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도입, 실패하지 않으려면?”… ESG 데이터 성과관리 A-Z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창우 LG CNS Consulting Sr. Manager
선언과 슬로건이 주도하던 ESG 시대는 끝났다. 글로벌 공시가 의무화되고 정교화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지속가능성 수준과 개선 방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과거 재무제표가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 ESG 데이터가 비재무적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이른바 통합보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SG 실무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부서별 데이터를 취합해 공시를 내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그룹의 전략과 비전에 맞춰 데이터 기반 KPI를 수립하고 달성하는 ‘성과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영업팀이 매출로 성과를 입증하듯, ESG팀 역시 탄소배출 감축, 수자원 효율, 다양성 확대, 에너지 전환 사업의 수익성 등 지속가능한 가치를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ESG 데이터 관리의 방향과 실무적 해법을 듣기 위해 유창우 LG CNS 컨설팅 시니어매니저를 만났다.
Q. ESG 데이터 관리가 기업의 핵심 의제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ESG 공시는 이제 기본 과업이 됐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처럼 연결 기준 공시가 확산되면서, 해외법인과 협력사 데이터를 포함한 전사적 관리 체계로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상장기업이 기존의 단일 회사 기준 재무제표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그룹 전체 사업 단위를 아우르는 ESG 데이터 거버넌스를 새로 구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문제는 기존 ERP 구조에는 이러한 연결형 ESG 데이터 취합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기업이 엑셀 기반 취합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추적성과 정합성, 버전 관리가 실무 현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에너지 절감이나 수자원 사용량 같은 KPI 추적은 물론,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도 어렵다. ESG가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아젠다로 격상됐음에도, ESG 실무자들이 여전히 전사적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공시 시스템’과 ‘데이터 플랫폼’은 어떻게 다른가.
많은 기업이 ESG 공시를 ‘보고서 작성’ 수준으로만 인식하지만, 데이터 플랫폼은 보고가 아니라 경영관리의 출발점이다. 공시 시스템은 데이터를 모아 외부에 제출하는 창구일 뿐이다. 반면 데이터 플랫폼은 한 번 수집된 ESG 데이터를 내부 의사결정, KPI 관리, 외부 공시 등 다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예를 들어 탄소·에너지·안전 데이터를 한 번 입력하면, 그 데이터가 CSRD 공시뿐 아니라 CDP 평가,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DJSI) 응답, 내부 BI 리포트까지 동일한 원천에서 자동으로 흘러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ESG 데이터 플랫폼의 핵심 구조이자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개념이다.
지금까지의 ESG 관리가 ‘보고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이었다면, 앞으로는 ‘경영을 위한 데이터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ESG를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경영 효율화의 도구로 바꿀 수 있느냐가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Q. 현장에서 가장 큰 병목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오너십의 부재와 시스템 단절이다. 탄소는 환경팀, 인권은 인사팀, 공급망은 구매팀이 맡는 식으로 흩어져 있다. ESG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소유자(Owner)’가 없다. 또한 기존 ERP는 재무 중심으로 설계돼 ESG 데이터 포인트를 담기 어렵다.
따라서 ESG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되, 기존 ERP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스템 등과 데이터 인터페이스를 설계해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탄소, 물, 인권, 안전 데이터가 전사적으로 엮이고, 공시뿐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결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 ESG 데이터는 이제 IT의 영역이 아니라, 경영관리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Q. ‘디멘전(Dimension)’ 개념이 낯설다. 왜 중요한가.
ESG 데이터는 크게 두 축으로 관리된다. 사업장 단위(Plant Dimension)와 제품 단위(Product Dimension)다. 사업장 디멘전은 에너지, 폐수, 배출 등 운영 효율을 관리하는 영역이고, 제품 디멘전은 원재료·공정·수명주기 등 제품의 환경영향(LCA)을 다룬다.
전자는 ERP나 BI와 맞닿은 운영관리 체계이고, 후자는 제조실행시스템(MES)이나 LCA 솔루션을 활용하는 공정·제품 관리 영역이다. 기업은 두 체계를 억지로 합치기보다, 플랫폼은 사업장 중심으로, LCA는 제품 중심의 별도 솔루션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주요 지표는 ‘결과값 연계(Performance Linking)’ 방식으로 통합하면, ESG 전체 성과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다.
Q. ‘연결 관점’ 설계는 어떤 의미인가.
연결 관점이란 회사코드별 관리가 아니라 그룹 전체 기준으로 ESG를 표준화하는 것을 뜻한다. 계열사와 해외법인, 합작법인(JV)까지 동일한 스코프·지표·주기·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로컬 수집 → 연결 집계 → BI·리포팅으로 이어지는 계층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중복·누락·이중계상 같은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입력·검증·승인 권한을 명확히 하는 내부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고 승인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회계감사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ESG 데이터 관리의 신뢰성이란 결국 ‘감사에 견딜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의미한다.
Q. ESG 데이터 관리 수준은 어떻게 고도화되는가.
기업의 ESG 데이터 성숙도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레벨 1은 품질·결산 단계로, 수집–적재–검증–승인–결산의 표준 절차를 확립한다. 근거 문서와 변경 이력, 책임 매트릭스를 명시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레벨 2는 성과관리 단계로, 데이터를 KPI와 과제(Task)에 연결하고, 사업장·지역별 성과를 신호등 형태의 BI 대시보드로 관리한다. 경영진은 이를 기반으로 예산·인력·우선순위를 조정한다.
레벨 3은 재무 연계 단계다. ESG 데이터를 CAPEX·OPEX, 시나리오별 재무 영향과 연동한다. ISSB·IASB 회계 기준과의 정합성을 검토하고, ESG 데이터를 재무관리 수준의 통제체계로 끌어올린다.
Q. 그룹 단위에서 엑셀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장과 계열사가 많아질수록 데이터 포인트는 수천 개로 늘어난다. 엑셀로는 버전 충돌, 중복 입력, 승인권 혼선을 피할 수 없다. ESG는 연 1회 보고가 아니라 월·분기 단위로 실시간 관리해야 하는 지표가 대부분이다.
결국 그룹 전체의 표준과 권한 체계를 갖춘 연결형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리스크와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ESG 데이터를 IT가 아닌 ‘경영관리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Q. ESG 데이터 플랫폼 설계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
ESG 데이터를 관리 체계로 전환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지표의 정의·단위·산식을 표준화해야 한다. 기업마다 기준이 다르면 비교와 관리가 불가능하다.
둘째, ERP·생산·구매 등 원천 시스템 간 데이터 흐름을 명확히 그려야 한다.
셋째, 연 1회 보고 중심의 체계를 월·분기 단위로 전환해야 ESG가 ‘보고’가 아닌 ‘경영관리’가 된다.
보다 구체적인 구조 설계와 운영 방안은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실제 사례와 함께 다룰 예정이다.
Q.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가.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어떤 솔루션을 쓸까’가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구조화해 성과관리 체계로 전환할 것인가’다. ESG 실무자들의 가장 큰 병목은 여전히 데이터 취합이다. 데이터는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고, ‘공시용’으로만 요구되면 누구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사 KPI와 연계된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성과 달성을 위한 KPI와 데이터 흐름을 설계할 수 있을 때, ESG 조직은 단순 보고 부서에서 전략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ESG 데이터를 공시를 넘어 경영관리의 언어로 활용하려는 실무자들에게 이번 라운드테이블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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