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참심제로 사법민주화…사법 카르텔 뿌리 뽑아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법대개혁을 위한 연속 세미나를 열어온 법학자 변호사 시민들이 ‘한국형 사법 주권 개혁안’을 발표했다. 시민인권위원회와 정철승변호사무죄판결을위한시민변호인단은 18일 지난해 12월부터 가진 7차례 세미나의 종합토론회를 서울 청계천로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고 한국 사법부가 ‘근대적 낙후성’을 끝내고 ‘현대적 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연속 세미나를 통해 아테네의 고대 민주주의부터 미국, 독일, 일본, 대만의 사법 제도를 면밀히 검토해 이같은 개혁안을 도출했다.
18일 서울 전태일 기념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연속세미나 종합토론회의 모습. 사진 시민인권위원회
이날 발제에 나선 이원영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과 김종서 배재대 명예교수는 사법 민주화의 핵심 방향으로 주체·과정·책임·접근성을 꼽았다.
첫째, 사법 주체의 민주화다. 현재 1.2%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국민 참여 재판을 전면 확대하고, 정치·기업인 범죄 등 주요 사건에는 시민이 유무죄를 결정하는 ‘필수적 배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문 영역에는 시민 법관이 판사와 함께 재판부를 구성하는 ‘참심제’ 도입이 제안되었다.
둘째, 사법 과정의 민주화다.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를 벤치마킹해 재판 전 당사자들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하고, 판결문과 재판 자료를 시민들에게 전면 공개해 사법 블랙박스 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사법 책임의 강화다. 판사가 악의를 가지고 법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고,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사법 뇌물’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징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넷째, 사법 접근성 제고다. 하급심 법관을 획기적으로 증원하고 법원 수를 늘려 시민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민생 사법 개혁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토론자 5명은 한국 사법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개선을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정철승 변호사는 사법 카르텔이 모든 분야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면서 사법 권력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된 현실을 비판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사법 민주화는 지난 30년간 법조 엘리트들의 방해로 제자리걸음이었다 고 진단하면서,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 법학계가 사법 카르텔을 형성해 사법개혁을 비롯한 사회 개혁들의 걸림돌이 되어왔는데, 시민들이 주체가 된 사법개혁, 사법 민주화만이 그런 견고한 카르텔을 깨뜨리고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 이라며 2026년을 사법 민주화의 원년으로 삼자고 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법조계의 특권 의식을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인 가치관의 전환을 주문했다. 대구시민헌법학교 설립자인 최 변호사는 가치 삼권분립 이라는 말을 제시하며 돈을 추구하면 권력을 포기하고, 권력을 잡으면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은 판사 하다가 옷 벗고 바로 돈 벌고, 다시 국회로 가는 패륜적 법조인 이 너무 많다 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 대법관 론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대법관의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주면 정말 사명감 있는 사람만 남을 것 이라는 제안이다.
최자영 전 부산외대 교수는 직업 법관이 독점한 결정권 을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넘기는 것이 핵심 이라며, ”재판은 법 기술이 아니라 상식 으로 하는 것이다. 영국이나 그리스처럼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법 시스템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민재 판사가 그림자배심원들을 대상으로 국민참여재판과 그림자배심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림자배심원은 국민참여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유무죄나 양형에 모의 평결을 하고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도 낸다. 2025.6.24. 연합뉴스
황치연 홍익대 교수는 ‘시민 법관’ 도입을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위헌론 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 교수는 사법권은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취약한 권력이다. 직업 법관 제도가 재판권을 독점한다는 해석은 틀렸으며, 배심제와 참심제를 통해 이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고 주장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법률가 양성 제도에 대해 질타했다. 윤석열, 한동훈, 조희대 같은 인물들이 나타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체질의 문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법률가를 길러내지 못하면 사법 개혁은 백약이 무효다.” 김 교수는 로스쿨 학생들은 만 개가 넘는 대법원 판례 요지만 암기하느라 판결문 전문을 읽거나 시대의 아픔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며, 변호사 시험을 자격 시험화해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학교수 출신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총평을 통해 최근의 사법 현실을 ‘사법 내란’이라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온 국민이 생중계로 본 내란 사범들을 법원이 느슨하게 대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절망했다”며, 법관의 성역화를 인정하지 않는 시민들의 강력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곽 전 교육감은 또한 사법개혁이 정당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당 주도의 개혁은 필연적으로 정쟁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제왕적 대법원장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헌법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장기적 비전 없이 단편적인 입법에만 매달렸다면서 이를 위해 개헌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 비전 아래 시민 주도의 상시 개혁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함께한 한인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법권도 국가 권력의 일부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는데, 법 전문가들이 마치 사법권이 국민과 무관한 ‘성역’인 양 시민들을 속여왔다”고 비판하고 특히 판사들이 사법권의 원천을 국민이 아닌 ‘대법원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실을 ‘제왕적 사법 체제’의 폐단으로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히 아무리 떠들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야말로 권력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며, 국민 참여 재판,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수사·기소 분리 입법 등은 과거에는 ‘미친 소리’ 취급을 받았으나, 시민들이 10년, 20년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기에 현실이 되었듯이 지금의 사법 개혁 논의가 비록 ‘씨를 뿌리는 단계’일지라도, 시민들이 물을 주고 가꾼다면 반드시 ‘민주적 사법’이라는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시민인권위의 이원영 공동위원장은 이번 세미나는 사법부의 주인은 법전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광장에 모인 시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면서 법관 위에 국민이 있고, 법관 위에 헌법이 있다는 믿음으로 사법개혁을 위한 시민 연대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