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미치지 않는 곳까지 한 번 더 보듬는 우리말 [사회혁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너울
그림 속,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거칠고 웅장하게 요동치는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집채만 한 크기로 솟구쳐 올랐다가 방파제를 집어삼킬 듯 무섭게 들이닥치는 물결의 움직임이 수채화의 묵직한 필치로 생생하게 담겨 있네요. 그 위로 너울 이라는 글씨가 바다의 세찬 바람을 견뎌낸 바위처럼 단단하고 뚜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저 멀리 거친 물보라 너머로 날아오르는 하얀 새들과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을 보고 있으면, 겉보기에는 한없이 잔잔해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모든 것을 덮쳐오는 바다의 무서움과 함께, 우리 삶을 불쑥 흔들어놓는 거센 시련의 무게가 느껴져 가만히 숨을 고르게 됩니다.
먼바다에서 밀려와 크게 이는 물결, 너울
최근 집중호우와 강풍의 영향으로 남해와 동해를 중심으로 높은 물결이 이어지면서 바닷가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겉보기에는 잔잔해 보여도 먼바다에서 만들어진 큰 물결이 갑자기 바닷가까지 밀려와 방파제나 갯바위에 있던 이웃들을 눈 깜짝할 새에 덮치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요. 기상청에서도 바닷가에 가실 때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의 거대하고도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하며,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너울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 이라고 뜻풀이합니다. 보통 물결 은 물이 움직여 표면이 오르내리는 모양을 뜻하고, 파도 는 바다에 이는 물결을 이르는 한자말이지요. 파도(波濤) 가 물결 파(波) , 물결 도(濤) 로 이루어진 말인 만큼 그냥 물결 이라 해도 좋은데, 만약 민물의 물결과 구별하고 싶다면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은 너울 이라 부르면 됩니다. 특히 안 보이던 집채만한 파도가 순식간에 덮치는 너울 주의 라는 기사 제목처럼 갑자기 들이닥치는 너울은 갑작너울 이라고 가려 쓰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말의 뜻을 좁혀 가두고 그 자리에 한자말이나 들온말(외래어)을 채우기보다, 우리말을 짜임새 있게 다듬고 뜻을 넓혀 쓰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합니다.
마음의 너울을 다독이며 나를 더 단단하게 지켜내는 오늘
바다의 너울은 멀리 먼바다에서 비롯되어 멀리 밀려와 바닷가에 닿으면서 큰 힘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고요해 보여도,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른 물결이 순식간에 덮쳐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지요. 우리의 나날살이도 이 바다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때로는 삶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가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걱정과 불안, 외로움과 그리움의 물결이 너울처럼 커다랗게 솟구쳐 올라 덮치곤 하니까요.
거친 너울이 몰아친 뒤에 바다가 다시 맑고 고요한 제 모습을 찾듯, 여러분의 마음속을 헤집어놓는 불안의 물결도 결국은 차분하게 가라앉을 감정의 흐름일 뿐입니다. 눈에 보이는 거친 파도에 지레 겁먹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내 안의 단단한 중심을 가만히 잡도리해 보세요. 자잘한 부주의가 걱정의 너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오늘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 한 자락이 언젠가 내 삶을 지탱해 줄 커다란 희망의 너울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거센 물결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여러분은, 참 웅골차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마음 나누기]
그림 속 거친 너울이 먼바다로부터 힘을 모아 밀려오듯,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일렁이다가 커다란 감정으로 다가왔던 나만의 너울 은 무엇이었나요? 서러운 걱정의 너울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졌던 기쁜 너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내면에서 힘차게 일렁였던 여러분만의 소중한 마음 이야기를 댓글로 다정하게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따뜻한 온기가 모여, 서로의 마음속 거친 물결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가장 안전한 방파제가 됩니다.
[한 줄 생각]
너울은 먼바다에서 비롯되어 바닷가에 닿듯, 작은 마음도 오래 쌓이면 큰 울림이 되어 돌아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너울
뜻: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
보기: 겉보기에는 잔잔해 보이는 바다였지만, 먼바다에서 밀려온 너울이 눈 깜짝할 새 방파제를 집어삼켰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