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맛의 인문학)⑤커피향이 만들어내는 근대와 탈근대의 대립과 융합 [뉴스] 그렇다면 내 기억 속 ‘심포니’의 커피향은 커피 자체의 향기라기보다는 공간의 향기였던 셈일까. 우주공간에서 중력에 의해 공간이 비틀어지듯이 기억 또한 공간을 재창조한다. 기억에 의한 공간의 재창조는 개인 차원 뿐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가능하다. 이 재창조는 역사에서 파시즘의 창안으로까지 이어졌다. 한낱 커피향에서 파시즘의 지평이 열릴 리는 없겠고, 반대로 장 자크 루소는 ‘심포니’의 사이폰이 물을 끓여 올렸듯 죽음을 앞둔 삶의 기억에서 커피를 끌어올렸다. 그곳을 생각하면 눈 오는 풍경이 생각난다. 주먹만 한 함박눈이 창을 가득 채우고 무수한 하얀 동그라미 너머엔 내 또래 여자아이들이 종종걸음 치던, 어쩐지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