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의 일본 반도체 부활 전략 성공할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본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매출액을 2040년까지 40조 엔(약 372조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대비해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정비하기로 했다.
10일 ‘일본성장전략회의’ 열어 투자 초안 제시
이를 위해 오는 10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일본성장전략회의’를 열어 관민이 함께하는 ‘위기관리 성장투자’ 행정표의 초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7일 보도했다. 초안에는 반도체 매출액 목표치도 명기해 올해 여름 마무리지을 일본성장전략에 반영한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일본 다카이치 정권의 성장전략회의 . 일본경제신문 3월 7일
2040년까지 반도체 매출액 40조 엔… 실현 불가능” 비판도
일본의 국산 반도체 관련 매출액은 2020년까지 5조 엔(약 9조 3500억 원)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를 2030년까지 15조 엔(약 139조 5000억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2030년부터 2040년까지 10년간 25조 엔(약 232조 5000억 원) 더 늘려 총40조 엔으로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비판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실의 성장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헤운 무모한 계획이라는 비판이다.
‘피지컬 AI’용 반도체 세계 30% 점유 목표
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은 2020년의 50조 엔(약 465조 원)에서 2035년에는 190조 엔(약 1767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인공지능) 보급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정부가 중점 지원하려는 것은 AI로 로봇이나 기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다. 피지컬 AI는 일본에게 강점이 있다고 보고, 2040년에는 세계시장에서 미국 중국과 나란히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설계거점을 정비해 간다”고 명시한 초안에는 차세대 자율운행 자동차 등에 쓰이는 반도체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의 신설, 확장에 필요한 산업용지 취득 지원과 물, 전기 등의 인프라 정비도 포함돼 있다.
보조금 적립과 규제 개혁도 상정하고 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 산업경쟁력 강화법 등의 개정 법안을 제출했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타를 유치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공업용수에 관한 규제도 완화한다.
AI, 반도체, 조선 등 17개 전략 투자분야 선정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전 정권하에서 규슈 구마모토에 지은 대만 반도체제조회사 TSMC와 홋카이도에 짓고 있는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자국 내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2024년 11월에 ‘AI・반도체산업 기반강화 프레임’을 책정했으며, 7년간 10조 엔(약 93조 원) 이상의 공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내건 라피더스는 민간 32개사로부터 총1676억 엔(약 1조 5600억 원)의 출자를 받았다고 지난 2월 27일 닛케이가 보도했다. 이 조달액은 계획했던 1300억 엔(약 1조 2100억 원)을 넘어선 액수다. 2025년의 시제품 성공에 이어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 관민 일체의 지원이 일보 전진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하지만 2027년으로 잡고 있는 2나노미터 반도체 칩 양산까지는 기술 확립과 고객 확보라는,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높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고이케 아쓰요시 일본 라피더스 사장. 일본경제신문 2월 27일
다카이치 정권에서는 2040년까지 상정한 정책 패키지를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기 쉽게 해 줄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일 회의에서 관민 투자에 의한 경제효과를 가시화하도록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 등 관계 각료들에게 지시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위기관리・성장투자’에서 AI・반도체와 양자, 조선, 의약・첨단 의료 등을 전략 17분야로 정했다. 한국, 중국의 전략 투자분야와도 많은 부분이 겹친다.
초안에서는 이를 세분화해 61개의 제품・기술로 정리할 예정이다. 그 가운데 27개 제품・기술에 대해 미리 행정표를 책정한다. 피지컬 AI와 그 기반이 되는 반도체도 거기에 포함된다. 그밖에 암모니아와 수소 등을 연료로 쓰는 차세대 조선,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 그린 철강, 영구자석, 게임 등이 들어간다.
양자 분야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조합한 일본독자적인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삼는다. 핵융합 발전은 국가가 주도해서 2030년대까지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해양 무인기(드론)는 2030년에 세계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약 14조 5000억 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30%를 장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희토류 등의 자원개발과 함께 안전보장 분야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관리・성장 투자는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책임있는 적극재정’을 떠받치는 성장전략의 중심이다. 공급력을 강화해 잠재성장력을 향상시키고, 성장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잔고를 줄이는 선순환 구조 창출을 상정하고 있다.
일본이 홋카이도에 짓고 있는 반도체 제조공장 라피더스의 로고. 자료사진 연합뉴스
주어가 불분명한 ‘국가반도체전략’ 의미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략에 대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분야 전반에 대한 조사와 분석 일을 해 온 오오야마 사토루 ‘그로서버그 합동회사’(컨설팅회사) 대표는 특히 반도체 매출 증대 계획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토루는 닛케이에 기고한 논평에서 일본의 반도체산업이 왜 쇠퇴했는지 그에 대한 반성 없이 이런 목료를 세워봤자 무의미하다”면서 피지컬 AI는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자동차나 산업기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고, 반도체는 지금으로서는 해외에서 사서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일본이 반도체 입국이었던 시절의 주역이었던 NEC(일본전기), 히타치, 후지쓰, 미쓰비시전기, 마쓰시타 등의 각사는 ‘반도체사업에는 절대로 주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도시바만은 반도체에 주력하려 하고 있으나, 재력도 인재 보강력에도 문제가 있다. 일본계 기업이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도 생각하지 않은, 주어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국가반도체전략’을 내세우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냉담하게 평가했다.
사토루의 지적은 다카이치 정권이 일본 반도체 부활을 향한 의욕만 앞세운 채, 정작 그것을 실행할 자국 기업들이 반도체 사업을 다시 벌이게 만들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그 현실적인 조건도 살피지 않은 채 거창한 계획만 세워 봤자 실현 물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하는 얘기로 들린다.
재정적자가 GDP 대비 260%에 이르는 일본에선 연간 예산의 3분의 1이 정부부채(재정적자)의 이자로 나가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침체된 일본경제를 다시 일으켜세우기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 재정’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나, 투자 재정의 대부분을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것은 부채 비율을 더욱 높여 재정 운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카이치 정권은 효율적인 적극 재정으로 성장이 소비를 촉진하고 그것이 다시 투자를 촉진해 성장을 가속시킴으로써 재정적자를 갚아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 하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오히려 그와 정반대 방향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