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의 검찰청 폐지… 일등 공신 은 검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4.5.14. 연합뉴스 자료사진
1948년 설립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폐지된다. 수사권과 공소권을 양손에 들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며 내란 세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신설해 기존 검찰의 기소와 수사 기능을 분리한다고 밝혔다. 공소청은 법무부 아래에 두고, 그동안 갑론을박이 있었던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기로 최종 정리됐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남용은 검사 출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서 극에 달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검찰은 상왕 브이 제로(V0) 라고 불린 김건희에 대해 특혜성 황제 출장 조사만 한 뒤, 단 한 차례의 강제수사도 없이 불기소 처분했다. 김건희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경제 범죄에서 전주 (錢主)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주가조작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실행한 녹취 등 증거도 있었지만,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서 범죄를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검찰이 무마시킨 이 사건은 특검 출범 뒤 김건희가 공범 역할을 했다는 증거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김 여사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검찰은 정적 제거를 위해선 조작 수사를 통한 기소도 마다지 않았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은 이른바 연어 술파티 를 벌이며 검찰이 그룹 관계자들을 회유하고 증언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는 수십 억 로비를 통한 조작 수사 정황도 드러났다.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검찰 로비를 명목으로 48억 원을 건넸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를 엮어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회장은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의해서, 사기꾼보다 더 못한 치졸한 수사기법으로 협박 받았다 며 김성태 전 회장도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해서 죄없는 사람들, 특히 이 부지사를 엮어넣게 됐다 고 증언했다.
법무부와 행안부를 두고 갑론을박 했던 중수청을 최종적으로 행안부 산하로 정리한 것 역시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중수청을 두는 방안은 실질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흔들뿐 아니라, 헌법에 따라 권력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중용한 친윤계 검사들이 장악한 법무부는 사실상 검찰개혁을 제동 거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장관이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중수청을 두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개혁 추진에 제동을 건 사례는 법무부 조직이 사실상 검사들의 손에 장악돼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인적 청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에 두 기관을 두는 방안은 사실상 수사·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검사들의 반동적인 움직임이 되려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을 두는 데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 남부지검에서 건진 전성배씨 관련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과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 을 관리했던 검찰 수사관들이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민 서울 남부지검 수사관, 박건욱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 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2025.9.5. 연합뉴스
아울러 보완수사권 폐지 여론 역시 검찰 스스로가 만들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남용 및 부실 수사, 사건 묵히기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가지고 직접 보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장청구와 공소제기 등을 담당할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을 가지고 이전과 같이 직접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의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리는 주장이다. 보완수사의 명분으로 경찰의 수사력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일으킨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을 두고 검찰이 스스로의 수사력에 이상이 없다고 진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수사의 기본인 증거 보존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증거를 훼손한 과정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다. 이러한 검찰이 무조건적인 보완수사권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에서 불기소 처분한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 스모킹 건 이 된 김건희와 증권사 직원 녹취가 재수사를 통해 갑자기 확보되기도 했다. 검찰이 수년간 내놓지 못한 증거가 서울고검의 재수사 단 몇 달 만에 드러난 것이다. 사실상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숨기고 불기소 처분한 정황이다. 정상적인 수사기관의 행태로 보기 어렵다. 보완 수사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검찰 행태를 본다면 직접수사를 본질로 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보완수사는 제도를 통해 각 수사기관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2025.9.8. 연합뉴스
그러나 스스로 무덤을 판 검찰은 여전히 제 밥그릇에만 혈안인 모습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8일 오전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 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검찰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은 깊이 반성한다 면서도 향후 검찰개혁의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텐데, 그 방향은 국민의 입장에서 설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고 했다. 그는 특히 보완 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해선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겠다 며, 사실상 보완수사권 폐지를 막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반면 입법권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은 정부 개편안이 확정된 만큼 신속하게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이후 당정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것처럼 올 추석 귀향길에 검찰청 폐지 소식을 꼭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며 이번 달 말(25일)에 반드시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정 대표는 검찰개혁은 역대 정부에서 실패했다 며 검찰개혁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와 정치적 결단 덕분 이라며 이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추후 후속 조치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가 원팀, 원보이스 찰떡 공조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8. 연합뉴스
한편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저희는 검찰의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에 동참할 것 이라고 원론적으로 검찰개혁에 공감의 뜻을 나타낸 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 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검찰동우회는 검찰 퇴직자들의 친목 단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고 2011∼2012년 검찰총장을 지낸 한상대 전 총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