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운영한 공부방 문 닫고 돌봄 의 길로 가는 까닭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한국 사회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아이들이 줄어들며 교육 현장은 축소되는 반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교실의 불이 꺼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돌봄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16년간 초·중등 공부방을 운영해 온 필자는 문을 닫고 돌봄의 현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3월 3일 인천 중구 연안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들이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의 학교생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입학생이 7명이다. 2026.4.18. 연합뉴스 자료사진
16년간 운영한 공부방 교실 문을 닫다
한 아파트에서 운영한 작은 공부방은 대형 학원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공간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문제를 풀었지만,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아이들의 태도와 표정이었다. 문제를 풀다 멈춘 순간, 연필을 내려놓는 방식, 틀렸을 때 반응 등 작은 신호들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읽었다.
공부방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하나의 과정에 가까웠다. 공부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교재나 방법도 소용이 없다. 성적이 오르는 아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고,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만났다.
그러나 16년간 초·중등 학생들을 가르쳤던 공부방 교실은 결국 문을 닫았다. 저출산과 사교육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멈추는 대신 방향을 틀기로 했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만나 4학년인 현재까지 가르친 아이. (사진은 1학년 때 모습). 유난히 낯을 가려 한동안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장 잘 따른다. 2026.4.18. 정숙 시민기자
점점 대형화·브랜드화 되는 사교육 시장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아이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사교육 시장은 점점 대형화·브랜드화 됐다. 학부모들은 안정성과 시스템을 갖춘 학원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개인이 운영하는 공부방은 점점 선택지에서 밀려났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수업 방식을 바꾸고, 운영 시간을 조정하고, 상담 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버티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시점이 되니, 이건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부방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문 닫던 날, 교실에 남아 있던 책상과 의자를 바라보며 긴 시간을 떠올렸다. 그 자리에 앉아 웃고 떠들던 아이들의 모습,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던 얼굴들, 작은 성취에 기뻐하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끝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시간을 다른 방향으로 이어가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올해 52세,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준비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한 시대의 공부방은 사라졌지만, 다른 형태로 이어가려고 한다.
중간집 전환 예정 유휴시설. 복지부, 빈 어린이집 퇴원 고령환자 일상복귀 중간거점 으로 활용. 2026.4.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결심
작년부터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고 곧 자격증을 따게 된다. 교재를 펼쳐놓고 다시 배우는 입장이 된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낯설고 부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전과 크게 동떨어진 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계속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해왔다.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사실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기다려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 있어주는 역할이 더 컸던 것 같다.
16년 간 공부방에서 쌓은 경험이 새로운 직업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호자와의 소통, 대상자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설명했던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들은 돌봄 현장에서 더욱 중요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돌봄은 단순한 관리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 형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9일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을 찾은 시민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는 모습. 2026.4.18. 연합뉴스 자료사진
누군가 곁에 머물며 필요한 역할하는 삶 살 터
52세에 새로운 직업을 갖기로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익숙했던 영역을 떠나 다시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과정에는 부담이 따른다.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도 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택을 늦은 도전으로 보지 않는다. 예전보다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됐고 기다릴 줄도 알게 됐다. 오히려 지금이 더 잘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제2의 인생을 거창하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 곁에 머무르며 필요한 역할을 해내는 삶을 살고 싶다. 빠르게 결과를 내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관계를 쌓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방향에 가까운 삶이다.
새 출발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 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 변화 속에서 교육과 돌봄의 무게추는 점점 이동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던 시간이 어르신을 돌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한때 아이들로 가득했던 공부방은 이제 문을 닫았지만, 그 안에서 쌓인 시간과 경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경험은 다른 형태로, 다른 현장에서 다시 쓰이게 될 것이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니까.
52세의 새로운 출발.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삶 위에서 다음 단계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