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모니터링&뉴스레터   페투미X사회혁신
페투미X사회혁신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실용적 평화체제 구축으로 넘어야 할 적대적 두 국가

실용적 평화체제 구축으로 넘어야 할 적대적 두 국가
[국제]
한반도 정세는 분단 80년 역사상 가장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분기점은 북한이 주창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공식화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말 이 노선을 처음 들고나온 데 이어, 2026년 3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조국 통일 3대 원칙 등 통일 관련 내용을 헌법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개헌을 단행했습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헌법에 대한민국과 접한 국경선 영토 조항을 신설하며 대한민국을 명백한 타국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80년 동안 남북이 이어온 ‘체제 경쟁’ 중심의 통일 지향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의미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국방성중앙군악단 창립 80주년 기념 연주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2026.4.29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베를린 장벽 붕괴 이끌어낸 브란트의 동방정책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과거 분단 시절 동독과 서독이 겪었던 분단 논리와 매우 유사하면서도 중대한 차이점을 지닙니다. 체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동독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습니다. 민족을 혈통이 아닌 ‘계급’의 문제로 규정하며, 서독을 ‘자본주의 부르주아 민족’, 자신들을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 민족’으로 분리·규정했습니다. 급기야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독일 민족의 통일”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서독을 철저한 외국으로 취급했습니다. 이는 현재 북한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한 것과 판박이처럼 닮았습니다. 그러나 서독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서독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현실과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에서 ‘한 민족 두 국가(One Nation, Two States)’라는 정교한 논리를 정립했습니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통해 동독을 완전한 외국이 아닌 ‘독일 내의 특수 관계’로 규정했습니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통해 서독만이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강경책(할슈타인 원칙)을 포기하고,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통일을 지향하는 유연함을 보였습니다. 동독이 체제 방어를 위해 선을 그었을 때, 서독은 비록 지금은 떨어져 살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민족이다”라는 끈질긴 동질성 유지 전략으로 교류를 이어갔고, 이것이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0년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남한의 영향력 차단과 적대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독보다 훨씬 극단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과거 서독이 보여준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무작정 북한의 두 국가론을 거부하거나 흡수 통일의 망상에 빠지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되 적대성을 줄여나가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 백서인 2026년 백서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맞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대화를 통해 평화공존을 이룩하겠다는,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통일을 꾀하겠다는 매우 현실적이고 타당한 방향 전환입니다. ‘비핵화’ 대신 ‘차가운 평화’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두 국가 체제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안보 위협은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최근 헌법에 국무위원장의 핵 무력 지휘권을 명문화하며 핵 포기 불가를 천명했습니다. 북한은 핵 개발을 체제 생존의 유일한 보루로 여기며, 비핵화 요구를 사실상 안보 포기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서, 지난 35년간 한미 양국이 고수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은 사실상 실패했음을 뼈아프게 인정해야 합니다. CVID의 가장 강력한 주창자였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는, 북한이 이미 다량의 핵무기와 고도화된 운반 체계를 갖춘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선(先) 비핵화에만 집착하는 것은 한국의 국가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할 뿐이라고 진단합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석좌교수. CSIS 홈페이지 갈무리 이제 우리는 무망한 즉각적 비핵화를 꾀하기보다,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대화와 위기관리를 통해 우발적 무력 충돌과 확전을 방지하는 ‘차가운 평화(Cold Peace)’를 안보 전략의 패러다임으로 삼아야 합니다.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먼 미래의 궁극적 목표로 두되, 1단계로 핵·미사일 개발의 ‘중단(동결)’을 끌어내고, 이어 ‘군축(감축)’을 논의한 뒤, 장기적으로 비핵화로 나아가는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추구해야 합니다. 맹목적인 선 비핵화 원칙 고수는 북핵 상황의 악화만 불러왔지만, ‘중단’을 목표로 한 협상은 상황 악화를 막을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남북경협, ‘절망과 기교’를 넘어서야 조동호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저서 『남북경협 80년』에서 남북 분단 이후 80년의 경제 협력 역사를, 일제 강점기 시인 이상의 말을 빌려 ‘절망과 기교의 역사’로 명명했습니다. 근본적인 신뢰 회복 없이 얄팍한 정책적 기교만으로 현실의 장벽을 넘으려 했기에, 결국 정치·안보적 파고에 휩쓸려 절망만을 반복했다는 날카로운 진단입니다. 조 교수는 역대 정부의 경협 정책을, 촌철살인의 사자성어를 사용해 가감 없이 비판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정책은 겉모습이 실체를 넘어선 ‘문과기실(文過其實)’로, 노무현 정부는 지나침이 미치지 못함과 같은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원칙만을 강조하다 구체적 전략 부재로 상황을 악화시킨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 너무 꼿꼿해 부러뜨린 ‘교왕과직(矯枉過直)’과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문재인 정부의 거창했던 평화 프로세스 역시 애는 썼으나 보람이 없었던 ‘노이무공(勞而無功)’으로 꼬집었습니다. 이렇듯 역대 한국 정권은 대북 경협에서 두 가지 극단적인 정책을 경험했습니다. 진보 진영의 무조건적인 온정주의, 이른바 ‘퍼주기’는 북한 정권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채 소모적인 남남갈등만 유발했습니다. 반대로 보수 진영의 전략 없는 강경책, 즉 ‘안 퍼주기’ 역시 안보 위기를 방치하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초래했습니다. 북한의 안보 도발이 있을 때마다 경협이 중단되고 기업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정경 연계의 굴레 속에서 남북경협은 길을 잃었습니다. ‘퍼주기’ ‘안 주기’ 넘어 ‘거대 이익 공유하기’ 이제는 맹목적 퍼주기나 감정적인 안 주기를 넘어, 철저한 투명성 아래 실질적인 국익과 평화에 기여하는 ‘원칙 있는 잘 주기’로 경제 협력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교류를 보장하면서도, 안보 위기 시에는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정경 분리 및 연계 전략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공동 번영의 협력 파트너로 삼는 남북 경제 안보 동맹 과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을 제안합니다. 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양측이 거대한 이익을 구조적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전면전 발발 축선에 해당하는 개성-파주 일대에 남북 첨단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철원 지역에 대규모 농공단지를 만들며, 금강산과 설악산을 잇는 국제 관광단지를 구축한다면, 이 거대한 남북 공동 경제 구역들이 접경지대를 채우면서 남북의 군사력은 자연스럽게 후방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무장지대(DMZ) 평화 에너지 벨트’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길이 248km, 폭 4km에 달하는 비무장지대를 신재생에너지 공동 생산지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건설하여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된 친환경 전력을 양측의 주택, 학교, 병원, 농장 등에 공급한다면, 이는 남북한 모두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강력한 상호 보완적 협력 모델이 될 것입니다. 특히 남방 군사분계선 일부 지역에 수직형 태양광 패널 장벽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합니다. 총과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던 자리를 태양광 패널과 전력망으로 대체함으로써, 단순한 물리적 이격을 넘어 군비 통제와 기후 위기 극복, 그리고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하나로 결합해 전쟁의 동기 자체를 원천적으로 소멸시키는 세계 유일의 ‘기후-평화공존’ 복합 모델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6월 5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남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의 북한 측(뒤)을 바라본 전경. 2025.6.5. AFP 연합뉴스 왜 이 어려운 시기에 안중근의 『동양 평화론』을 떠올리는가 꽉 막힌 남북 관계를 창조적으로 풀고 한반도를 넘어선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16년 전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가 집필한 미완성 유고 『동양 평화론』에서 철학적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 평화론’은 서구 열강의 약육강식과 일본의 패권주의를 배격하고, 한국·중국·일본 등 역내 국가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공존과 번영을 도모하자는 웅대한 다자간 연대 기획이었습니다. 안 의사는 공용 화폐 발행, 공동 은행 설립, 평화유지군 창설 등을 제안하며 강자와 약자가 모두 상호 존중 속에 공생하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주창했습니다. 이러한 동양 평화론은 오늘날에도 명확한 시사점을 줍니다. 남북문제를 단지 양자 간의 체제 경쟁이나 민족 내부의 굴레에만 가둬둘 것이 아니라, 지역과 세계적 차원을 상위에 올려놓고 다자간 평화공존의 틀 속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이 스스로 통일 조항을 지우고 장벽을 친 작금의 상황은 역설적으로 한국 외교를 대북 문제의 굴레에서 해방하는 ‘뜻밖의 효능’을 가져왔습니다. 과거 한국은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강대국의 눈치를 보거나 보편적 인권 훼손에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얽매임에서 한층 자유로워진 한국은 미국의 종속 변수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 기반한 자율적이고 의연한 실용 외교를 펼칠 수 있는 폭넓은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남북문제를 동북아시아 전체의 공존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즉 보편 문명의 틀 속으로 편입시켜야 합니다. 남북경협에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참여하도록 설득해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경제적 공존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정경 분리에 입각한 다자적 평화’를 굳건히 다져야 합니다. 대결주의와 온정주의 벗어나 실용적 안보 전략 추진해야 과거 서독이 분단을 주장하는 동독을 상대로 끈질기게 평화적 교류의 끈을 놓지 않았듯, 우리도 무망한 승패론적 대결주의와 낡은 온정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동결-감축-비핵화’로 이어지는 실용적 안보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퍼주기’도 ‘안 주기’도 아닌 ‘원칙 있는 잘 주기’를 통해 경제 협력을 재설계하고, 군사적 충돌 공간을 경제적 공생 공간이자 평화에너지 벨트로 바꾸는 ‘인문지리적 억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나아가 안중근 의사가 꿈꾸었던 다자적 상호 존중의 ‘동양 평화론’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한반도의 평화가 곧 세계 보편 문명에 기여하는 길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보편 문명국가로서 대한민국이 동북아 평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필자가 5월 29일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주최한 2026 미래 인문학 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ohtak5@gmail.com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6.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