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 규제 충돌로 시리 AI 아이폰 출시 무기한 연기 [뉴스] 애플(NASDAQ: AAPL)이 유럽연합 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사용자를 대상으로 새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인 ‘시리 AI(Siri AI)’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
애플은 8일 성명을 통해 EU 디지털시장법(DMA)을 준수하면서도 사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맞춤형 방안을 제안했지만,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반독점 규제 당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운영체제인 iOS 27과 iPadOS 27의 유럽연합 버전에서 핵심 기능인 시리 AI를 전면 제외시킬 예정이다.
애플(NASDAQ: AAPL)이 유럽연합 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사용자를 대상으로 새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인 ‘시리 AI(Siri AI)’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 픽사베이
개인정보 보호냐 개방이냐... 깊어지는 EU 당국과의 갈등
이번 사태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영향력을 제한하고 대안 플랫폼과의 상호 운용성을 강제하려는 유럽연합의 규제 드라이브에 대한 애플의 가장 강력한 반발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외부 결제 시스템 허용 및 제3자 앱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앱 다운로드(사이드로딩) 의무화 등 디지털시장법(DMA)의 여러 독소 조항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집행위원회가 법안의 예외나 변경은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자, 애플은 결국 유럽 사용자들을 겨냥해 이같은 조치를 내놓았다.
전날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은 더 똑똑해진 시리 AI를 공개했다. 차세대 시리 AI는 사용자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 이메일, 사진 등 기기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질문에 답하고 그림을 그려주는 정교한 기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EU DMA와 충돌하고 있다.
DMA는 애플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 즉 ‘게이트키퍼’가 자사 서비스만 유리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상호운용성, 개방성, 이용자 선택권을 요구하는 법이다. 문제는 시리 AI가 작동하려면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와 기기 내 맥락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당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가상 비서가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보안 보호 장치와 스크리닝 시스템을 무력화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테크 매체 더넥스트웹(The Next Web)도 애플이 iOS 27과 iPadOS 27 출시 시점에 EU의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에게 시리 AI를 제공하지 않으며, 현재 제공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애플은 수개월 동안 EU 규제당국에 제안을 냈지만 모두 거부됐다고 밝혔다.
시리 AI는 올해 말 영어 베타 버전으로 일반 사용자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다만 EU의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와 중국 사용자는 규제 요건 때문에 초기 제공 대상에서 빠진다. 타임스오브인디아도 애플이 EU에서 시리 AI 대규모 업데이트를 무기한 연기했으며,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미래 운영체제 도입 시기 불투명... 중국 시장도 빨간불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은 규제 당국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상생적인 해결책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며 이로 인해 현재로서는 유럽연합 지역 내 iOS 및 iPadOS에 시리 AI를 도입할 구체적인 시기를 정할 수 없다 고 공식 확인했다.
유럽 연합 내 아이폰 사용자들과 달리 맥(Mac)과 비전 프로(Vision Pro)용 차세대 운영체제 버전에서는 유럽 사용자들도 시리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애플워치의 경우 구동을 위해 아이폰과의 페어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번 시리 AI 기능 적용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애플의 인공지능 전략은 또 다른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상당한 난관에 봉착했다. 애플은 시리 AI가 중국 현지의 엄격한 규제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중국 내 서비스 제공을 보류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인공지능 패권 경쟁에서 규제 리스크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음을 보여줬다.
한편, DMA는 원래 앱스토어, 결제, 검색, 브라우저, 대체 앱마켓처럼 기존 플랫폼 독점을 겨냥해 설계됐다. 그러나 AI 비서가 새로운 디지털 관문이 되면서, DMA가 생성형 AI와 개인형 AI 서비스에도 사실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애플이 EU 규제를 이유로 기능 출시를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애플은 DMA를 이유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아이폰 미러링, 셰어플레이 화면공유 개선 기능의 EU 출시를 연기한 바 있다. 2025년에도 아이폰 미러링과 에어팟 실시간 번역 기능이 EU에서 지연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시리 AI 지연은 그보다 더 민감하다. 과거에는 특정 편의 기능이 지연됐다면, 이번에는 애플의 차세대 AI 전략 핵심 기능이 유럽에서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