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진 판사, 조태용 주요 혐의에 무죄… 황당한 판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2·3 비상계엄 전후 상황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0.15. 연합뉴스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가 21일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7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류경진 부장판사는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게도 증거인멸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2일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내란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징역 7년을 선고해 이미 솜방망이 의혹을 샀다. 결국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이 전 장관 항소심에서 1심의 판단이 가벼웠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사법연수원(31기)을 수료한 직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법관으로 전직한 류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4부에서 근무하던 2023년 10월 26일 사업가로부터 골프채 세트를 비롯한 금품을 받아 알선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A 씨에게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해 제 식구 감싸기 라는 지탄과 함께 언론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A 부장판사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유명 상표 제품의 모조품인 짝퉁 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2부 류경진 부장판사. 2026.2.12. KBS 유튜브 재판 중계 영상 갈무리
이번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고를 두고 참여연대는 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국정원장이 불법적인 비상계엄 계획과 정치인 체포조 운영 계획을 보고받고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직무유기이자 내란에 가담한 중대범죄 라면서 그럼에도 법원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보고를 풍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고 한다. 황당무계하고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내란 특검은 무죄 부분에 대해 즉시 항소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이날 윤석열이 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들을 체포하려 한 상황을 알고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전달한 혐의, 윤석열과 홍장원 전 1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 혐의 등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면서 국가정보원법은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홍장원 전 1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풍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또 홍장원 전 차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윤석열로부터 여야 대표 등을 잡으러 다니는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이를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하자 내일 이야기 하자 고 했으며, 홍장원 전 차장이 업무적인 지시를 해주셔야 한다 고 강하게 말했음에도 조태용 전 원장은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면서 이와 같은 구체적인 보고를 풍문으로 취급한 것은 무죄를 선고해 주려는 결심이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어렵다 고 거듭 의구심을 표시했다.
나아가 이번에 1심에서 조태용이 기소된 혐의들은 국정원의 내란 가담 의혹에서 매우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내란 특검이 공개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집무실 CCTV 영상에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전달받는 장면이 확인됐다 며 또한 국정원 2차장 산하 방첩부서인 국가안보조사국 에서는 국정원 직원 80여 명을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 작성됐고, 계엄 선포 당일 퇴근했던 국정원 직원 130여 명이 다시 출근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국정원이 내란 실행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조태용 전 원장이 전달받은 문건의 내용이 무엇인지, 국정원 직원의 합동수사본부 파견 검토가 누구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국정원이 내란의 기획과 실행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며 최근 2차 종합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전직 국정원 정무직 직원 6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누가 어디까지 12·3 내란에 가담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끝까지 밝혀내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부분을 바로 잡고 제기된 혐의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2025.2.13. 연합뉴스
앞서 류경진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이날 조 전 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핵심 혐의인 직무 유기와 국정원법 위반은 무죄로 결론 내렸고, 위증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허위 내용을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하고(위증), 국정원 명의 공문서에 담아 답변서로 낸(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부분뿐이다.
직무유기 혐의는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 등이 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을 임의로 체포하려는 상황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보고받고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이 보고할 때 정치인 체포의 주체를 방첩사령부로 명시했다거나, 조 전 원장이 이를 대통령 지시로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홍 전 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비상계엄 과정에서 발생한 풍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체포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국정원법에 따른 국회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취지로 지난해 1월 국회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에서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고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무죄로 봤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4.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게다가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도 무죄라고 판시했다. 조 전 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지하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등 정치에 관여할 목적으로 CCTV 영상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 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홍 전 차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라는 문자메시지 등을 국정원과 외교부 직원들에게 발송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원 수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과 관련해 국정원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고, 국정원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이런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는 이유를 댔다. 정치인 체포 관련 대화가 담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도 보안 조치의 하나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적시했다.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