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김명수 합참의장에 시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나 [뉴스]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경기도 과천 2차종합특검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6.5.27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11월 29일 김명수 당시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해 군 수뇌부를 초대해 관저에서 회동을 가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장에게 내가 시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느냐”고 무조건 충성을 대놓고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은 화를 내며 그럴 거면 내 머리에 총을 쏴라 고 김 전 의장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3대 특검이 미처 끝내지 못한 수사를 이어가는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은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불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일 년 전인 이 때에 이미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을 구상하고 군 수뇌부를 포섭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미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명수 전 의장 조사를 통해 비상계엄이 이미 2023년 11월경부터 준비됐고, 계엄 당시 다수 실무자가 계엄 선포와 국회 병력 투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조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앞선 브리핑을 통해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 조사 과정에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다시 한참 앞당긴 것이다.
국민일보가 이날 앞서 보도한 데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023년 11월 25일 이 직책에 취임했는데, 그로부터 나흘 뒤 대통령실 호출을 받고 관저 회동에 참석했다. 윤 전 대통령의 물음에 그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명령이면 충성하겠다 는 원론적인 답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책상을 내리 치며 총을 가져와 내 머리에 쏘라 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임명했으면 뭐든 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김 전 의장을 한 시간가량 질타했고, ‘사퇴하라’는 격한 언사까지 나왔다고 한다. 특검은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이 만류하고 나서야 상황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관저 회동이 있었던 날은 경기 안성시 칠장사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분신 입적한 날이었다. 이날 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의장과 신 전 실장,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당시 대통령 경호처장),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을 관저로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자승 스님 사망에 대해 ‘대공 혐의점이 있다’ ‘좌파들의 소행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관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공 혐의점’을 언급하고 군 수뇌부에 ‘충성 요구’를 한 것을 두고 이미 비상계엄 준비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신임 합참의장을 불러 충성을 요구한 것은 비상계엄을 앞두고 군 수뇌부를 포섭하려 한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같은 달 방첩사령관에 임명되며 방첩사가 비상계엄 사전 준비에 착수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모의 시점은 2023년 11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관저 회동 관계자를 추가로 불러 조사하며 당시 상황을 정밀하게 복원할 계획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조사한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 역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논의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은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비상계엄 준비 계획 등이 담겼다고 봤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한 것은 2024년 12월 1일 무렵이라고 판단했다.
종합특검은 김 전 의장이 군 서열 1위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작지 않다고 보고 조만간 신병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김 전 의장은 정작 자신은 일찌감치 패싱 을 당해 계엄군의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없었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김 전 의장을 처음 소환한 종합특검은 다른 합참 관계자들과 그의 진술을 비교하며 진위를 확인 중이다.
앞서 합참 관계자들은 비상계엄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투입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이들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김 전 의장에게 건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은 병력 철수에 대한 건의를 받은 기억은 없다고 진술한다. 병력 투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자 합참의장으로서 자신의 권한이 무엇인지 참모들에게 되물었을 뿐, 철수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는 취지다.
김 전 의장은 계엄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계엄사령관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었고,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북한에 의한 도발 여부를 확인하는 임무만 수행했다는 게 김 전 의장 측 설명이다.
계엄 선포 전 일련의 상황을 살폈을 때 김 전 의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측면이 있다. 김 전 장관 주도로 드론작전사령부가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키는 작전을 벌이자 김 전 의장을 비롯한 합참 지휘부가 반발하며 설전이 벌어졌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김 전 장관이 원점 타격을 지시했을 때는 김 전 의장 등이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결국 김 전 장관 등은 김 전 의장 등 합참을 계엄에서 배제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 전 장관이 김 전 의장을 못 마땅해 했다는 정황은 드러난 바 있다.
다만 종합특검은 김 전 의장의 당시 지위와 직책에 주목하고 있다. 계엄사령관은 아니었지만 일선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최고 군령권자로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합특검은 진술과 물증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하는 대로 김 전 의장 등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종합특검은 출범 후 지금까지 두 차례 신병 확보를 시도했다. 지난달 이은우 전 KTV 원장에 이어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김 전 실장과 윤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차 종합특검의 김지미 특검보가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종합특검은 오는 6일 첫 피의자 조사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을 공개 소환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도 특검팀의 공개 소환 방침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특검 사무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윤 전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은 사복 차림으로 포승에 묶인 채 특검팀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직후 미국 등 국제사회에 계엄 선포가 정당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국가정보원 등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종합특검팀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일주일 뒤인 13일에도 특검팀에 출석해 군형법상 반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
반란우두머리죄는 법정형이 사형뿐이기 때문에 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윤 전 대통령의 형이 가중될 수 있다.
특검팀은 이번 주 중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 과 관련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몰린 경기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뀐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일자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오는 4일 오전 10시에는 서울 동부구치소와 서울구치소에 각각 수용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동시에 소환돼 조사받는다. 김 전 장관은 군형법상 반란과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특검팀에 입건된 상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공모해 병기를 휴대한 군인들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 폭동을 일으킨 게 반란 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과 모의해 합동수사본부 산하에 수사2단 이라는 비선조직을 꾸려 선관위 장악을 계획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들 혐의가 현재 재판 중인 내란 혐의에 포섭돼 이중 수사 라고 주장하며 특검 조사에 불응했으나 거듭된 조율 끝에 출석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 전 장관은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당시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에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행안부 예산 28억원 상당을 불법 전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예산 전용에 반발하는 실무자들에 대해 승진 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점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개입 여부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계엄 정당화 메시지 의혹 과 관련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됐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도 5일 두 번째 조사를 받으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번 주 특검팀의 주요 피의자 줄소환은 법으로 정해진 수사 기간(최대 150일)의 반환점을 돈 상황에 수사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혐의 다지기에 주력해 그간 미진했던 신병 확보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기소 0, 구속 2명 에 그치며 수사 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권 특검은 수사 기간 후반기에 구속영장 청구나 공소제기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며 이른바 헤비 테일 (heavy-tail) 전략을 공언했다.
내란특검, 윤 체포 방해 박종준 전 처장에 징역 7년 구형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종준 전 처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 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게도 징역 7년이 구형됐다.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김신 전 가족경호부장은 각각 징역 5년, 3년을 구형받았다.
선고일은 내달 9일로 정해졌다.
박 전 처장 등은 지난해 1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던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때 관저 진입 등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된 군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게 하는 데 관여한 혐의(대통령경호법 위반)도 받는다.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