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조원 피해…베트남 산단 기후 재해, 한국 제조업 ‘리스크 재평가’ 시급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베트남이 연이은 폭풍·기록적 홍수로 대규모 경제 피해를 입으면서, 노후한 방재 인프라와 미흡한 기후 적응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각) 베트남이 올해 발생한 대형 폭풍과 기록적 홍수로 최소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며, 추가 태풍까지 접근하면서 국가의 취약한 기후 방재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기록적 홍수·폭풍으로 인명·경제 피해 확대…원인은 복합적
정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중부 5개 성(省)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최소 98명이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는 1조4000억동(약 76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 전체로 보면 폭풍 피해로만 8조5000억동(약 4조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가구는 올해 이어진 폭풍 피해로 주거지와 생계를 모두 잃은 상태다. 올해만 14건의 대형 폭풍이 베트남을 강타했으며, 추가 태풍이 접근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뉴사우스웨일스대 응우옌 프엉 로안 기후과학자는 베트남은 자연재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 중 하나”라며, 이번 심각한 홍수 피해는 기후변화와 자연 조건, 미흡한 적응 정책의 복합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베트남 최대 로부스타 커피 재배지역인 닥락에서는 폭우로 수확이 지연되고 농가 피해 규모가 평가되지 않은 상태다. 로안은 이들 지역의 피해가 악화된 또 다른 원인으로 삼림 훼손, 부실한 도시계획, 무분별한 간척, 배수체계 훼손 등 방재 전략의 구조적 실패를 지목했다.
베트남은 9월 유엔에 제출한 기후 적응계획에서 산사태·돌발홍수 경보 체계 미완비, 해안 방조제의 70% 미개선, 1000개 이상 저수지의 노후·훼손 등 기후 적응 역량의 주요 결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적절한 적응·완화 조치 없이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베트남은 2050년경 연간 GDP의 12~14.5%를 손실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단지 생산기지 직격타…한국 기업에도 공급망 리스크 확대
LG전자 베트남 공장 / LG전자 글로벌 홈페이지 뉴스룸
지난해에도 초강력 태풍 ‘야기’로 북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하이퐁과 남딘부 등 주요 산업단지에서는 다수의 공장이 지붕이 뜯기거나 벽체가 붕괴하고, 작업장이 침수되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하이퐁 안즈엉 산업단지에서는 한국계 LG전자의 교육센터 일부가 무너졌고, 같은 단지 입주 기업 9곳이 지붕 파손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자연재해 피해액이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하고 사망자도 500명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정부는 이후 기업 피해 복구를 위한 세제 감면 방안을 논의했고, 총리도 해당 지역에 대한 지원을 지시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베트남에서 기후 재해가 반복되면서 산업단지 기반 제조업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구조적 위험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기업 상당수가 베트남 북부·중부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성·시설 복원력·재난 대응 체계는 더 이상 부차적인 이슈가 아니라 핵심 경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와 연쇄적 폭우 피해는 베트남 산업단지의 기후 취약성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로, 기업들은 향후 기후 리스크를 반영한 생산 계획과 투자 전략을 본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폭우 피해복구를 위해 한국·호주·영국·미국 등 국제 사회는 피해 지역 복구와 인도적 지원을 즉각 확대했으며,. 유엔은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적응 재원이 현재 공급되는 자금의 12~14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홍콩 시티대 에너지·환경대학 벤저민 호튼 학장은 베트남은 자연 기반 방어체계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맹그로브(홍수 방지), 굴 서식지(파도 에너지 감소), 열대우림 보전(토양 유실 방지) 등 자연 기반 해결책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공 구조물 대신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