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유럽 순방 성과 묻어버리는 여당 [뉴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6.9.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에 나섰지만, 정작 국정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경쟁 전초전으로 여권 뉴스가 잠식되는 양상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환송행사 불참에서부터 촉발된 내부 논쟁은 정 대표의 지방 행보와 발언으로 불이 옮겨붙은 뒤, 급기야 지도부 사퇴론으로까지 확장됐다. 여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뜨거운 감자가 되다 보니, 벨기에·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이어 이탈리아를 국빈방문 중인 이 대통령 관련 뉴스는 12일 오전 주요 신문·방송의 머릿기사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전통적인 미디어들의 정치 면에선 이른바 여권 갈라치기 문법 이라 할 수 있는 명청대전 이라는 단어가 재소환됐고,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들에서 잇달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한 현상에 대해 자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일시적인 하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뉴스들이 만드는 모종의 위기감 은 여권 내에서도 일부 공유되는 분위기다. 최근 기자가 만난 여권 관계자들은 내후년 총선 의석 수를 두고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순방 중 엑스(X)를 통해 직접 9.4% 지지율이 급락한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냉정한 국민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하게, 더 넓게 벌리고 더 많이 포용하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메시지를 낸 것은 일면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는 과거 정권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할 때, 대통령은 뒤로 물러나 있고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뚜벅뚜벅 국정현안을 챙기겠다 정도의 짧은 메시지를 내며 표정관리를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절박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대통령도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대체불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지지와 통합이 필수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을 향해 그릇이 돼야 한다 바다 같이 다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하고,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이 저에게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다.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해야 된다 고 말한 대목은, 겸손한 자세로 더 넓게 포용해야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더 빠르고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6.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물론 여권 일각의 우려와는 별개로, 이 대통령의 일시적인 지지율 하락은 얼마든지 반등이 가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전국단위 선거 이후 대통령·여당 지지율이 견제 심리 등의 작동으로 하락했다가 반등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월 지방선거 직후 79%였지만, 9월 첫 주 49%까지 바닥을 친 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60%선으로 회복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오는 14~15일 바티칸을 방문해 레오 14세 교황과 만날 예정이고, 16일엔 프랑스 에비앙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외교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크게 반등할 수 있다. 특히 바티칸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메시지가 나오고, G7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통상·안보·투자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그간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한미 관세협상, 중동위기 극복 노력에 이어 또다른 상승 모멘텀을 단기간 내에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청래 대표가 대한민국은 이재명 대통령 보유국 이라며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합심 단결하는 것, 어렵게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를 더 확장하는 게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역사적 사명 이라고 말했지만, 뉴스를 잠식한 여권의 분열 양상은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의 계기마저 희석시킬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프리카·중동 순방에 나선 뒤 1인1표제 당헌 개정과 내란전담재판부 문제 등으로 집안 싸움 이 벌어졌을 때만해도 순방 외교가 빛바래지 않아야 한다 며 내부적으로 자제령까지 내렸지만, 이번 유럽 순방 중엔 그때와 같은 자제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순방 성과보다 차기 당권 경쟁에 힘이 크게 쏠리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부터 사실상 총선 국면이 시작되는 내년 여름까지 1년여 기간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완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후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국정과제가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입법 뒷받침도 필수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내란 세력 일부가 다시 살아 돌아온 상황에서 차기 당권 경쟁으로 당원까지 극한으로 분열되는 것은 향후 국정 동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까지 들게 한다. 최근 만난 여러 여권 관계자들도 이러한 당원들의 분열 양상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 는 목소리를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대화하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와의 그것보다 크겠냐 고 말한 바 있다. 또 이번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1억 개의 눈과 귀를 갖고 5000만 개의 입으로 말하는 거대한 지성체들은 속일 수 없다 며 다 보고 듣고 어느 순간에 행동한다. 국민들은 역시 무서운 존재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고 했다.
당권 경쟁과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여전히 내란을 지지했던 세력이 살아남아 정권을 바꿀 기회를 엿보는 상황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 를 넘지 못하고 국민이 하는 정치 라는 대전제를 잊는다면, 결국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