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신임 CEO, ESG 목표 슬그머니 하향 조정으로 비판 [교육] 사진은 유니레버의 신임 CEO, 하인 슈마허./유니레버 홈페이지
영국의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지속 가능성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CEO가 바뀌면서 유니레버의 ESG 목표를 슬그머니 하향 조정해서 찬반이 일고 있다고 영국 미디어 글로벌데이터가 22일(현지시각) 전했다.
유니레버의 신임 CEO 하인 슈마허(Hein Schumacher)가 지난해 2월 새로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됐을 때부터 관계자들이 앞으로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지 설왕설래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 달 유니레버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중단할 계획을 세웠고, 지난 19일(현지시각) 공개한 ESG에 대한 슈마허 CEO의 입장은 전임자들과 달랐다.
CEO 바뀌고 나서, 기후목표 줄줄이 하향 조정
유니레버 산하 식품 브랜드 크노르(Knorr)와 헬만(Hellmann’s)은 리소스 할당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지속 가능성 목표 중 일부를 축소했다고 슈마허 CEO가 밝혔다. 또한, 유니레버는 플라스틱 사용, 중소기업 지원, 공급망 내 생활 임금 증진에 대한 일부 목표도 수정했다.
유니레버는 오랫동안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기업이었으며, 전임 CEO 앨런 조프(Alan Jope )가 유니레버를 이끌 때 회사의 재무 성과보다 ESG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임 슈마허 CEO가 공개한 새로운 자신의 어젠다는 크게 3가지다. 즉, ▲가장 큰 지속가능성 우선 순위에 자원을 더욱 집중하고 ▲장기적인 야망에 더욱 긴급히 조치를 취하며 ▲직접적인 (밸류체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요소와 방해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어젠다를 위해서는 기후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주요 산업 협회의 입장과 참여 활동을 비판적으로 조사해서 보고서까지 출판했다.
이러한 신임 CEO의 정책 변화는 구체적으로 현실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니레버는 이전에 2025년까지 순수 플라스틱 사용을 5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는 2026년까지 30%, 2028년까지 40% 감소를 목표로 해당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또한, 2025년까지 유니레버의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재사용 또는 퇴비화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은 이제 강성 포장재(rigid packaging, 금속제, 유리제, 플라스틱제의 병 등)의 경우 2030년, 연성 포장재(flexible packaging, 필름, 셀로판, 종이, 알루미늄박 등)의 경우 2035년으로 연기됐다.
또 2030년까지 유니레버의 모든 직접 공급 협력업체에 대한 생활임금(living wage)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2026년으로 앞당겨졌지만 50%만 적용하도록 개정됐다.
지난 3월, 유니레버는 처음으로 단기 스코프3 감축 목표를 포함하여 배출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면서 기후대응 계획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유니레버가 자사의 기후정책을 조사해서 발표한 보고서 표지./홈페이지
유니레버의 ESG 전략 변화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비판을 인식한 슈마허 CEO와 이안 메킨스(Ian Meakins) 회장은 공동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최대 주주들과 협의했다. 우리는 계획의 핵심 요소인 새로운 더 높은 야망의 단기 스코프3 감축 목표, 탄소 상쇄보다는 절대 배출량 감소에 대한 지속적인 초점, 우리가 믿고 있는 특정 스코프3 배출량에 초점을 맞추는 전환 등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널리 환영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데이터에 의하면, 플라스틱 사용과 생활임금에 대한 수정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NGO 변화하는 시장 재단(Changing Markets Foundation)의 CEO 누사 어반식(Nusa Urbancic)은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은 조만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유니레버 같은 거대 식품 회사 역시 이것이 실제로 미치는 영향을 느낄 것이다. 유니레버는 메탄 배출에 대한 강력한 목표를 설정하고, 플라스틱에 대한 약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 교수 켄 퍼커(Ken Pucker)는 "유니레버의 재조정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지나친 칭찬과 비판을 강조하고, 비재무적 목표는 재정적 목표보다 훨씬 덜 중요하며, 성과 없이 수정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