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 두쫀쿠… 당(糖)나라 한국, ‘설탕세’로 견제 필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당(糖)이 지배하는 당 제국이다. 당에 중독된 사람들, 당 포로가 길거리를 배회한다. 당 때문에 비만, 당뇨, 심혈관계질환, 대사질환이 급증해 비틀거리는 사회다. 당이 곳곳에서 왕으로 군림한다. 커피, 빵, 음료수, 술, 건강식품, 과자,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김, 요구르트, 치킨, 어묵, 초콜릿 등 국민 음식과 가공식품에는 당이 넘쳐난다. 당이 우리의 식탁과 일상을 사실상 점령했다. 당을 요리마다 듬뿍 친 요리사한테 박수갈채를 보내는 나라다. 마침내 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쫀쿠’ 열풍까지, 대한민국이 당(糖)나라임을 증명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당 중독’이라는 용어는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인 총열량의 10%를 웃도는 당을 섭취하는 ‘과잉 섭취군’을 실질적인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24~2026년 최신 국민영양조사 등 보건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당 중독’ 한국인은 약 16.9~20%에 달한다. 5명 중 1명, 즉 800만 명~1000만 명이 당 중독 위험군인 셈이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은 이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12~18세 청소년의 경우 무려 37.1%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당 중독 위험 경보가 대한민국에 이미 발령됐다.
두쫀쿠
‘부담금’ 칼 들고 나선 대통령, ‘민생 부담’ 방패 든 당나라 충신들
마침내 대통령이 당나라 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설탕 건강증진부담금(이하 부담금)이라는 칼을 들고 당나라를 수술하려 한다. 수술이 잘만 이루어지면 별 후유증 없이 비만, 당뇨병에 걸리는 사람을 줄이고, 걷은 부담금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투자해 건강보험료 인상을 완화하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기’다.
하지만 반대를 부르대는 이들도 있다. 설탕은 음료, 과자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가공식품의 기초 식재료여서 부담금을 매기면 곧바로 가격이 이들 가공식품에 전가돼 민생 부담을 가중한다고 주장한다. 부자들은 당을 쓰지 않고 고급 식재료를 사용해 맛을 낸 비싼 음식을 즐길 수 있으나 저소득층 서민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이 듬뿍 들어간 ‘정크푸드’에 길든 서민의 건강은 어떡할 것인가. 심각한 질병에 걸려 고통을 겪다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설탕이 왕 노릇을 하는 당은 우리 몸의 필수 성분이며 주요 에너지원이다. 매일 적절한 양을 섭취해야 몸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문제는 과도하게 섭취할 때 나타난다. 이때 당은 ‘근육의 천연 독’이 된다. 당나라에는 두 부류의 족속이 살고 있다. 단순당과 복합당이다. 단순당은 단당류와 이당류 두 파로 다시 나뉜다. 대표 단당류는 포도당으로 포도에 많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 과일 등에 많은 과당(액상과당)도 단당류이다. 꿀은 포도당 반, 과당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당류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당이다.
포도 등 각종 과일들
에너지원이라는 천사와 중독물질이라는 악마의 두 얼굴
한편 설탕은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한, 즉 두 개의 당이 하나가 된 이당류(二糖類)이다. 설탕의 다른 형제들, 즉 이당류에는 포도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엿당(맥아당)과 포도당과 갈락토스가 결합한 젖당(유당)이 있다. 우리 혈액 속에는 포도당이 압도적으로 많고 다른 단당류는 아주 조금 존재한다. 하지만 이당류는 절대 출입금지 신분이다. 이밖에 복합당은 수천, 수만의 당 분자가 결합한 상태여서 소화 과정이 길어서 단당류가 되어 핏속으로 녹아 들어가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걸린다. 감자, 고구마의 녹말이나 쌀, 보리, 밀, 현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당은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 보고라는 천사와 중독물질이라는 악마의 얼굴. 당 맛에 길든 사람은 계속 단 음식이 당긴다. 심하면 개미가 개미지옥에 빠져 맴돌다 죽음을 맞이하듯이 당에 중독된 사람은 뚱뚱해지고 당뇨 등 각종 대사질환을 앓다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 당을 맛을 내는 성분 정도로 여기는 사람은 당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당은 마약, 알코올, 담배, 게임, 도박 등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고 경계해야 한다.
당은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하여 약물 중독과 유사한 반응을 이끌기 때문이다. 단것을 먹으면 뇌의 쾌락 중추에서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쏟아진다. 자주 많이 먹을수록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어 점점 더 단것을 찾게 된다. 담배처럼 금단 증상도 있다. 당 섭취를 멈추면 불안, 초조, 집중력 저하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배고픈 참새는 방앗간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권하는 술을 마다하는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없다. 단것을 본 당 중독자는 입에 넣어야만 성에 찬다.
독보적이고도 진심으로 술까지 달게 만드는 나라
당 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단 음식을 즐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젊은 층은 다른 나이대보다 당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자주 즐겨 섭취한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층에서 빵과 디저트류 소비가 많다. ‘두쫀쿠’에 열광하는 소비층이 이들이다.
한국은 단 술을 즐기는 단술 제국이기도 하다. 한국은 술에 당을 포함한 감미료를 넣는 데 매우 독보적이고 진심인 나라이다. 자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도 저소득층이 즐기는 특정 주종에 감미료를 넣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달콤한 술 사랑에는 그들도 혀를 내두른다.
소주에는 주정(에탄올)을 물에 희석해 만드는 소주에서 느끼는 쓴맛을 못 느끼게 하도록 결정(액상)과당, 올리고당, 스테비아, 에리스리톨과 사카린 등 인공감미료를 넣고 있거나 넣은 적이 있다. 한국인의 술, 막걸리에는 값비싼 고급제품이 아니면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등 인공감미료와 고강도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 등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포도주 등 과일주는 대개 단맛이 강해 이산화황과 같은 산화방지제 외 별도의 감미료를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대에서 판매를 기다리고 있는 막걸리 소주 등 각종 주류들
음식 만들 때 설탕 팍팍 넣으라던 ‘국민 요리사’ 백종원
당의 폐해는 매우 다양하고 크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에게 심각하다.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지난 10년 사이 2배로 급증했다. 30세 미만 젊은 세대의 당뇨병 유병률도 지난 10년 사이 약 2배로 증가했다. 심혈관질환의 발병 시점도 점차 젊어지고 있다. 청소년 비만군 중 약 30~40%가 이미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등이 함께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런 청년의 건강 위기 배경에는 설탕과 액상과당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설탕이 거의 모든 요리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게 된 계기는 ‘국민 요리사’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백종원의 등장이다. 그는 2015년 한 공중파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에 나와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맛을 낼 수 있는 비법을 공유한다면서 종이컵 가득 설탕을 담아 거침없이 요리마다 팍팍 붓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단맛이 지닌 중독성을 맛본 이들은 훗날의 건강 위험에는 개의치 않고 ‘백종원 베이비’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 뒤 우리 사회에서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단짠(달고짠)’ 음식이 일상이 되었다. 단맛이 이성을 이긴 것이다.
백종원은 설탕은 독극물이 아니라 음식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조미료”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요리를 전혀 안 하던 사람들이 요리에 재미를 붙이게 하려면 일단 맛이 있어야 하는데, 설탕이 그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그는 마약 같은 당의 중독성을 애써 외면했다.
넷플릭스 예능 ‘요리 계급전쟁 흑백요리사’ 제작발표회에 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왼쪽). 2024. 9. 11 연합뉴스
이미 100여 개 국에서 성과 거두고 있는 ‘설탕세’
주식이 너무 폭등하면 장세를 적절한 시점에 멈추어야 하고 그 방지의 하나로 사이드카를 발동 하듯이 이제 당나라에서는 당 사용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아니 10년 전, 20년 전에 이런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이미 상당히 때가 늦었다.
우리나라에서 건강증진부담금이 1995년 담배에 처음 적용됐다. 흡연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건강증진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초기에는 담배 한 갑당 2원이라는 아주 적은 금액으로 시작해 수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는 한 갑당 841원이 부과되고 있다. 그 뒤 비만 예방을 위해 가당 음료(음료에 당을 추가로 넣은 제품)에 부담금을 매기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수차례 있었으나, 물가상승 우려와 업계 반발로 도입에 실패했다.
현대적 의미의 설탕 건강증진부담금 또는 이른바 ‘설탕세’는 2010년대 들어 비만과 당뇨가 자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료 등 사회적 비용을 급증시키는 요인이 되자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1년 헝가리, 2012년 프랑스 등 유럽국가가 선두에 나섰다. 2016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가당 음료에 20% 이상의 세금을 부과하면 비만과 당뇨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이에 불을 붙였다. 그 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설탕세’를 시행 중이다. ‘설탕세’가 단순히 돈을 걷는 목적을 넘어, 전 세계적인 ‘비만과 당뇨병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공중보건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제도는 여러 성공 사례를 낳았다. 영국은 도입 후 음료 내 설탕 함량이 전체적으로 47% 줄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인 것도 있지만, 제조사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음료의 당 함량을 크게 낮춘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영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등 6학년 여아의 비만율이 약 8% 감소했으며, 아동 충치로 인한 발치 내원율이 12% 감소했다. 멕시코에서는 도입 2년 만에 가당 음료 구매가 10% 이상 줄었으며,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담금 점진적 증액, 당 덜 먹기 캠페인 등 종합 대책 마련해야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비만‧당뇨 시대를 이겨내야 할까? 먼저 이재명 정부는 당 과소비로 벌어지고 있는 국민 건강 실태를 낱낱이 분석해 널리 홍보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의 건강증진부담금 도입 성공과 실패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설탕 건강증진부담금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 관계자와 함께 전문가와 국민 중심의 패널을 구성해 논의를 거쳐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관련 공공기관, 제당업계와 식품업계, 주류업계, 보건의료 전문가와 관련 협회 관계자들을 두루 포함하는 범민관패널회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밖에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격언과 함께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필연적으로 따른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며 그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부담금을 처음부터 과도하게 잡지 않고 5년 주기로 점차 늘려가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한 번 길든 단맛 선호를 몸에서 빼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당 덜먹기 범국민캠페인을 방송을 중심으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집중적으로 그리고 지속해서 펼치는 대국민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