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같은 전기” 끝나나…AI에 흔들리는 美 전력시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이 전력 공급 안정성을 차등화하는 시장 개편 검토에 들어갔다. / 출처 = Unsplash
모든 고객에게 같은 품질의 전력을 공급하던 미국 전력망 구조가 AI 데이터센터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 인터커넥션이 단기 경매 중심의 도매 전력시장을 장기 계약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 등 세 가지 시장 개편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3년 만에 11배 뛴 전력 확보 비용
PJM은 미국 13개 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북미 최대 광역 전력망이다. 미국인 약 5명 중 1명이 PJM 전력망에 연결돼 있다.
PJM은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 한파처럼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해 발전소들이 미리 대기하도록 비용을 지급한다. 전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일종의 예비 전력 유지 비용이다.
문제는 이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26년 PJM 용량 경매에서 메가와트(MW)당 하루 29달러(약 4만2000원)였던 낙찰 가격은 2026~27년 329달러(47만7000원), 2027~28년 333달러(약 48만3000원)까지 뛰었다. 3년 만에 11배 상승이다.
원인은 AI 데이터센터다. PJM 지역 신규 전력 수요 증가분의 94%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마존(NASDAQ: AMZN),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 알파벳(NASDAQ: GOOGL), 메타(NASDAQ: META)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면서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들은 매년 5~7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전력 연결을 신청하고 있다. 반면 새로 전력망에 연결되는 발전설비는 연간 2~3GW 수준에 그친다.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신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이에 PJM은 이르면 2027년 여름 6.6GW 규모의 전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형 원전 여러 기가 동시에 멈추는 수준의 공급 공백이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버지니아 북부는 이미 미국 전력시장 변화의 진앙지가 됐다. 이 지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 기준 3442MW 수준이었지만, 2040년에는 16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PJM 최고운영책임자(COO) 스튜 브레슬러는 전력 업계에서 이런 수준의 수요 급증은 산업혁명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한 걸자 투자 위축 우려
전력 가격이 급등하자 정치권도 움직였다. 펜실베이니아주 조시 샤피로(Josh Shapiro) 주지사를 중심으로 한 주지사 연합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가격 상한 도입을 요구했다. 전기요금 급등이 가정과 중소기업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였다.
결국 PJM 시장에는 MW당 325달러(약 47만1000원) 상한과 175달러(약 25만4000원) 하한이 도입됐다.
발전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NASDAQ: CEG) 등 주요 발전사들은 가격 제한이 신규 발전소 투자 유인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건설에는 수년이 걸리는데 가격 신호가 흔들리면 장기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PJM은 전력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면 정치권이 개입하고, 가격 제한이 다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충격이 미국 전력시장 가격 체계 자체를 흔들기 시작한 셈이다.
덜 내면 덜 받는다”… 안정성 차등화 검토
PJM은 전력 비용에 따라 공급 안정성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력 비용을 낮추는 대신 공급 안정성 보장 수준도 함께 낮추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미국 전력망은 모든 고객에게 비슷한 수준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PJM이 처음으로 그 원칙 수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특성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순간 정전에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존 전력망은 일반 가정과 산업체를 중심으로 균등 공급 체계에 맞춰 설계돼 있다. AI 인프라가 요구하는 초고신뢰 전력 수요를 기존 구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JM이 검토 중인 NCBL(Non-Capacity-Backed Load)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구조가 도입되면 50MW 이상 대형 전력 수요자인 데이터센터는 전력 부족 시 우선 차단 대상이 되는 대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텍사스 독립 전력시장 ERCOT이 이미 일부 유사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발전소와 가스발전, 소형모듈원자로(SMR) 확보 경쟁에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공공 전력망만으로는 데이터센터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PJM 독립시장감시기구(IMM)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PJM 용량시장 가격 급등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IMM은 기존·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를 제외할 경우 2027~28년 용량시장 규모가 164억달러(약 23조8000억원)에서 99억달러(약 14조4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미국 전력시장 비용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