2년간 진정을 접수 받는다. 또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더불어 국가 사과와 후속 조치이행 관리 주체를 기존의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시켜 이행 강제성도 높였다. 그동안 제기되어온 여러 우려 사항이 개정 법률안에 많이 반영되어 기존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앞으로 선임할 ‘진실화해위’ 위원 인선 문제이다. 어떤 사람을 3기 진실화해위원장과 상임위원, 그리고 비상임위원으로 선임하느냐는 문제인 것이다. 상임위원 3인 포함 총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진실화해위’는 결코 정치 조직이 아니다. 그러니 불행한 과거사 과정에서 고통 받아온 유족들의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권 감수성과 역사 인식이 충만한 위원으로 선임되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원들로 여야 정당에서 위원을 추천하여 ‘진실화해위’가 더 이상 연장 없이 3기로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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