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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국가참사 진상규명,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참사 진상규명,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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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참사 이후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해마다 돌아오는 4월 16일이면 우리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는 기념식을 열지만, 정작 그 눈물이 헛되지 않게 할 재발방지 과제 앞에서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참사는 단순히 운이 나빠 발생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국가시스템의 균열과 관료조직의 무능이 빚어낸 구조적 필연이다. 참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국가시스템의 전면적 개조다. 그리고 그 개조의 시작은 단순한 처벌을 넘어선 영미식 공공조사(public inquiry) 수준의 강력하고 종합적인 진상규명 제도를 도입하거나 설계하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는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검찰 수사와 특검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검찰이나 경찰, 그리고 특검이 수행하는 수사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다. 수사의 초점은 법전에 명시된 범죄 구성요건 을 충족하느냐, 즉 누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에 일시적으로 고정된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적 결함이나 정책적 판단의 실책, 관료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은 수사 대상에서 누락되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기 일쑤다. 범죄 구성요건에만 매몰된 수사는 참사의 본질을 파편화한다. ‘누가 규정을 어겼는가’는 밝혀낼 수 있을지언정, ‘왜 그런 규정이 만들어졌으며,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내놓지 못한다. 결국 사법적 처벌이 끝나면 국가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일상으로 복귀하고 참사를 가능케 했던 구조적 악순환은 그대로 방치된다. 이것이 우리가 지난 12년간 수많은 참사 조사와 수사 속에서도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묻게 되는 이유다.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법상 진상규명특위의 이빨 없는 칼날 국회 국정조사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덫에 걸려 제 기능을 상실하기 일쑤다. 국회의원들은 전문가라기보다 정치인이며 국정조사과정은 종종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다. 증인들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법적 방패 뒤로 숨고 국회는 이를 강제할 실질적인 사법적 수단이 부족하다. 호통은 요란하지만, 조사가 끝나면 남는 것은 누더기가 된 보고서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약속뿐이다. 참사 때마다 특별법을 제정해 운영하는 방식도 한계가 명확하다. 사안마다 법을 새로 만들다 보니 조사 범위와 권한을 두고 여야가 지루한 협상을 벌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원회의 권한은 이미 반쪽짜리가 된다. 조사관들은 공무원 파견에 의존해야 하며 피조사 기관인 행정부의 비협조를 돌파할 강제수사권이 없어 사실상 임의적인 협조를 구걸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이빨 없는 사자 식의 조사는 관료 사회의 교묘한 은폐와 시간 끌기에 속수무책이다. 영미식 공공조사위원회는 참사가 터질 때마다 급조되는 임시 기구가 아니라 공공조사법(Inquiries Act)과 같은 상설 법령에 근거하여 사법부에 준하는 막강한 명령권을 행사하는 특별기구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사가 아니라, 국가의 이름으로 진실을 강제 집행하는 사법절차에 가깝다. 영미권 국가들이 국가적 위기나 대형 참사 시 가동하는 진상규명위원회 제도는 수사기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누구든지 부를 수 있고, 어떤 장소든 들어갈 수 있으며, 어떤 증거물이라도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조사권이 그 핵심이다. 세계적 사례로 본 성역 없는 조사권의 위력 국가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수많은 왕립보고서나 공공조사보고서가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제일 놀란 것은 미국의 9.11 진상규명위원회와 캐나다의 아라르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영국의 그렌펠 타워(Grenfell Tover) 화재참사 진상규명위원회였다. 공공조사법에 의해 설립되는 공공조사위원회는 수사기관보다도 강한 조사권한을 부여받아 최소한 1년 넘게 상세하고 종합적인 진실규명에 나선 후 체계적인 재발방지책 권고와 함께 엄청난 규모의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나는 이들 위원회가 낸 최종보고서의 방대한 규모와 질적 수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는데 그 비결은 물론 모든 증인과 참고인, 문건과 시설에 대한 무제한적 조사권한에 있었다. 미국의 9·11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권한이 어디까지 뻗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이들은 정보기관의 극비 문서를 제출받은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최고위직에 대한 소환 및 대면 조사를 관철했다. 당시 백악관은 국가 안보와 대통령 특권을 내세워 저항했지만 위원회는 소환장(Subpoena) 발동이라는 법적 위협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이들을 결국 비공개 증언대에 세웠다.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특히 위원회는 부처 간의 칸막이 행정이 어떻게 정보를 차단했는지를 수치로 증명해냈다. 이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의 맹점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캐나다의 아라르(Maher Arar)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입을 닫는 정보기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교본을 제시한다. 아라르는 시리아 출신의 무고한 캐나다 시민이다. 미국 공항에서 테러범으로 몰려 시리아로 강제 송환돼 고문을 당하고 투옥돼 고생하다 캐나다로 돌아왔다. 캐나다 정보기관이 미국 정보기관에 넘긴 의심스런 캐나다인 명단에 아라르가 있었던 탓이다. 이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위원회는 정보기관이 숨기려 했던 수천 페이지의 비밀문서를 강제로 제출받았다. 일반적인 국정조사라면 ‘비밀’이라는 한마디에 막혔을 자료들이었다. 조사위원장은 안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문서들의 공개를 명령했다. 피조사기관이 증거 제출을 거부하면 법정모독죄에 준하는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영국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조사위원회도 전문성과 강제력의 결합을 보여준다. 이들은 2005년 제정된 공적조사법에 근거해서 화재 원인이 된 외벽 자재의 승인 과정부터 소방 당국의 대응 체계까지 수천 명의 증인을 불러 신문했다. 조사위원장이 내리는 증인소환과 증거제출 명령은 영국 고등법원의 명령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위원회가 부른 증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자료를 파기하면 즉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위원회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건축규제 시스템의 총체적 부패와 관료들의 안일함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었다. 진실을 강제하는 힘: 소환권과 문서제출 명령 영미식 공적조사위원회의 핵심 권한은 바로 증언 강제권이다. 한국의 특위나 국정조사에서 가장 흔한 풍경은 핵심 증인들이 병가나 재판 준비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공적조사법 체제하에서는 위원회의 출석 요구는 법원의 명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즉시 체포와 구금이 가능한 강제력을 지닌다. 또한 이들 위원회는 문서제출 강제권을 통해 정부 부처의 서버와 캐비닛을 직접 뒤질 수 있다. 피조사기관이 선별해서 주는 자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지정한 자료를 무조건 내놓아야 한다. 한 나라의 진상규명 실력은 위원회의 권위가 무시당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에 따라 측정된다. 우리나라는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발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영미식 모델에서는 위원회 자체가 사법적 권능을 일부 공유한다. 위원회의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는 사법체계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어 즉각적인 제재가 따른다. 이러한 법정 모독죄 처벌 권한은 공무원들이나 기업 관계자들이 위원회 앞에서 진실만을 말하게 만드는 강력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일단 버티고 보자 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영미식 진상규명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사법적 단죄를 넘어 대안 제시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전문가와 시민, 유가족이 참여하여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더 안전한 공동체를 위한 설계도를 그려내는 국가차원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투쟁의 장이 열린다고 보면 된다. 범죄자 한 명을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그런 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토양을 갈아엎는 것이 국가의 진정한 실력이기 때문이다. 형사 면책과 진실의 교환: 처벌보다 중요한 대안 진실 규명을 위해 때로는 형사면책 카드를 활용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진상조사의 목적이 처벌보다 재발 방지에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증인에게 ‘이곳에서 말한 증언은 이후의 형사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시스템의 결함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이끌어낸다. 이는 처벌에만 매몰된 수사 기관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장치는 참사의 숨겨진 원인, 즉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조직적 압박이나 관행이라는 이름의 비리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검찰 수사와 진상조사 위원회의 결정적 차이는 시간의 지평과 공간의 깊이에 있다. 수사는 과거의 특정 시점과 특정 인물의 행위에 매몰되지만 공적 조사는 참사의 먼 과거부터 현재의 대응, 그리고 미래의 예방책까지를 하나로 연결하며 파악한다. 검찰이 보지 못하는 관료 조직의 무능과 무책임, 정경유착의 고리, 부실한 안전기준의 역사 등을 층층이 파헤쳐야 비로소 참사의 입체적인 전모가 드러난다. 조사가 끝나면 정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정책권고안을 제시하고, 사회 전체가 이를 합의의 기초로 삼는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종합적인 대안까지 제시해야 하는 의무는 조사위원들에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법학자, 엔지니어, 행정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참사의 원인을 공학적·법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체계를 설계해낸다. 한 나라의 실력은 바로 이 지점, 즉 사회적 비극을 제도설계 역량으로 바꾸는 집단지성으로 증명된다. 안전 분야에서도 주권자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과감한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위헌성 논란: 사법권 부여를 가로막는 법적 장벽들 대한민국에서 영미식 공적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사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논의는 늘 위헌성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반대하는 쪽의 첫 번째 논거는 경직된 권력분립 원칙이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이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전속시키고 있으므로, 강제 수사나 처벌적 제재 권한을 행정위원회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체계를 흔드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법관이 아닌 자가 사법적 명령을 내리는 것 자체가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이다.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며 강제 처분 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요구한다. 수사기관도 아닌 조사위원회가 누구든지 소환하고 어디든 진입하는 권한을 갖는 것은 법관의 통제를 벗어난 공권력의 남용으로 간주된다.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는 법조계의 보수적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악용의 가능성이다. 권한이 강력할수록 해당 기구가 집권 세력의 정치적 사정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공포다. 국회나 대통령 직속 기구가 사법권에 준하는 힘을 가질 경우, 진상규명이라는 명목 하에 반대파를 압박하거나 특정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경계심이 제도 도입의 발목을 잡는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문회 의혹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6.3.26.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제공 반박 논리: 기능적 분립과 주권자의 안전권 그러나 이러한 반대 논거들은 형식적 법치주의에 매몰된 측면이 강하며, 충분히 반박 가능하다. 우선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공공조사의 목적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진상 규명과 대안 제시다. 위원회의 명령권은 법원의 형벌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행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한 부수적 조사권의 발현이다. 행정의 전문성이 고도화된 현대 국가에서 일정한 준사법적 권한을 행정기구에 부여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기능적 현대화로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진실에 대한 권리와 안전권은 헌법상 명시되지 않은 근본적 기본권이다. 기존 사법체계가 대형 참사의 진실을 온전히 밝혀내지 못해 국민의 안전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면 국가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이를 보완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법이 없어서 조사하지 못한다는 변명은 주권자의 생명 보호라는 국가의 최우선 책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실질적 법치주의는 형식적 조문보다 국민의 생명과 진실을 상위에 둔다. 마지막으로 영장주의와 사법적 통제의 조화는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위원회가 강제명령권을 갖되 증인이 이에 불복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최종적인 집행은 법원에 신청하여 법관의 확인을 받는 절차를 두면 된다. 즉, 조사기구가 실질적인 조사권을 행사하되 그 정당성을 사법부가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영장주의 위배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이는 권한의 남용을 막으면서도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인선 혁명: 독립적인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한다 제도의 성패는 결국 누가 조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처럼 여야가 추천 인원을 나누어 갖는 방식은 위원회를 정쟁의 축소판으로 만들 뿐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선 방식은 숙의적 시민공화국 모델에 토대를 둔 3단계 절차다. 우선 유가족, 시민사회, 학계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투명하게 후보군을 추천받는다. 이때 과거의 정치적 행적이나 이해관계 충돌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여 3배수의 후보 풀을 형성한다. 그다음 단계가 핵심이다. 무작위 추출로 선발된 200~300명의 시민배심원단이 이 후보자들에 대해 숙의 심사를 진행한다. 배심원단은 며칠간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며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심층 평가한다. 정치권의 입김이 아닌 시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누가 가장 진실을 밝힐 적임자인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 과정은 위원회에 정파를 초월한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엔진이 된다. 최종적으로 시민배심원단이 압축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때 대통령은 요식적인 임명권을 행사할 뿐 거부권을 가질 수 없으며, 임명된 위원들은 한시적 정무직의 예우와 함께 임기 내 신분보장을 법적으로 확약 받는다. 이러한 인선 혁명은 ‘조사위원이 누구 편인가’라는 소모적 논란을 잠재우고 위원회가 오직 국민과 진실만을 바라보며 강력한 사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다. 나는 인선혁명 부분이 영미식 공공조사위원회 모델도 훌쩍 뛰어넘는 한국형 진상조사특위의 특징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전한 공화국을 위한 헌법적 결단 결국 세월호 12주기를 맞는 오늘 우리가 내야 할 목소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서서 국가적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다짐을 새로운 제도설계로 구축하는 일이이다. 영미식 공공조사의 강력한 권한은 결코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주권자의 생명을 예외 없이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의지이며 이를 위해 진실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허물겠다는 헌법적 실천이다. 범죄 구성요건의 협소한 렌즈에서 벗어나 공공조사라는 넓은 창을 통해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주류 학계의 회의론이나 관료들의 무사안일은 시민의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산업재해와 일대 전쟁을 선포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위민정신과 공복정신을 설파해왔다. 바로 그 정신으로 국민생명과 국민안전을 위해 성역 없는 조사, 대안까지 책임지는 조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12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3년 전 이태원 골목에서 잃어버린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4월 16일, 매년 맞이하는 세월호 추모일이 단순히 슬퍼하는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전시스템의 대전환을 선포하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을 위한 필수 과제다. 12년 전과 3년 전의 지극한 슬픔이 오늘의 시민 안전으로 승화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당장 영미식 공공조사위원회의 도입과 시민 주도의 인선 혁명을 위한 입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국가는 국가차원의 참사와 관련하여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추모의 공화국을 넘어 진실의 공화국으로 성큼 나아가야한다. 위에서 개요를 제시한 바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새롭고 강력한 입법에 성공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비극을 딛고 일어나 진실과 정의, 재발방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국제사회 앞에서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우리사회가 진도 앞바다와 이태원 언덕길에서 저 하늘의 별로 돌아간 아름다운 청소년들에게 바치는 가장 값진 추모 제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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