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기후공시 폐기 본격화…투자자 보호 vs 규제 부담 논쟁 점화 [환경]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전 정부 시기에 도입된 기후 공시 규정의 폐지를 공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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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EPA가 맡아야 …SEC, 바이든 공시 규정 뒤집기
SEC는 이날 발표한 제안서에서 2024년 채택된 기후공시 규정이 정책적으로 부적절했다 며 공식 폐지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SEC는 기후 관련 공시 의무가 기관의 본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규제라고 주장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환경보호청(EPA)이 그들의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우리는 우리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며 기후정책은 EPA가 담당하고 SEC는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감독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공시 의무는 법적 권한 범위 안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에 한정돼야 한다 며 기업 행동을 강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게리 겐슬러 전 SEC 위원장 재임 시절 마련된 이 규정은 연방 차원에서 기업의 기후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첫 제도였다. 기업들은 해수면 상승, 허리케인, 산불, 가뭄 등 기후위험이 사업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을 공시해야 했다.
규정은 시행되기도 전에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공화당 주정부들은 SEC가 투자자 보호를 넘어 기후정책 영역까지 개입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EC는 법원에서 해당 규정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규정 철회 수순에 들어갔다.
투자자 보호냐 규제 부담이냐...의견수렴 절차 진행
SEC가 규정 철회를 제안하자,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마이크 플러드 미국 상공회의소 자본시장경쟁력센터 수석부회장은 SEC가 투자자 판단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정보만 공시하도록 하는 기존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다 며 투자자가 필요한 정보는 기존 기업 공시를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반면 투자자 권익 단체와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 단체 베터마켓(Better Markets)의 벤저민 시프린 증권정책국장은 규정이 폐지되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후위험에 대한 정보를 덜 확보하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청정대기태스크포스(CATF)는 이 규정이 투자자에게 재무적으로 중요한 기후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조치 였다고 평가하며 철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환경보호기금(EDF) 역시 규정 폐지가 투자자와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재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고 비판했다.
SEC는 앞으로 60일간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지만, 규정 철회를 둘러싼 추가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EC 빠져도 EU·캘리포니아 공시는 남는다
한편, SEC 규정이 폐지되더라도 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EC 규정이 철회되더라도 캘리포니아주와 유럽연합(EU)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별도 기후공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은 기업이 기후위험과 온실가스 배출량, 지속가능성 전략, 전환계획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일부 비EU 기업도 EU 내 매출 규모에 따라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캘리포니아 역시 독자적인 기후공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는 대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관련 재무위험을 공개해야 한다. 첫 보고 의무는 올해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PwC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규제 시행에 앞서 기후공시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규제가 멈춰도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