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 협상 타결로 고립된 이스라엘 영광스러운 실패” [국제] 미국-이란 종젼협상 타결로 전략 부재에 빠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이코노미스트 6월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린 프랑스 에비앙에서 이란과의 정전합의 각서(MOU) 서명 사실을 공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세계경제 불황과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각서 서명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더 걱정한 것은 세계 불황보다는 전쟁이 길어질 경우 급등한 석유가격과 인플레로 인한 미국 국내 정치경제상황 악화와 그로 인해 어려워질 11월 중간선거 전망이 아니었을까.
이스라엘을 배제한 채 진행된 미국-이란의 MOU 체결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을 ‘전략 부재’ 상태로 몰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6일 이번 합의가 이스라엘에게 영광스러운 실패”(glorious failure)를 안겨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전투에선 이겼으나 전략에서 실패한, 사실상 패배한 전쟁일 수 있다는 얘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코노미스트 6월 18일
트럼프가 종전협상 서두른 이유, 11월 중간선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전투종결(종전) 쪽으로 기울었던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가솔린(휘발유) 가격 인상 등으로 미국 국내에서 트럼프 정권의 이란 침공에 대한 불만이 커진 점을 꼽는 분석들이 많다. 가솔린 가격에 민감한 미국 유권자들을 달래려면 11월 3일 치러질 중간선거 때까지 미국 전역의 주유소 가솔린 판매가격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데, 거기에는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6월 중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어도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적으로 빠듯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트럼프가 종전을 서두른 이유다.
10월 총선 앞둔 네타냐후, 트럼프 비판 자제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 몇 시간 전에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세력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네타나후 총리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도 불사하며 합의 체결을 강행했다. 그는 지난 16일 내가 없으면 이스라엘도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오는 10월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가 그런 트럼프의 뜻을 거스르면서 전쟁을 계속 밀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이번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우려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내에서 인기가 높은 트럼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불화 조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그러잖아도 사법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네타냐후는 총선에서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6월 17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뉴욕주 베스페이지 골드 코스트 스튜디오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2026.6.17. 로이터 연합뉴스
차기 대선 후보 밴스 부통령이 협상 서두른 이유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는 2028년의 대통령선거 후보경쟁 국면으로 직행할 것이다. 2028년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이번 이란과의 MOU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J.D. 밴스 부통령이다. 밴스로서는 중간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이란과의 전쟁을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는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나후 총리의 논리에 동조해 확전으로 가는 것을 꺼리면서 당 내 강경파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 때문에 당 내 강경파로부터 비판도 받았다.
공화당 내 친이스라엘 강경파들 불만 표출
친이스라엘 강경파로 그런 소극적 태도의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이란에 유리한 쪽으로 서둘러 타결하려 한다는 의심과 불만을 표시해 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차기 대선 후보 지명전에 나서 밴스에 맞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크루즈는 이란과의 MOU ‘거래’에서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나쁜 조언을 듣고 있다”며 조기종전을 서두르게 만든 밴스를 겨낭했다.
합의 내용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는 이란을 너무 봐준다”거나 이란과 이면 거래를 한 것은 아니냐”는 등의 불만이 표출됐다. 트럼프와 가까운 중동정책 조언자 마크 레빈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이란의 탄도미사일로 심각한 피해을 입었는데도 (MOU에)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며 MOU를 완전히 파기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 친이스라엘 강겅파들은 이번 합의로 이란이 경제 회복 기회를 얻게 되면 다시 친이란 해외 저항세력인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지원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후보지명전에서 트럼프에 맞섰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란이 이번 제재 완화 합의로 확보하게 될 자금을 핵 개발과 저항세력 지원에 쓰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실패한 네타냐후의 꿈-이란 정권교체와 중동 재편
이번 합의가 이스라엘에게 영광스러운 실패”일 수 있다고 한 사람은 예루살렘의 한 이스라엘 외교관이었다. 왜 실패인가?
네타나후가 이란을 침공할 때 트럼프를 설득한 논리의 핵심은 지난해 6월의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 등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고, 지난해 말의 대규모 반정부 유혈시위로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신정체제가 위기에 처해 있어서, 미국이 함께 공격에 나선다면 반미, 반이스라엘의 이란 신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친미, 친이스라엘 정권을 수립해 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해체하고 중동정세 전반을 미국의 바람대로 재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는 것이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를 그렇게 설득하는데 막대한 정치적 자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이란의 반이스라엘 신장체제는 더욱 굳거해지고, 이란을 장기간 옥죄어 온 제재는 해제되고 자산 동결도 풀리는 등 네타냐후의 계산과 반대방향으로 사태가 굴러가고 있다.
지난 15일 네타나후는 이스라엘 언론과의 회견에서 전쟁이 성공적이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을 핵무기 위협에서 구해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신정체제가 하메네이 아들 모즈타바 체제로 거듭나 건재하다는 것이 미국과의 MOU 체결로도 입증된 상황에서, 네타냐후의 무모할 정도로 과격했던 이란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최고의 명분은 바로 이란 핵무기 개발계획을 좌절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양쪽이 밝힌 14개조 합의 내용에서 이란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개발 중단 외에 440kg의 60% 농축 우라늄의 처리 방안을 포함한 이란 핵무기 개발 문제 향방은 향후 60일간의 본격 협상에서 최종 타결해야 할 미완의 불투명한 의제로 남아 있다. 최악의 경우 그 문제를 둘러싸고 최종 합의가 결렬되고 전쟁이 재발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는 합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후를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살아남은 이란 신정체제. 이란 국기를 든 여성. 이코노미스트 6월 15일
살아남은 이란 신정체제, 강경파들이 장악
신정체제를 지켜낸 이란에서는 전쟁으로 강경파들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19일 공식 서명할 미국-이란 합의에는 이스라엘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인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이후 최대 60일 간의 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란은 또 이스라엘과 중동 산유국들, 나아가 그 너머까지도 사정거리 내에 둔 미사일들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의 합의에는 이에 관해 언급한 내용도 없다. 이란이 지원해 온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거점인 레바논과의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14개조 합의사항의 제1조로 못박혀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3개월 동안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서 점령한 ‘안보 구역’에 이스라엘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 주장했으나, 미국은 그곳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는 것을 종전협상 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협상 타결 몇시간 전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을 강행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판단력이 전혀 없었다”거나 매우 까다로운 사람”,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와 네타냐후 사이가 이렇게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가 하지 말라고 경고한 이란 에너지(석유) 시설에 대해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강행했을 때부터라고 지적했다.
전략 부재의 이스라엘 협상 타결로 이스라엘 고립”
이스라엘은 더는 동맹국 미국의 지원에 의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워싱턴에 주재했던 한 이스라엘 관료는 문제의 큰 부분은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처럼 모든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가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이라며 이제 모든 것이 네타냐후와 트럼프, 그리고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에 묻혀 버렸다 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더 근본적으로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표가 점점 더 어긋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 국방 및 정보 기관 내 일부 인사들은 이런 불일치에 대해 장군들에게 경고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목표를 더욱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관들은 초기 공습의 성공에 고무돼 40일간의 전쟁 기간 내내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중단했다. 그 이후로 이스라엘은 고립됐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지만, 이스라엘이 바라는 대로 완전히 그 위험을 제거하지 못했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란 신정체제는 살아 남았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거둔 성공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전략적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 대이란 동맹국으로 여겼던 주변 아랍국가들과의 관계도 손상됐다.
이는 10월 총선에서 네타냐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주요 야당 지도자들조차 전쟁 초기에는 네타냐후 못지 않게 이란 침공을 지지했지만, 지금 그들은 네타냐후가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전략 부재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