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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만 보는 산업단지 정책, 노동자의 숨결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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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윗분들이 노동조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지난 13일, 연구소에서 만난 시흥시청 경제부문 담당 공무원의 얘기이다. ‘제조업 혁신, 일자리 창출, 노동인권, 노사협력, 소상공인 활력도시로의 혁신 필요’ 때문에 시흥시가 경제 전반을 다루는 노사민정 거버넌스, 즉 협의체 구성을 준비 중이라면서 연구소에 찾아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이다. 시흥시의 경제 문제라면 산업 측면에서는 시화공단을 빼놓을 수 없고 시화공단의 산업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노동문제를 같이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시흥시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산업단지 활력 제고를 위한 노동, 일자리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흥시가 구상하는 거버넌스에 노동자를 대표해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시흥시가 11만 명이 넘는 시화공단 노동자 모두를 직접 만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시흥시 공무원에게 준비 중인 협의체에 노동조합 참여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더니 돌아온 답변이 위 얘기였다.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인식이 모두 같을 수는 없으며 한국 사회 노동조합이 보여 준 모습에 호(好)·불호(不好)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노동자를, 아니 최소한 조합원을 대표하는 결사체로서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경원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시화공단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존재가 노동조합인데 이마저도 시흥시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시화공단 노동자가 점심시간에 쉬는 모습. 손정순 시화공단 담당하는 시흥시, 노동조합 의도적 무시? 장담하건대 위 얘기는 재정·경제·산업 파트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평균적인 인식일 것이다. 산업단지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약칭 산자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예외는 아니다. 8년 전 필자는 반월공단에 소재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의 중간 관리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에서 반월, 시화공단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나 관련한 노동조합 협의가 있는지, 없다면 앞으로 계획은 있는지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지금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다’였다. 우리 공단 업무는 산업단지 개발, 운영과 산업단지 사업체의 생산 지원이지 근로자 지원이나 노동조합과 협의하는 것은 우리 업무가 아닙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인터뷰했던 공단 관리자는 노동자 지원과 같은 일은 고용노동부나 관할 지자체의 업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단 설립 목적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약칭 ‘산집법’)에 따라 산업단지의 개발 및 관리, 기업체의 산업활동 지원과 산학협력 촉진을 위하여 설립’되었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산업단지 노동자도 넓은 범위에서 산업단지 정책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기업체의 산업활동은 누가 할까? 기계·설비의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자동으로 상품이 만들어져 시장에 쏟아지는 것일까? 4차 산업혁명 담론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지금,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효과(?)를 상상하며 어떻게 확산시킬까가 산업단지 정책 담당자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겠지만 노동자의 노동이 결합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산업활동은 불가능하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21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강제노동 철폐,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5.9.21 연합뉴스 노동자의 노동 없는 자본주의 산업활동은 불가 인터뷰 끝나고서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산업단지의 역사는 60년이 넘는다. 1962년 울산공업센터를 시작으로 1964년 구로공단, 1967년 여수석유화학 단지가 착공되었고 이후 계속 산업단지가 건설되어 2024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1330개의 산업단지가 있고 238만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단지 중 99%는 제조업이다. 2024년 말 기준 전국의 제조업 노동자가 대략 398만여 명이니까 제조업 노동자 중 60%가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다. 2024년 국내 산업단지의 수출액은 4434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6838억 달러 중 65.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수출 주도 성장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산업단지인 셈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산업단지 정책에 노동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남성 관리자의 욕설”, 앞이 보이지 않는 납땜 연기”, 지독한 기계음”, 숨이 턱 막히는 신나 냄새”, 손가락이 없는 공원(工員, 노동자)” 등의 낱말로 1970년대 초 구로공단의 노동실태를 묘사한 황석영의 르포 글이 최소한 옛날 이야기가 되었음에 만족하면 될까? 엄밀히 말하면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의 10대, 20대 한국인 노동자에게서 21세기 이주노동자로 옮겨졌다는 것이 맞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1970년대~80년대 극단적 노동배제의 생산체제를 지리적 공간에 구현한 것이 바로 ‘공단’이었다. 국가에 의한 극단적 노동배제는 완화되어 왔지만 ‘배제’ 자체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산집법 제3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매 5년마다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5년 동안 전국의 산업단지 운용, 관리의 기본방향과 큰 틀의 정책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홈페이지 캡처. 2025. 10. 15 시민언론 민들레 공단 은 국가의 극단적 노동배제 지리적 공간 제3조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 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5년 단위로 전 국토를 대상으로 산업집적의 활성화에 관한 기본계획(이하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고 고시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 ②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성장유망산업의 입지수요, 지역별 집적 및 특화와 그 연계방안에 관한 사항 2. 지역별 산업집적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입지 및 인력수급에 관한 사항 3. 산업집적기반시설의 확충에 관한 사항 4. 산업이 낙후되거나 쇠퇴한 지역의 지원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산업집적 및 지역산업의 발전에 관한 사항 ③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의 의견을 듣고, 국토교통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산업단지 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산업단지 입주·가동 사업체를 지도·지원하는 내용이 전부이다. 앞으로 성장 유망 산업을 선정해 이를 어느 지역·산업단지에 유치하고 낙후된 산업단지를 어떻게 리모델링 할 것인가가 기본계획의 주를 이루고 있다. 자본을 지원하는 계획이 대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화국가산업단지 전경. 시흥시의 디지털시흥문화대전 홈페이지 캡처. 2025. 10. 15 시민언론 민들레 2019 산업단지 기본계획에 노동자 지원 첫 포함 2019년 4차 기본계획에서야 처음으로 노동자 지원정책이 포함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 친화형 입지공간 확대’ 항목이 그것이다. 청년 노동자의 산업단지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생활체감형 근로·정주환경 조성’, ‘인재양성 및 취업연계를 위한 현장 중심의 교육인프라 강화’, ‘청년창업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 및 프로그램 확충’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 발표된 5차 기본계획에는 4차 기본계획의 연장선상에서 ‘혁신지원센터 건립’, ‘아름다운 거리 조성’, ‘노후공장 리모델링’ 사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지금 공단에 있는 청년 노동자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정주환경 개선’, 그 연장선상에서 걷고 싶은 ‘아름다운 거리 조성’, ‘노후공장 리모델링’ 일까? 이런 미숙하면서도 어이없는 정책이 노동자 지원정책이랍시고 버젓이 기본계획에 담겨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알게 됐다. 산자부를 상대로 기본계획 수립 관련해서 협의하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귓등으로도 안들어요. 산집법에 노조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서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민주노총 정책실 관계자가 필자에게 한 얘기이다. 그럼 도대체 누가 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것일까? 1차적인 주체는 당연히 산자부 공무원이겠지만 산집법 3조에 더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ㆍ도지사”라 한다)의 의견을 듣고, 국토교통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5차 기본계획만 놓고 보면 산업단지공단, 산업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등 공공기관·연구소를 비롯해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 글로벌선도기업협회 등 산업단지 입주기업 단체와 남○○ 서울시립대 교수, 최○○ 카이스트 교수가 참여하여 제5차 계획안의 내용을 최종 점검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고 산자부 보도자료(2025. 1. 21.)는 밝히고 있다. ‘첨단·주력 산업집적지의 미래 청사진 마련’이라는 제목으로 배포된 산자부의 보도자료만 보면 산자부와 국토부 공무원 및 산하 연구원과 사용자 단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어디에도 노동조합은 없다. 보도자료를 다시금 보면서 8년 전의 씁쓸했던 기억을 떠 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원식 국회의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노사 5단체 대표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5.10.15 연합뉴스 자본만 보는 산업단지 정책, 노동자 숨결 필요 필자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자본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까지는 인정한다. 노동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사업체는 기본적으로 정책 금융을 통한 저리 융자, 재산세 감면, SOC 이용 상의 혜택 등 유무형의 지원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별 기업 유치 경쟁을 배경으로 우리는 잘 모르지만 은밀하면서도 부수적인 혜택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모든 지원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산업단지 사업체에게 최소한의 공적 책임을 부과할 수는 없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대표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항목 중 최소한을 산자부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강제할 수는 없을까? 노동조합을 싫어하더라도 산업단지에서 노동 없는 자본주의적 산업활동은 불가능하다. 이 자명한 사실을 왜 백안시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3일 시흥시 경제 담당 공무원과의 논의는 산업단지 정책이라는 공적 영역의 정책 결정에 노동조합의 참여와 포용이 필요함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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