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고대 교류 와 미래 협력 강조…일제사는 살짝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알본 총리가 13일 일본 천년 고도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이 작년 10월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이뤄진 것이다. 나라현을 직접 찾은 외국 정상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경주와 나라는 모두 고대 문화와 전통,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고도이자 한일 간의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상징하는 도시 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곤 먼 옛날 이곳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기술과 문화를 나누며 함께 손을 잡고 발전해 왔다. 이러한 교류와 협력의 전통은 오늘날 한일 양국 관계를 지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라고 고대의 교류 역사를 소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2026.1.13 연합뉴스
이재명, 힌일 고대 교류 와 미래 협력 강조
경주와 나라, 한일 교류 · 협력의 역사 상징
그리곤 곧바로 오늘날의 한일관계 에 대해 단순한 교류를 넘어 가까운 이웃으로서 경제와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서로의 삶과 미래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는 1500여 년 전 이곳 나라 에서 시작된 교류의 역사를 통해,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 는 온고지신의 지혜를 떠올려 본다 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국제정세와 통상질서가 유례없이 요동치는 데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기술 혁신이 인류의 삶과 미래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문명사적 전환기 에 양국의 협력 강화가 시급한 시대적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의 공동 언론발표문 기술 순서를 살펴보면, 눈길을 끈 건 한일관계를 거론하면서 고대 에서 현재 를 거쳐 미래 로 그냥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시간 순서로 보면 당연히 중간에 들어갔어야 할 일제 식민지 과거사, 다시 말해 잔혹했던 한일 근대사 언급은 맨 뒤로 밀렸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의도적 배치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 앞에서 영접 나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6.1.13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일제 과거사, 공동 발표문 후반부 배치
조세이 탄광 유해 공동 발굴, 감식 추진
방일에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방송된 NHK 인터뷰에서 일제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되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며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나쁜 추억들은 잘 관리해 가면서, 좋고 희망적인 측면은 최대한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라고 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공동 언론발표문 후반부에 배치했다. 183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사망한 1942년 일본 우베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작년 80여 년이 지난 작년 8월에야 유해가 처음 발굴됐는데, 이날 두 정상은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 추진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 낼 수 있어 참으로 뜻깊게 생각한다. 존경하는 총리님의 각별한 관심에 감사드린다 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실용적 접근법의 또 다른 사례다.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군대 위안부나 강제 동원 피해자와 유가족,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이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단 물꼬 를 텄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3일 일본 나라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1.13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과거사 문제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
중 · 일 갈등에 중립 … 한중일 협력 중요
작년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 발언으로 최고조에 이른 중국과 일본 갈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스탠스는 중립 이었다. 지난 5일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 며 항일 투쟁 역사를 고리로 한 대일 연대 를 촉구했을 때 묵묵히 경청 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 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한중일 3국 협력의 중요성 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 발표문에서 이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밝혔다. 앞서 NHK 인터뷰에선 중일 갈등에 우리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다린다 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전날 NHK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측면에서 북미 관계는 물론 북일 관계의 진전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일본과 북한의 관계가 대화와 소통을 하고, 필요하면 수교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이것이 가능하도록 상황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나가겠다 고 적극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026.1.5 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공감
한국,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제안
경제와 사회 분야 협력 문제도 논의했다. 공동 언론발표문에 따르면, 경제 분야에선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 안보와 과학기술, 그리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인공지능, 지식재산 보호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사회 협력 분야에선 지난해 출범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 에서 저출생 고령화, 국토 균형성장, 농업과 방재, 자살 예방 문제 협조를 지속하고, 앞으로 지방 성장 협력, 스캠 범죄 등 초국가 범죄 공동 대응, 청년 세대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등과 함께 현재 정보기술(IT) 분야에 한정된 기술자격 상호인정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측 관심사였던 후쿠시마현 등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는 양국 국민의 정서 문제를 고려해 공동 발표문에 없었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 정상은 14일 나라현 사찰 호류지를 방문한다. 사진은 호류지 서원 모습. 2026.1.13 연합뉴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 고향이자 정치 본거지인 나라현에 외국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과의 우정과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뒤 나라는 예부터 한국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양국 교류의 역사, 사람과 사람 간 연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내일 이 대통령을 호류지(法隆寺)로 안내하고자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