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홍준표가 드러낸 보수 원로의 민낯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 앞에서는 그토록 강조하던 신념마저 실종된 채, 오직 사리사욕의 셈법만이 난무할 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의 두 거두 ,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기색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입버릇처럼 외치던 ‘정치적 철학’이나 ‘신념’이라는 가치가 눈앞의 이익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소비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둔 지난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청계천을 걸었다. 오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을 ‘마음속 스승’이라 치켜세웠고,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을 아름답게 만든 사람”이라며 화답했다. 겉보기에는 과거 서울시정의 신화를 공유한 사제(師弟) 간의 아름다운 동행처럼 보이지만, 이 막후에는 여전히 보수 진영 내에서 잊히지 않으려는 이 전 대통령의 노회한 정치적 술수가 엿보인다. 사법적 단죄를 거친 전직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해 특정 후보를 비호하는 방식은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의 혁신과 신념에는 역행하는 처사다. 오직 눈앞의 선거를 통해 ‘친이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철저한 계산일 뿐이다.
반면, 보수의 또 다른 축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행보는 오세훈 시장과 철저히 선을 긋는 듯한 묘한 궤적을 그린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당력을 모아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폭행 전과를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던 바로 그 시점, 홍 전 시장은 느닷없이 자신의 흑역사인 ‘하숙집 돼지 발정제’ 사건을 셀프 소환하며 국민의힘의 기조에 제동을 걸었다.
30여 년 전 모호한 사건을 선거의 쟁점으로 삼는 것이 아쉽다”는 그의 발언은 언뜻 진영 논리를 넘어선 대인의 관용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이 넉넉한 관용의 이면에는 철저한 정치적 셈법이 도사리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판이 열리자, 보수 쪽 오세훈 후보 대신 경쟁자인 야당의 정원오 후보를 우회적으로 감싸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당의 승리라는 대의나 보수의 가치보다,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자신의 입지와 미래 권력에 어떤 선택이 더 부합하는지 실리만을 저울질한 결과다.
결국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두 거두 의 엇박자는, 그들이 외치던 ‘보수의 철학’과 ‘시대적 신념’이 공허한 메아리였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 앞에서는 그토록 강조하던 신념마저 실종된 채, 오직 사리사욕의 셈법만이 거칠게 춤을 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