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5월 고용 깜짝 약진에 금리 인상 불안감…시장 요동 [뉴스] 미국의 5월 고용 지표가 시장을 경악시켰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미국의 고용 상황이 5월 들어 시장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호조를 보인 것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미국 경제가 회복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은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는 고사하고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술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이 폭락하고 채권가격과 금값이 동반 급락하는 등 자산시장이 요동쳤다. 월요일에 열릴 국장도 격렬한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고유가 압력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견조한 미국의 고용시장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 2000명 증가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8만명 증가를 내다본 전문가 예상치(다우존스 집계 기준)를 아득히 웃돈 수치다.
앞선 3월과 4월 일자리 증가 폭은 2만 9000명, 6만 4000명 각각 상향 조정됐다. 3∼4월 합산 상향 조정 폭은 9만 3000명에 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가계의 소비 여력 하락과 함께 해고 증가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지만, 이란 전쟁의 여파가 고용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여가·접객업(7만명 증가), 지방정부(5만 5000명 증가) 부문이 5월 고용 증가를 주도했다. 의료(3만 5000명 증가), 사회지원(1만 2000명 증가) 부문도 5월 일자리 증가에 기여했다. 반면 금융활동 부문은 일자리가 2만 2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4.3%로 한 달 전 수준을 유지하며 전문가 예상에 부합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61.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5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3% 올라 상승률이 4월(0.2%) 대비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올라 4월(3.6%) 대비 상승률이 둔화했다.
미 월간 비농업 취업자 수 증감 추이, 자료 :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확연히 인플레이션 제압으로 이동한 시장의 관심
미국의 고용 사정이 5월 들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인 데다 3∼4월 통계도 상당 폭 상향 조정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고용 약화 가능성보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될 전망이다.
연준이 통화정책 준거로 삼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4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3.8% 올라, 약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유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이션도 한동안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책임진 연준의 역할이 더 부각되고 있다.
3월 9일, 런던 동부의 BP 주유소 밖에 무연 휘발유와 경유의 리터당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이란 전쟁이 2주째 이어지면서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월요일 증시는 폭락했다. 2026.3.9. AFP 연합뉴스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가능성을 높게 봐
한편 케빈 워시 연준 신임 의장이 취임했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 체제의 연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하루 전 47%에서 이날 30%로 낮췄다. 0.2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70%로 반영했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 상황이 5월 들어 예상을 크게 웃돌아 회복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방향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가 시장을 지배했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PG)[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연준의 긴축기조 전환 가능성에 나스닥은 추풍낙엽
미국의 고용시장 호조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확산하면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5.15포인트(-1.35%) 내린 50,866.7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00.63포인트(-2.65%) 내린 7,383.6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121.53포인트(-4.18%) 내린 25,709.43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이날 하락으로 주간 기준으로 각각 2.6%, 4.7% 하락, 주간 기준 9주 연속 상승 행진을 중단했다.
이날 뉴욕증시 급락은 미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의 상장을 한 주 앞두고 이뤄졌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칩 제조사와 메모리 업체 등 최근 강세장을 주도했던 업종이 특히 낙폭이 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10.3%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매도세는 브로드컴이 이번 주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맞춤형 AI 칩 사업 수요가 시장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이후 본격화됐다.
이날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는 약 6% 하락하며 시가총액 3000억달러 이상이 줄어들었다.
지난 5월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품 시연회에 등장한 엔비디아 로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 시진핑 주석과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중국에 첨단 인공지능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12.8. AFP 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2.66%), 아마존(-3.06%), 테슬라(-6.56%) 등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도 낙폭이 컸다. 메타는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5.51%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13% 급락해 시가총액 약 1500억달러가 사라졌다.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마벨 테크놀로지는 17%, AMD는 11% 각각 하락했다. 브로드컴 역시 8% 가까이 떨어지면서 이틀간 낙폭이 20%에 육박했다.
샌디스크(-11.39%), 웨스턴디지털(-11.06%) 등 메모리 업체가 두 자릿수대 낙폭을 보였고, 인텔(-11.28%), AMD(-10.86%), 램 리서치(-9.85%) 등 반도체 업체들도 낙폭이 컸다.
BMO 프라이빗웰스의 캐럴 슐리프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날 매도세에 대해 금리 영향도 있지만 다가오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일부 자금을 대기해 두려는 이유일 수도 있다”며 기술주는 지난 3개월간 10% 후반대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일부 조정은 합리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월가 모습. EPA 연합뉴스
채권과 금값은 하락하고 달러는 뛰고
채권 시장도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주목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 강화에 미국채 투매가 이어지며 채권 수익률을 밀어 올렸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9시 16분께 4.14%로, 전장 대비 0.09%포인트 급등했다.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도 심리적 저항선인 4.5%, 5.0%를 각각 돌파했다.
국제 금값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 강화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3.1% 내린 온스당 4,3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 가격은 이날 하락으로 연초 수준으로 떨어지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금 선물 가격은 작년부터 고공 행진을 지속하며 올해 초 온스당 5,500달러대까지 오른 바 있다.
달러화 가치는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0.8로 전장 대비 0.67% 상승했다. 달러 인덱스가 100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이후 2개월 만이다.
골드바.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장도 고난의 한주가 될 듯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미 증시에서 반도체와 기술주들이 대거 폭락하면서 월요일에 열릴 국장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코스피는 지난 금요일에 5.54%급락한 바 있다. 한국증시를 이끄는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도 무시무시했다. 적어도 이번 한 주는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등의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는만큼 인내심을 갖고 조정을 견디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