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동성애 반대 집회 참석 ... 일베 못지않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제26회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을지로 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2025.6.14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설치할 예정인 가운데, 안창호 위원장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기독교 단체의 반동성애 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 모독 마케팅 등을 계기로 이른바 ‘일베식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직 인권위원장이 반동성애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사회적 소수자 인권보호를 사명으로 삼는 국가인권기구의 수장으로서 온당한 판단인지 의문을 사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 예방, 혐오 표현 대응, 물리적 충돌 예방, 표현의 자유, 인권위의 중립성 논란 등 다양한 이슈들이 얽혀 있어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 22일 제9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다음달 13일 서울 남대문로와 우정국로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및 거룩한방파제 행사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이 주최하는 ‘퀴어문화축제’뿐 아니라 보수 기독교 단체가 맞불성으로 여는 ‘거룩한방파제 행사’에도 참석하겠다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안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 맞은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 불참했다. 퀴어문화축제와 반대 집회 둘 중 하나만 참석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런 ‘기계적 중립’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위는 22일 낸 입장문을 통해 인권위가 성소수자의 존엄과 권리를 요구하는 축제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혐오를 선동해온 집회를 동일 선상에 놓고 대응하겠다는 것은 인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행위”라며 안 위원장이 지금까지 해 온 성소수자 혐오 표현과 차별 선동에 대해 사과하고 혐오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인권위와 안 위원장의 축제 참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모두발언 이후 해당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싸고 위원들간 공방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석훈 위원은 이제까지 퀴어축제든 무엇이든 특정 민간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전원위 의결을 거쳐 결정한 적이 없고 위원장 판단에 따라 해왔다 며 안건 상정에 반대했다. 김용직·이한별·강정혜 위원도 안 위원장의 모두발언으로 안건을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굳이 상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건을 발의한 이숙진·오완호·오영근·소라미·조숙현 위원은 위원 3인 이상이 발의한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비민주적인 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조 위원은 소수 위원이 제출한 안건에 대해 상정 여부를 문제제기하면 안건 자체가 논의될 수 없게 된다 며 반발했다.
앞서 인권위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퀴어축제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두려움 없이 알리고 축하하며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위대한 행사”라며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승인소위원회는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에서 ‘성소수자 인권 등 구조적 인권침해를 국제인권기준에 알맞고 이를 증진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현재 인권위가 인권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 위원장이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으로 국가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종교·혐오 세력과 논의해 인권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 위원장은 2024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퀴어 퍼레이드 참석을 반대할 것이냐”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가 퀴어축제에 참석한다면 그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답하는 등 인권위의 기존 행보와 상반된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후보자 시절부터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해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남겼다. 동성애는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 ,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 등의 발언으로 성소수자 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안토니오 그람시의 주장을 근거로 들며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긴 행진의 수단 이라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의 이런 발언은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동성애와 공산주의를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개신교 근본주의의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에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 거나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한 성범죄 급증할 수 있다 고 적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런 안 위원장이 동성애 지지와 반대 집회를 한날 나란히 찾겠다고 밝힌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과 맞물려 더욱 대비된다. 이 대통령은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처럼 조롱 혐오를 방지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과징금 등 필요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혐오 표현을 직접 규제·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한 입법 공백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를 맡은 박한희 변호사의 논평을 인용했다. 박 공동대표는 안 위원장의 행동은, 한쪽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가 열리는 와중에 반대쪽에서 일베가 조롱 집회를 하고 있으면, 둘 다 가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인권위 수장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선동을 조장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혐오 표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전혁 전 의원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7 연합뉴스
한편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조전혁 후보자의 현수막이 물의을 빚고 있다. 2022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시교육감에 도전하는 조 후보는 현수막에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 교육감은 조전혁 이라고 새겨 교육감 후보의 선거 문구가 성소수자 혐오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후보의 현수막을 반박하는 현수막도 걸렸다. 조 후보 현수막 아래 서로의 존재를 배우는 책모임 우리사이 명의로 된 현수막 교육에 필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의 추방 이 등장한 것이다. 권영국 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 혐오 차별 없는 서울 서울 차별금지조례 제정! 도 맞장구 성격의 현수막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육감 선거에 등장한 혐오 현수막이 학교 근처에 걸린 걸 보고 동네 책모임에서 부랴부랴 거셨다고 한다 고 전했다.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같은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조 후보의 현수막 사진을 게시하며 동성애 교육 추방 이라는 현수막을 서울 시내에 수천 개 부착했다고 한다 며 이렇게 대놓고 혐오 발언을 앞세워 현수막을 내건 교육감 후보는 처음 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보수·진보 진영에서 각각 완전 단일화가 무산되며 모두 8명이 출마한 상황이다. 진보 계열로는 정근식 현 서울시교육감, 한만중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장 등 3명이 나섰고, 보수 계열에선 조 후보를 포함해 류수노 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김영배 예원예대 부총장,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등 4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학인 신한대 부교수는 중도 계열로 분류된다.
이송희일 감독이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의 현수막 사진. 조전혁 후보 현수막ㅇ 아래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송희일 감독 페이스북 갈무리
조 후보는 앞서 지난 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개최 금지를 사실상 1호 공약으로 밀고 있다. 그는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선정적인 퀴어축제를 단호히 막아내겠다 면서 교육청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왜곡된 성 인식·편향적 페미니즘 교육을 전면 폐기하겠다 고 했다.교원단체와 교육시민단체 등 교육계에선 조 후보의 이런 공약이 극우적 정치관에 기반한 것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혐오를 조장할 수 있고, 산적한 다른 교육 문제가 뒷전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후보들 역시 조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근식 후보는 퀴어·동성애 교육 추방 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 후보의 선거 현수막을 두고 강한 우려를 표한다 며 철거를 촉구했다. 정 후보는 학교는 어떤 학생도 차별과 낙인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공간이다. 성소수자 학생 역시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학생 이라고 강조했다. 이학인 후보는 극우 후보인 조전혁 후보의 정치적 편향과 낙인찍기를 규탄한다 며 스스로를 중도 보수 로 소개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 지적했다.
조 후보는 윤호상 후보가 보수 단일화 기구인 좋은교육감후보 추대시민회의(시민회의) 경선 후보로 선출되자, 이토 히로부미를 독립군 대장으로 뽑아 놓은 격 이라고 발언해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2일 서울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 도중에 조 후보는 서울 학생들이 받는 민주시민교육이 정치 편향 시비가 있다 고 주장했다. 또 정근식 후보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를 취소하는 데 동의하느냐 고 물었다. 이에 사회자가 토론 주제와 관련이 없다 며 제지하기도 했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