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교육감직은 정치인의 중간 기착지 가 아니다 [교육] 정치와 행정, 교육 지도자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국회의원, 교육감, 지사, 시장 등등. 정치와 행정이 중첩되는 부분은 많다. 법을 만들고 예산을 정하고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정치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집행하고 조직을 운영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은 행정이다.
정치인은 정치와 행정을 왔다 갔다 한다. 잘하면 물론 좋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바람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는 공천이라는 구조 속에서 당선된다. 정당의 간판이 개인의 행정 역량보다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가 출신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쳤다. 기초행정에서 광역행정으로, 다시 중앙행정부의 수장으로 이어진 경로다.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을 경험하고 축적한 뒤 더 큰 행정 책임으로 나아갔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0일 대구시의회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있다. 2025.4.10. 연합뉴스
행정은 경력 관리의 디딤돌인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사례를 보자. 그는 2022년 7월 취임했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도전을 위해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문제는 몇 년을 했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부여한 4년의 행정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정은 중도 하차를 전제로 설계되는 자리가 아니다. 도시는 단기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만 5명에 달한다. 주호영(6선), 윤재옥(4선), 추경호(3선), 유영하(초선), 최은석(초선) 의원이다. 여기에 홍석준 전 의원,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까지 가세했다. 입법과 국정 감시라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광역단체장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가 정책을 다루는 정치적 직위이고, 광역단체장은 수만 명의 공직 조직과 수조 원의 예산을 책임지는 최고 행정 책임자다. 두 자리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정치적 확장 경로로서의 도전과 행정 전문성의 축적 경로는 같지 않다.
김용판 전 의원이 나선 대구 달서구청장 선거도 있다. 서울경찰청장과 국회의원이라는 경력이 곧 기초행정 운영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행정은 이력의 화려함이 아니라 조직 관리 능력, 예산 조정 감각, 주민 일상에 대한 이해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경우는 그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그는 2014년 성동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지역 행정을 이끌어왔다. 기초행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광역행정으로 나아가는 흐름이다. 지역의 행정가가 더 넓은 광역 행정 책임으로 확장하는 자연스러운 경로다. 정치인이 행정으로 옮겨가는 것과 행정가가 더 큰 행정으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물론 정치인 출신이라고 모두 무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잘할 수도 있다. 잘하면 좋겠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정치 경력이 곧 행정 자격증이 되는 현실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교육감 자리로 향하는 정치인들
정치인이 향하는 곳은 지자체장에 머물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에도 정치인이 뛰어든다. 경기교육감에 뛰어든 두 사람을 보자. 안민석 전 의원은 5선 국회의원으로 오랜 기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정치인이다. 두 사람 모두 교육과 관련된 경험은 있다. 그러나 그 경험의 힘은 어디까지나 정치 의 영역에서 축적된 것이다. 정당 활동, 국회 활동, 정부 장관직 수행이라는 정치적 공간 안에서의 경험이다.
도전하는 사람만 정치인은 아니다. 현 임태희 경기교육감 역시 정치인 출신이다.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진보든 보수든, 정치인이 교육감 자리로 향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교육행정은 단순한 정책 집행이 아니다.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교 운영, 그리고 미래 세대의 가치 형성까지 포괄한다. 한 세대를 다루는 일이다. 그런데 이 자리가 정치 경력의 연장선이 되거나 재도전의 무대가 된다면, 교육은 정치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 교실은 조용해야 할 공간인데, 선거의 소음이 스며든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역시 정치인 출신이다.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경기도교육청
정치와 행정, 무엇이 다른가
정치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 그리고 공적 의사결정의 과정이다. 행정은 법과 제도에 따라 공공 업무를 전문적으로 집행하고 책임지는 체계다. 교육행정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장기적 책임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정치는 이동을 전제로 한다. 더 큰 자리, 더 넓은 무대, 더 높은 권력을 향해 나아간다. 행정은 축적을 전제로 한다. 조직을 안정시키고 정책을 쌓아가며, 시스템을 다듬는다. 군수나 시장이 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기초행정의 경험이 광역행정으로 확장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서울시장 도전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공천에 떨어진 정치인이 다른 선거에 도전하고, 더 큰 꿈을 위해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섰다가 다시 대통령을 꿈꾸는 흐름은 다르다. 행정이 정치 경력의 디딤돌처럼 소비된다. 이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명확하다. 공천 탈락 후의 재기 루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선거 패배는 커리어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공천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기초단체장이나 광역단체장 선거로 눈을 돌린다. 행정은 정치 생명을 이어가는 우회로가 된다.
유권자의 선택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인지도와 정당 간판은 실제 행정 능력보다 선거에서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유권자는 후보가 예산을 어떻게 짤 줄 아는지,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줄 아는지보다 ○○당 후보 , 전직 장관 , 몇 선 의원 이라는 타이틀에 더 익숙하다. 제도적 장치의 부재도 문제다. 행정직 출마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나 검증 절차가 사실상 없다.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국민이 뽑으면 된다 는 논리가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물론 정치 경험이 행정에 전혀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예산 조정 과정에서의 협상 능력, 이해관계 조율 감각,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크는 분명 정치 경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국회의원 출신이 장관이나 단체장으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문제는 정치 경력만 가지고 행정 책임자가 되는 경우, 그리고 임기 완주 의지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행정직에 도전하는 경우다. 기준은 단순하다. 전문성과 완주 의지다. 정치 경력이 있든 없든, 행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임기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행정은 종종 다음 기회를 노리는 중간 기착지 가 된다.
대안은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의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 우선 행정직 출마자의 자격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단체장 후보에 대한 공개 정책 토론회를 의무화하고, 예산·조직·정책에 대한 구체적 질의응답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현재의 선거 구조에서는 이력과 공약만으로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임기 중도 사퇴에 대한 제도적 제약도 필요하다. 단체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다른 선거에 출마할 경우, 일정 기간 공직 출마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기본 의무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교육감 선출 방식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육감은 특히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현행 직선제가 최선인지, 아니면 교육 경력이나 자격을 일정 수준 요구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유권자가 정당 간판 이 아닌 행정 능력 을 기준으로 선택할 때 구조는 바뀐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자의 실질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와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행정이 정치의 그림자가 되면 시민 일상 흔들려
정치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은 아무나 하면 안 된다. 행정은 공부가 필요하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산과 조직을 다루는 감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임기를 완주하려는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행정을 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한다. 지방재정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직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해당 분야의 정책 흐름은 어떤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감과 같은 직책은 정치가 기웃거릴 자리가 아니다. 시장도, 도지사도, 교육감도 정치 인생의 다음 스텝 이 아니다. 하고 싶다 고 말한다고 맡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정치와 행정은 맞닿아 있지만 같지 않다. 그 차이를 무시할 때, 행정은 정치의 그림자가 된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시민의 일상이고, 아이들의 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