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88㎞ 이동? 청담동 술자리 경찰 디지털 증거 모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과 전직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지난해 7월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모습. 2024.7.4.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첼리스트의 휴대전화 디지털 증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은 첼리스트의 휴대전화 정보를 핵심 근거로 삼아 청담동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 판단이라고 판단했지만, 증거 신뢰성이 훼손된 만큼 수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최초 보도한 강진구 기자는 지난 24일 경찰이 첼리스트 박아무개 씨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경찰 수사기록을 검증한 분석 보고서를, 가수 이미키(본명 이보경) 씨가 강 기자 등에게 제기한 3억 원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 관련 기사 : 2024년 7월 15일자, 「더탐사,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업소 주인에 완벽한 승소」)
강 기자는 법원에 제출한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6개월 간 서초경찰서 수사보고서를 검증한 결과, ▲시속 588㎞ 이동 기록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44분 이동 ▲설명 불가능한 비정상 경로 이동 ▲2분간 9개 도시 이동 등 다수의 물리적 모순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경찰 첼리스트, 이미키 주점 안갔다 주장
강 기자가 법원에 제출한 분석보고서와 서초경찰서 수사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2022년 12월 첼리스트 박 씨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1200여 개의 카카오맵 검색 이력과 내비게이션 음성, 화상파일(내비게이션 안내 화면) 등을 근거로, 박 씨가 2022년 7월 19일 용인에서 출발해 청담동 소재 고급주점에 도착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당시 박 씨의 경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①7월 19일 오후 7시 13분 전 남자친구 이아무개 씨의 경기 용인시 오산리 자택 출발→②오후 7시 57분 논현동 골프연습장 →③오후 8시 1분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대행 등 일행과 골프연습장에서 출발→④오후 8시 9분 청담동 소재 고급주점 순서로 이동했다고 특정했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경찰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 장소로 지목됐던 이미키 씨의 논현동 주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과 상관 없다고 판단했다.
첼리스트 A씨가 지난 2023년 4월 4일 지인과 대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언급했다. 2024.8.22. 시민언론 뉴탐사 영상 갈무리
첼리스트, 오산리~논현동 44분 주파… 불가능
그러나 휴대전화의 정보를 검증한 결과는 경찰의 수사보고서 내용과는 크게 어긋난 것으로 분석됐다.
강 기자는 현장 확인 등을 한 결과, 첼리스트 박 씨가 이동한 시간대에 용인시 남자친구 자택에서 논현동 골프연습장까지 44분 만에 주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경찰 주장대로 두 지점을 44분 만에 이동하려면 교통체증이 전혀 없는 심야시간대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첼리스트가 이동한 날짜는 평일로 차량 통행량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강 기자는 44분 만에 도착하려면 교통체증이 전혀 없는 시간에 통상적인 경로 를 이용한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가능한데, 첼리스트 박 씨의 내비게이션 기록에 나온 시간대별 경로 기록은 통상적인 경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했다.
경찰이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5개의 내비게이션 화상파일을 기초로 청담동 술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7월 19일 첼리스트 동선을 그려보면, ①경기 용인시 오산리(출발)→②경기 광주시 장지동→③경기 성남시 사송동→④서울 서초구 내곡동→⑤서울 강남구 개포동→⑥서울 서초구 원지동→⑦서울 논현동 골프연습장(도착) 순이다.(아래 그림 참고)
2022년 7월 19일 첼리스트 박아무개 씨가 경유한 곳을 연결한 카카오 지도 화면. ①경기 용인시 오산리(출발)→②경기 광주시 장지동→③경기 성남시 사송동→④서울 서초구 내곡동→⑤서울 강남구 개포동→⑥서울 서초구 원지동→⑦서울 논현동 골프연습장(도착)순으로 움직였지만, 통상적인 이동 경로는 아니다. 상당히 복잡하게 동선이 꼬여있다. 2025.10.29. 카카오맵 갈무리
강 기자는 이 동선대로 이용하려면 용인 집을 출발해 분당~내곡고속화도로를 이용해 구룡터널을 빠져나온 후 서울 개포동 갈림길에서 양재 나들목(IC) 방면을 빠져, 경부고속도로로 진입 후 역주행을 하다 유턴해서 다시 양재IC로 빠져나와야 한다 며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로 라고 했다.
F1 차량보다 빠른 첼리스트…시속 588㎞로 이동
내비 데이터도 모순…음성은 카카오, 화면은 T맵
또한 강 기자는 경찰의 수사기록대로 용인시 오산리에서 논현동 골프연습장까지 이동했을 경우 총 거리는 97.8㎞라며, 경찰 분석대로 44분 만에 도착하려면 평균 시속 133㎞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도권 교통 상황을 고려한다면 해당 시간대에 평균 시속 100㎞ 이상 이동은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박 씨는 오후 7시 41분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개포동을 잇는 구룡터널(④서울 서초구 내곡동→⑤서울 강남구 개포동)을 빠져나와서, 7시 42분 양재IC 인근(⑥서울 서초구 원지동)까지 이동했는데, 이 구간의 이동거리는 9.8㎞로, 1분 만에 주파하려면 시속 588㎞로 이동해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자 경주 대회인 포뮬러원(F1) 경기에 참가하는 차량도 최고속도가 시속 370~380㎞ 수준이며, 케이티엑스(KTX, 고속열차)도 시속 300㎞ 수준이다.
경찰 포렌식에서 추출된 내비게이션 화면. 2022년 7월 19일 오후 7시 41분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개포동을 잇는 구룡터널을 빠져나와서, 7시 42분 양재IC 인근(서초구 원지동)까지 이동했는데, 이 구간의 이동거리는 9.8㎞로, 1분 만에 주파하려면 588㎞로 주파해야 한다. 2025.10.29. 강진구 기자가 법원에 제출한 분석보고서
경찰이 포렌식으로 추출된 내비게이션 음성과 화면 기록 사이에도 모순이 있다고 강 기자는 지적했다.
경찰은 첼리스트 박 씨가 카카오맵에 출발지를 용인시 남자친구 집, 도착지를 논현동 골프연습장으로 입력한 뒤, 카카오내비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포렌식에서 추출된 내비게이션 파일 음성녹음은 카카오내비 였지만, 문제가 된 5개의 화상 안내 화면은 티맵 (T맵) 화면이었다.
강 기자는 첼리스트가 두 개의 휴대폰을 동시에 사용한 것도 아니고, 하나의 휴대폰에서 카카오맵과 T맵 파일이 동시에 추출됐다는 것은 카카오내비로 음성안내를 받으며서 화상안내는 T맵으로 받으면서 운전을 했다는 것 이라며 한 번도 아니고 5번이나 음성안내를 받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T맵으로 변경해서 사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고 했다.
첼리스트, 2분간 9개 도시 움직인 위치 기록
전문가 외부 데이터 대량 삽입했을 때 현상
포렌식 전문가들은 내비게이션 음성과 화면 등 데이터 파일을 수정·삭제하는 기술은 그리 어렵지 않으며, 외부에서 휴대전화에 한꺼번에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 저장된 위치정보가 혼재되어 표시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첼리스트의 휴대전화에는 외부에서 대량 정보가 입력된 정황도 있다. 경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첼리스트 박 씨는 2022년 11월 경찰에 의해 휴대전화가 압수되기 직전 휴대전화 내 저장 장치인 에스디(SD)카드를 옮겼다. 휴대전화를 바꾼 정황이다.
특히 2022년 11월 18일의 경우, 오후 7시 4분~7시 6분 불과 2분 사이에 인제, 안산, 송파, 성수, 관악, 용인, 광진, 분당, 이천 등 9곳의 위치정보가 확인된다. 첼리스트가 9개 지역을 2분간 이동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외부에서 휴대전화에 데이터를 일시로 옮기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추정된다.
2022년 11월 10일 첼리스트 위치 정보. 1분 사이에 서울 남현동, 경기 화성시, 오산시, 서울 잠실동으로 수시로 교체된다. 외부에서 대량으로 정보를 입력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추정된다. 2025.10.29. 강진구 기자가 법원에 제출한 분석보고서
강장묵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물리적 모순에 대해 외부에서 생성된 데이터 파일을 일시에 대량 삽입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 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EXIF 메타데이터 (촬영시간, GPS위치, 카메라 모델 등 정보)는 전문적인 해킹 기술 없이도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손쉽게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강 기자는 이번 분석보고서는 첼리스트 법정 진술과 경찰 수사결과를 근거로 한 한동훈 1심 판결을 재검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 이라며 한동훈은 더 이상 첼리스트 진술 뒤에 숨지 말고 본인의 당일 행적을 공개해야 한다 고 밝혔다. 그는 시속 588㎞로 달리는 차도, 2분에 9개 도시를 오가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며 첼리스트의 경찰에서 진술 번복만을 가지고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허위라고 쉽게 단정지어서도 안될 것 이라고 했다.
한편 이미키 씨가 강 기자 등에게 제기한 손배소 항소심 선고는 오는 31일 예정이다. 앞서 이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논현동 소재 주점에 대해 청담동 술자리 장소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강 기자 등에 대해 3억 원 손배소를 제기했다. 지난해 7월 1심 법원은 이 씨의 청구를 기각(원고 패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인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의 강의실 등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14
당시 1심 재판부는 더탐사(현 뉴탐사)의 방송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만약 이 사건 술자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장소는 이 주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 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가 있었다는 시각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속하고 명쾌하게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해명한다면 사회적 논란은 사라질 것 이라면서,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입증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