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가혹하게 쫓아냈던 박성재, 이젠 뒤바뀐 운명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하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왼쪽),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결심공판에서 오열하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정권 시절 검사직에서 해임됐던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법정 투쟁에서 결국 승리했다. 반면 박 의원을 검찰에서 내쫓는 데 앞장섰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에 가담했다가 징역 20년을 구형받고 벼랑 끝에 몰려 있어 두 사람의 대조적 운명이 눈길을 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8일 박 의원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해임 징계 처분을 취소한다 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문재인 정부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이던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었던 박 의원은 그해 6월에 한동훈 당시 검사장, 10월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각각 착수했다. 박 의원은 채널A 사건 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감찰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확보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한동훈 검사장 간의 통화 및 카카오톡 내역 등 자료를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석열 정권 들어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로 좌천된 박 의원이 사직서를 냈음에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수리를 거부하던 법무부는 2024년 2월 27일 검사징계위원회를 통해 기어이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때 징계위원장이 바로 박성재 전 장관이다. 검사징계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 차관,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 2명 등 장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사징계위 업무를 총괄하고 회의를 소집할 권한을 가진 것도 위원장이기 때문에 박 전 장관이 사실상 해임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12월 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에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12.1. 연합뉴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담당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징계 사유에 비춰 박 의원에게 내려진 해임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당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 수사를 위해 확보한 자료를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감찰 및 징계에 사용함으로써 일부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고 봤다. 다만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들에게 해당 자료를 제공한 것이 외부로 공개·누설한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며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법무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 라며 외부에 대한 공개 또는 누설로 판단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징계 사유로 인정된 행위에 대해서도 사익 추구나 직무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감찰 업무 수행 과정에서 판단 착오 또는 절차상 잘못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면서 인정된 징계 사유에 비해 검사징계법상 가장 중한 검사로서의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처분은 과중하다 고 밝혔다. 법무부가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함으로써 위법한 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해임은 검사징계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다. 이렇게 잘린 검사는 특히 3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박 전 장관이 위원장이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박 의원에 대한 해임 처분을 의결하고 1주일 뒤인 2024년 3월 6일, 대통령 윤석열은 검사징계법이 규정한 직무상 의무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박 의원을 최종 해임했다. 친윤 검찰 조직에서 온갖 조리돌림을 당하다 처참하게 추방된 박 의원은 이를 계기로 정계에 입문해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그 다음 달 바로 징계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 박은정, 무혐의·무혐의·무혐의… 이래서 검찰개혁
2024년 5월 8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가석방심사위원장인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향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에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가석방 재심사가 열린다. 2024.5.8. 연합뉴스
박 의원은 유튜브 삼프로TV 방송에 출연했을 때 해임 당시 소회를 이렇게 토로한 바 있다.
너무 치명적이었죠. 제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해임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해임이 되면 변호사 등록을 할 수가 없어요. 사실 저는 생계형 검사였어요. 그러니까 한 달 열심히 일해서 그 월급으로 살림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그런 직장인이었는데, (변호사도 못 하니) 이제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거죠. 그래서,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윤석열 지칭) 대통령이 됐는데 나를 이렇게 해임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 전 장관이 휘두른 칼에 치명상을 입은 반윤 검사 는 박 의원만이 아니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에 의해 법무부 수장으로 임명된 직후 눈엣가시 같던 신성식·이성윤 당시 검사장과 박은정 부장검사를 줄줄이 해임한 데 이어, 한동훈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유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정진웅 검사에게까지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리는 등 노골적으로 보복 징계 를 진두지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4년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KBS 라이브 화면 갈무리
그 가운데 박 의원은 2024년 10월 8일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법무부를 상대로 첫 국정감사를 벌이다 자신의 해임 문제와 관련해 박성재 장관에게 직접 서릿발 같은 호통을 친 적이 있다. 당시 문답은 다음과 같았다.
-박은정) 라임 술 접대 검사 세 명, 제가 법무부 감찰담당관일 때 직접 감찰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남부지검에서 99만 원 세트 로 불기소하고 한 명만 기소했는데 오늘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됐습니다. 이 검사들 징계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박성재) 검찰은 죄가 된다고 기소를 했었고, 상고심에서…
-징계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징계 제대로 안 되고 있잖아요. 제가 이거 징계해야 한다고 그렇게 법무부에 얘기했는데 아직도 안 하고 있어요. (강남 청담동 룸살롱에서 536만 원 상당의) 술 접대받은 검사들을.
=징계가 중지돼 있지 않습니까. 의원님도 잘 아시다시피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에 징계 중지가…
-그러면 저는 왜 해임했습니까? 저는 수사 중이었는데, 재판 중이지도 않았는데 왜 해임했습니까? 왜 술 접대 검사들은 징계 중지하고, 저는 왜 해임합니까? 왜 형평이 안 맞습니까? 그러니까 검찰이 욕먹는 겁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그렇게 (봐주기) 하시면 검찰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잘 판단하세요. 검찰을 제대로 지휘하셔야 합니다. 장관님이 검찰 문 닫는 법무장관이 되실 수도 있어요.
박 의원의 경고대로 박 전 장관은 실제 김건희 씨 수사는 덮고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만 부화뇌동하다가 검찰 문 닫는 데도 일조하게 됐다. 급기야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범죄에 가담하고 김건희 씨의 수사 청탁을 들어준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등으로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징역 20년이 구형된 처지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국민께 충격과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며 돌연 오열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담당 재판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이고, 선고는 다음 달 9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