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조원 넘는 청정에너지 투자, 화석연료 투자의 두 배까지 격차...IEA 보고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올해 청정에너지 부문 투자액이 화석연료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일(현지시각) ‘세계 에너지 투자 2024(World Energy Investment 2024) 보고서’를 발표, 올해 전 세계 총 에너지 투자가 최초로 3조달러(약 4105조원)를 돌파할 것이며, 이중 2조30억달러(약 2740조원)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히트 펌프, 원자력,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 등 청정 기술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투자 규모는 그 절반 수준인 1조1000억달러(약 1505조원)로 추산됐다.
청정에너지 및 화석연료에 대한 글로벌 투자 추이, 2015-2024 / IEA
재생에너지 자금 조달 문제 완화 추세...
신흥국 투자는 현저히 뒤쳐져
IEA는 높은 금리로 인해 풍력 등 일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물류 및 운송업계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공급망 압박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태양광 패널 가격은 기술 발전, 과잉생산, 경쟁 심화 등으로 지난 2년 동안 30% 하락했으며, 배터리 제조 등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가격도 폭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발생한 공급과잉 때문이다.
지역별 투자 격차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 IEA는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올해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3200억달러(약 43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0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중국 성장률 75%보다는 낮지만 선진국 성장률 50%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신흥국들의 투자 증가는 인도, 브라질, 일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새로운 정책 이니셔티브, 공공입찰, 전력망 인프라 프로젝트 등이 반영됐다. 특히 2024년 아프리카의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으로 2020년의 약 두 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은 청정에너지 투자에서 크게 뒤쳐지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의 극도로 낮은 청정에너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양광 투자, 모든 발전원 합친 것보다 높아...
건물 그린 리모델링 투자는 오히려 퇴보
부문별로 보면 태양광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IEA는 2024년 태양광 투자가 5000억달러(약 684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는 다른 모든 발전원 투자 예상치를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과잉생산 등을 이유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하락하면서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전력 부문 혁신의 주역은 태양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3년 태양광 투자금 1달러(약 1400원)는 10년 전의 1달러보다 2.5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했다.
2021-2024 태양광 및 기타 발전기술에 대한 글로벌 연간 투자 추이 / IEA
이러한 흐름에는 미국과 중국이 크게 기여했다.
6일(현지시각) 컨설팅업체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와 미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는 ‘미국 태양광 시장 인사이트(US Solar Market Insight)’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미국 전력망에 추가된 신규 전력 생산 용량 중 75%는 태양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가정용 태양광의 신규 용량은 높은 금리와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2023년 동기 대비 25%, 2023년 4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국가 주도하에 중국 태양광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로이터는 2023년 중국의 신규 태양광 발전 용량이 전년 대비 55.2% 증가했다며 올해 216기가와트(GW) 이상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새롭게 추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자력 투자는 최근 2년 감소세를 보이다가 최근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해법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IEA는 2024년 원자력 총 투자액은 800억달러(약 109조원)에 달할 것이며, 이는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8년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전력망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연간 약 3000억달러(약 410조원)에 머물렀던 전력망 투자는 유럽연합(EU), 미국, 중남미 일부 국가들의 공적 자금 투입에 힙입어 2024년 4000억달러(약 54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EA는 전력망 투자의 80%는 중국 등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신흥국과의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격차는 에너지 저장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해 선진국과 중국이 에너지 저장에 1달러(역 1400원)를 투자할 때 다른 신흥국들의 투자 금액은 1센트(약 14원)에 불과했다.
반면 서구 및 중국은 청정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IEA는 2024년 미국의 청정에너지 투자액은 3000억달러(약 410조원)를 초과, 2020년의 1.6배 수준에 이를 것이며 EU는 해당 부문에 이미 연간 3700억달러(약 506조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IEA는 중국 또한 대규모 내수시장과 태양전지, 리튬 배터리 생산, 전기차 등 이른바 3대 신규 산업의 성장세를 앞세워 2024년에는 약 6800억달러(약 930조원)를 청정에너지 부문에 지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은 신규 석탄 투자에 있어서도 세계 1위다. 2020년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이른바 ‘쌍탄(雙炭, 2030년 탄소 배출 피크, 2060년 탄소중립)’ 전략하에 석탄 발전소도 증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의 석탄 산업 투자액 1200억달러(약 164조원) 중 930억달러(약 127조원)는 중국 은행에서 유입됐다. 이는 전체 석탄 투자 비중에서 76%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은 약 100억달러(약 14조원), 인도와 독일이 각각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운송의 전기화 투자는 두드러지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 투자는 2023년~2024년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전반적인 투자 규모 증대에도 불구하고 기후 목표 달성에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투자 규모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2030년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을 위한 비용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당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5000억달러(약 684조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IEA는 특히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 접근성이 떨어지는 최빈국의 자본 비용을 줄여주어야 한다며, 공여국의 화폐가 아닌 지원을 받는 현지 수원국의 화폐로 양허성 차관(유상원조) 등의 대출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