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A 녹색펀드 규제 완화, 유럽 전역에 논란 진행 중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환(transition)’ 라벨 등장으로 인해 녹색금융상품 및 지속가능한 투자 어젠다가 상당한 혼란과 변화를 겪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FT가 밝혔다.
모닝스타 분석에 따르면, 지속가능펀드(Sustainable Funds)는 2024년 3분기에만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끌어들이며, 계속된 유입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펀드에 어떤 포트폴리오가 허용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SMA 규정과 금융 업계의 충격
오로지 친환경 기업에만 녹색금융상품 라벨을 붙일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지속가능투자 어젠다에 관한 유럽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 10월, 유럽 증권시장청(ESMA)은 ‘그린’, ‘친환경’ 등의 이름을 가진 ESG 펀드가 대형 오염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규정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수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석탄(1%), 석유(10%), 가스(50%)에서 창출하는 펀드는 녹색 펀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이러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펀드 명칭을 ‘전환(transition)’, ‘변혁(transformation), ‘넷제로(net zero)’ 등으로 바꿔야 했다. 이 같은 조치는 그린워싱을 근절하려는 유럽의 강력한 규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유럽 전역의 은행과 ESG 부서를 흔들었다. 그러나 지난주 ESMA가 ‘녹색라벨 펀드(green-labelled funds)’에 오염기업이 발행하는 녹색 채권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FT는 “이번 발표로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이는 일부 규제 완화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규제 완화는 채권에만 적용되고, 주식형 펀드는 여전히 발행사의 배출량에 따라 투자가 제한되는 정책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ESMA는 최근 ‘녹색라벨 펀드(green-labelled funds)’에 오염기업이 발행하는 녹색 채권도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ESMA
이러한 규제 완화가 나온 배경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모닝스타의 분석에 따르면, ESG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이름을 사용하는 1600개 이상의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ESMA의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다. 즉, 수많은 펀드가 투자 목표, 포트폴리오, 그리고 이름까지 변경하거나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모닝스타 글로벌 지속 가능성 연구 책임자 호텐스 바이오이는 “내년 중반까지 ESG 펀드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많은 펀드가 이름뿐만 아니라 투자 목표와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 투자와 녹색 채권의 목적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전환 투자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환 투자란 고배출 기업의 탈탄소화를 돕기 위한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산 운용사들은 ‘전환’을 ‘녹색’ 라벨로 거래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녹색 채권은 발행자가 (고배출기업인지, 저배출기업인지 등에 대한) 전반적인 활동보다는,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금 사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BNP 파리바의 지속가능자본시장 책임자인 아그네스 구르크는 “100% 친환경 기업들은 사실 녹색 채권이 필요하지 않다”며, “녹색채권 시장이 친환경 기업으로만 제한되면 시장의 기능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르크는 녹색 채권 시장의 목적은 “기업과 정부가 녹색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를 가져오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서치 회사 클래리티 AI에 따르면, 만약 기존 안대로 ESMA 규정이 추진되었다면 유럽 펀드의 절반이 환경 및 영향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매각이나 리브랜딩을 해야 했을 것이다. 이들 펀드는 최소 한 개 이상의 규칙 위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ESG 라벨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 FT는 “ESMA의 규정과 그에 따른 논쟁은 녹색 금융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 과제를 보여준다”며 “규제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강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고배출 기업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유연성도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금융의 성공 여부는 이러한 긴장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